뜨거워지는 바다, 제주 수산업도 위험하다

윤철수.홍창빈 기자 2025. 7.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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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위기의 제주 1차산업] (2) '고수온' 바다의 경고
해안가 급속히 확산되는 '갯녹음', 연안 어장 황폐화
톳.우뭇가사리 생산량 갈수록 줄고...어업인들 깊은 한숨
뜨거워진 바다, 양식장 피해 확산...올 여름 바다 온도는?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땅도, 바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폭염과 폭우, 해수면 상승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름철 내내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는가 하면, 가뭄이 장기화되기도 한다. 장마도 여름철에 국한되지 않고, 때 아닌 늦가을 장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겨울철에는 북극한파의 내습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 기후 현상은 1차산업에는 그야말로 위기다. 밭작물에서는 어느 계절 할 것 없이 재난 수준의 피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수산업에서도 여름철을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축산업도 마찬가지다. <헤드라인제주>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구온난화가 제주 농업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농업의 위기 상황에 대해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2) '고수온' 바다의 경고

역대급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해 여름, 숨 막히는 찜통더위는 대지뿐만 아니라 바다에도 그대로 영향이 이어졌다. 기상청의 '2024년 기후특성'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온도는 18.6℃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17.3℃)보다 1.3℃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월별로는 9월 평균 해수면온도(27.4℃)가 최근 10년 평균(24.2℃)보다 3.2℃ 높아 다른 달에 비해 편차가 가장 컸다. 해역별로는 제주도 인근 해역(남해)의 해수면 온도가 20.4℃로 다른 해역에 비해 가장 높았는데, 최근 10년 평균(19.2℃)보다 1.2℃ 높았다.  
뜨거워지는 제주 바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지난해 제주도 해역의 바닷물 온도는 평년보다 1.2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에도 고수온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수산업 분야에서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사진은 제주시 도두동 해안 전경. ⓒ헤드라인제주

국립수산과학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1985년과 2020년을 비교해 분석한 결과 지난 36년간 제주 주변 해역의 수온이 2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점은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 뿐만 아니라 겨울철 수온도 3.6도나 상승했다는 점이다.  

해수면 온도의 변화는 바다 생태계에 직접적 영향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제주 연안 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수온 상승은 연안 오염을 가속화시키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해조류가 감소하고, 바다 서식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온다. 이는 어업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며 어업인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수온이 초래하는 해양 환경의 변화는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다. 실제 제주 바다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해양 생태계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생태계 변화의 현상도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이 것이 바로 사막화와 같은 갯녹음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제주도 대부분 해안가 '갯녹음' 확산...연안 어장 황폐화

갯녹음 현상이란 연안 암반에 사는 미역, 감태, 모자반 등 직립형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무절석회조류(탄산칼슘 등이 많은 석회조류 중 가지가 없는 종류)가 암반을 뒤덮어 분홍색이나 흰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제주 해안에서는 어느 곳 할 것 없이 갯녹음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조간대(썰물에 물이 빠져 드러나는 경계지역) 해조류가 사라지고 바다숲 등 연안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녹색연합이 2021년 제주도 해안선 415.56km을 따라 제주시 권역과 서귀포시 권역의 97개 해안마을 조간대 200곳을 조사한 결과, 갯녹음 현상은 '심각 단계'로 평가됐다.

조사지점 200곳 중 갯녹음이 확인된 지점은 198곳에 달했다. 나머지 2곳은 모래 해변이었다. 97개 해안마을 전체 조간대 암반지대에서도 갯녹음이 폭넓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갯녹음 현상이 조간대 암반지대로까지 확산한 것은 갯녹음 심각, 말기 징후로 볼 수 있다.
갯녹음 현상이 확산된 제주바다. (사진=녹색연합)

갯녹음 현상은 5m 이내 수심에서 미역, 모자반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이후 수심 5~10m 이하의 감태, 다시마 등 대형 갈조류가, 마지막에 조간대의 톳 등이 사라지는 순서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조사가 이뤄진 해안지역과 연안 수중에서는 갯녹음 현상과 연결된 생태계 파괴 모습이 그대로 확인됐다. 갯녹음 진행과 동시에 어장은 서서히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다.

갯녹음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과도한 개발과 오염, 조식동물(해조류를 먹는 동물) 증가 등도 있겠지만, 수온 상승 등의 기후변화 요인이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톳.우뭇가사리 생산량은 갈수록 줄고...어업인들 깊은 한숨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의 기후위기, 그리고 갯녹음 현상 등은 연안 어장 황폐화로 이어진다. 제주 바다의 해조류 수확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에서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집계한 품목별 생산 실적을 보면, 우뭇가사리나 톳, 감태 등의 해조류가 갈수록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뭇가사리는 여전히 마을 어촌계의 주 소득품목이기는 하지만, 생산량은 갈수록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해조류 생산량도 갈수록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09년 월정리 해안가에서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햇볕에 말리는 모습. 우뭇가사리 생산량은 최근에는 예전의 10분의 1 수준만 수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촬영=김환철 사진부장) ⓒ헤드라인제주

톳은 기후위기 및 개발 바람 등에 의해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생산량이 확 줄어든 상태다. 톳 채취시기가 되면 마을마다 도로변 등에 길다랗게 톳을 말리는 진풍경은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최근에는 우뭇가사리 수확이 한창인데, 그 양은 예전과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급격히 줄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24년 진행했던 '제주지역 어업활동 여건과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어민면접조사'에서도 제주도내 전체적으로 기후위기에 따른 해조류 급감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 우뭇가사리의 경우 2011년 대비 2021년 전체 생산량이 약 90%가 감소하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 추세이기도 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의 우뭇가사리 생산량은 2011년 4830톤에서 2021년 350톤으로 89.8% 줄었다. 톳 생산량은 2011년 1518톤에서 2021년 29톤으로 98.1% 감소했고, 모자반은 2011년 260톤에서 2021년 13톤으로 95% 줄었다.  
지난 6월 말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진행된 우뭇가사리 수확작업 모습. ⓒ헤드라인제주
최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도로변에서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말리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해조류 채취 등을 주업으로 하는 해녀들에게 있어 기후 위기는 그야말로 생존권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 구좌읍 지역의 한 원로 어업인인 김모씨는 해조류 생산량에 대한 질문을 하자 깊은 한숨부터 내쉰다. 

그는 "톳은 개발 바람이 불기 전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각 마을에서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함께 나서 작업을 해야 할 만큼 양이 많았다"며 "공동으로 수확해서 벌어들인 돈을 각 집마다 공평하게 나누기도 하고, 마을 현안사업을 위해 쓰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수확량 과거 해안가가 개발되기 전 예전만큼 많지가 않다. 그 이유는 수온이 높아지면서 마을 어장의 환경이 변했고, 여기에 해안도로가 생겨나고, 사업시설이나 양식장 등과 같이 배출시설이 많아지며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한 시설이 있는 지점에는 해조류가 거의 황폐화되고 있다. 그나마 개발이 덜된 지점에서는 유지되는 편이다"고 했다.

구좌읍 지역의 또 다른 어업인은 "우뭇가사리는 제주에서는 하늘이 내린 풀이란 의미로 '천초'로도 많이 불리는데, 요즘이 한창 수확기다"며 "천초의 생산량은 예전과 비교해 수확량의 차이를 크게 실감하기는 어려운데, 갯바위에서 채취하는 톳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 계속된 폭염에 뜨거워진 바다...양식장 피해 갈수록 눈덩이
 
고수온 현상은 양식산업에도 큰 피해주를 주고 있다.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 지난해에는 제주 바다도 뜨겁게 달아 올랐던 해로 기록된다. 작년 7월24일 제주도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고, 일주일 후인 31일에는 '고수온 경보'로 격상 발령됐다. 고수온 경보는 수온이 28℃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발령된다.

지난 해 8월9일 기준 제주연안 평균 표층수온은 '29.1℃'를 기록했다. 장기간 지속된 폭염으로 인해 바닷물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 제주도의 양식장 고수온 피해 상황 현장점검 모습. 

문제는 연안 수온 상승이 양식장에 직접적으로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양식장 사육수온의 기준치를 넘어서면서 도내 양식장 곳곳에서 넙치 등이 폐사하는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도가 고수온 대응상황실을 운영하고, 재난기금까지 긴급 투입하며 대응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작년 9월 초 기준으로 대정읍을 비롯해 한경면, 한림읍, 남원읍, 애월읍, 조천읍 등의 양식장 64곳에서 폐사한 광어는 무려 100만 마리(800여톤)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피해는 해를 거듭할 수록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수산당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규모는 2020년 1억 7000만원에서 2023년 20억 4,000만원으로 급증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53억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5년새 3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 '제주 소라, 동해까지 북상'...해양생물 분포지도가 달라진다

수온 상승은 해양생물 분포 지도도 바꿔놓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가 최근 제주와 동해 연안에 있는 소라를 채집해 분석을 한 결과 제주도에 주로 서식하던 소라가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까지 북상하며 서식지를 넓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KIOST는 이번 연구를 통해 소라의 서식지가 남해안에서 동해 연안으로까지 북상한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유전적 연결성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

앞서 해양환경공단이 2018년 실시한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에서는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던 소라가 2018년 기준 북위 37도(울진 인근)까지 서식 범위를 확장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KIOST의 연구팀은 이번에 소라의 유전적 연결성 분석을 통해 서식지 북상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주와 동해안에 서식하는 소라가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 종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소라 개체군 감소의 주요 원인이 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면역 기능 저하에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기존에는 갯녹음 현상이 제주 해역에 서식하는 소라의 먹이 변화를 일으켜 소라 개체군이 감소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먹이 변화는 소라의 번식 및 체내 생리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고수온 환경이 면역 기능을 저하시킨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소라 유생이 대마 난류 등의 해류를 따라 북상하면서 동해 연안에 정착하고 서식지를 확장했을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난류와 한류 흐름도. (자료=KIOST)

이희승 KIOST 원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은 해양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해양 생물의 분포 변화 양상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우리 바다의 생태계 관리 및 보전을 위한 기반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바다에서는 기존에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열대 어종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3년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연안 어획시험 조사 결과 확인된 어류는 177종인데, 이 중 아열대 어류로 분류되는 종은 42%에 달하는 74종이었다. 

출현하는 아열대 어종도 매우 다양한데, 2021년 7월에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참다랑어 치어가 6개체 채집되기도 했다. 참다랑어의 주요 산란장은 필리핀 해역부터 일본 오키나와섬까지로 알려져 있는데, 서식 범위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양생물의 분포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 올 여름 제주바다 온도는?

기상청과 국립수산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 여름 바다 수온은 평년보다 1.0℃ 내외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수온 특보도 약 45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역대급으로 꼽혔던 지난해보다, 어쩌면 올해 더 큰 재난이 닥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고수온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가동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어선어업인들과 해녀들은 물론 양식어업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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