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검찰에 맞섰던 이들, 잊어선 안 되는 까닭

민경명 2025. 7. 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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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검찰을 소환한다] 검찰 비판 기사가 불러온 무자비한 보복 수사

[민경명 기자]

▲ 검찰의 언론탄압 보복 수사를 규탄하는 시민들 2002년 10월21일 충북지역 39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충청리뷰 살리기 범도민 대책위'가 청주 성안길에서 검찰의 보복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충청리뷰
2002년 '충청리뷰 사태'는 작은 소도시에서 벌어진 검찰과의 충돌 사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검찰을 비판한 언론에 대해 검찰이 수개월간에 걸쳐 무자비한 표적·보복 수사를 벌이자 시민들이 맞서 싸운 지역사회 인권 투쟁이자, 꿋꿋하게 언론 지평을 지켜낸 언론사(言論史)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무엇보다 통제받지 않는 성역으로 통하는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때문에 '충청리뷰 사태'는 여전히 우리를 짓누르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웅변한다.

2002년 <충청리뷰> 외부 필진이었던 윤송현은 당시 칼럼에서 이 사태에 대해 "청주시민이라면 누구나 그 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칼럼은 사태의 전반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청주시민이라면 왜 증인이 되어야 하는지'를 소상히 짚어내고 있다.

사건 이후 23년이 지났지만 검찰 권력을 비판한 언론에 가차 없이 보복 수사의 칼춤을 휘둘렀던 당시 청주검찰을 소환하여 법정에 세운다면 이 윤송현 칼럼은 공소장으로 손색이 없다.

다음은 '충청리뷰 사태'가 막바지에 다다른 2002년 11월 29일자로 <충청리뷰>에 게재된 칼럼이다.
[우암세평] 청주시민이라면 누구나 그 증인이 되어야 한다
지방의 한 조그만 신문에 검찰이 구속수사를 남발한다는 기사가 실린다. 기분이 상한 검찰은 즉각 신문사의 주주와 광고주를 불러들여 조사를 했지만 아무리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날린다. 당황한 검찰은 화살을 돌려 엉뚱한 사건을 들춰내 신문사 발행인을 구속한다. 그러나,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보복수사'로 지탄을 받자, 곤란해진 검찰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한 대학교를 쑥대밭이 되도록 휘젓고 총장을 전격적으로 구속해버린다. 그리고 싸움은 계속된다.

최근에 청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마치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우선, 소재가 새롭다. 그동안 정권에 의한 언론탄압은 많이 들어왔지만, 검찰이 비판기사를 문제삼아 신문사에 대해 보복수사를 하고 신문을 폐간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 사례는 처음 들어본다. 검찰의 과도한 구속관행을 지적한 기사가 발단이 된 것도 의미 있고, 사건의 전개과정과 갈등관계도 분명하다. 그 신문사가 지방의 조그만 주간지인데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비리가 나오지 않는 회사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 정도면 벌써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정도는 금방 떠오를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런 소재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에게 석사논문 주제로 어떠냐고 권해봤다. 검찰의 언론탄압은 어떻게 촉발되었는가? 검찰이 언론의 숨통을 조이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검찰은 이를 어떻게 변명하는가? 등등. 모든 면에서 지금 청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언론사에 길이 남을 만하고, 신문방송학과에서는 교과서적으로 인용할 만하지 않은가?

생각이 있는 청주시민이라면 지금 청주의 한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하고 노래하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2002년 청주에서 있었던 사건은 금방 사례가 되고,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될 것이다.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구속수사의 남발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청주를 찾을 것이고, 검찰의 권력남용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지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청주를 찾을 것이다. 언론계의 사람들은 검찰의 언론탄압유형을 연구하기 위해 찾을 것이고, 기사를 쓸 때마다 청주의 사례를 들을 것이다.

영화나 연극,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언젠가는 영화 '어퓨굿맨'의 제셉대령처럼 자존심이 상한 청주지검장이 "그래, 내가 보복수사를 하라고 명령했다"고 소리치며 나설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때 청주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증인이 되어야 한다.

그때 겁도 없이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기자가 누구였는지, 어이없이 구속된 신문사대표는 누구였으며, 엉겁결에 끌려들어 구속된 대학총장은 누구였는지, 구속수사를 남발하고, 신문사를 없애려 든 검사들이 누구였는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청주시민은 그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항했는지를.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란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 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23년 전 '충청리뷰 사태'는 검찰 권력의 언론 탄압 역사다. 또한 그에 맞선 지역 시민사회 운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록되어야 하고 과거 사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학자를 만나지 못한 역사는 죽은 역사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2002년 '충청리뷰 사태' 정리는 의미가 있다.
여전히 공고한 '검찰 카르텔',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
 2002년 11월29일자 [우암세평] 칼럼을 실은 충청리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충청리뷰
특히 필자에게 '충청리뷰 사태'는 꼭 한 번은 털고 가야 할 짐이었다. 첫째는 마음의 짐이다. 어쨌든 내가 쓴 검찰 비판 기사가 단초가 되어, 검찰의 무자비한 보복 수사를 불렀고 많은 사람이 고초를 겪었기 때문이다. "법화… 그 깊은 상처. 법 만능, 구속이 능사인가"라는 기사로 인해 오히려 그 많은 '법화'(法禍)의 피해자가 생기게 될 줄은 몰랐다.

윤석위 발행인과 회사 직원들, 서원대 김정기 총장 및 주변 인물들이 구속의 고초를 겪었다. <충청리뷰>에 광고를 냈다는 이유로 검찰에 소환되어 죄인 취급을 받으며 조사에 응해야 했던 광고주들, 왜 돈을 댔느냐는 추궁에 시달린 주주들, 그리고 검찰의 수사 압박 속에서 밤샘 농성과 기사 작성으로 고생한 <충청리뷰> 식구들까지. 당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둘째는 '충청리뷰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다. 검찰의 보복 수사는 백지광고·격려광고를 낳아 제2의 동아일보 사태로 불렸다. 또한 보기 드문 검찰의 언론 탄압, 시민사회 단체의 수준 높은 시민운동, 언론의 호응, <충청리뷰>의 결집된 역량 등을 보여줬다. 이는 쉽게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다. 이를 정리해 내는 일이야 말로 진정 나의 소명으로 여겨왔다.

셋째는 검찰 개혁 목소리가 여전히 절실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검찰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렇지만 검찰 개혁이 확고하게 완성되기까지 잠시도 방관할 수 없음을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배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과 아울러 검찰 개혁을 추진하려 했지만 오히려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 됐다. 문재인 정권은 검찰 개혁을 주요 과제로 삼아 밀어 부쳤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로 되치기 당했다.

그 만큼 검찰 권력 카르텔은 공고하다. 자칫 멈칫거리다 또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줄 모를 일이다.
검찰이 형사 사법의 영역을 넘어 국가 운영까지 좌지우지하는 정치 집단화 된 '윤석열 검찰국가'의 퇴행을 목격한 만큼 검찰 개혁을 가로 막을 장애가 없다고 방심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일이다.

조국 전 대표는 책과 인터뷰 등에서 '검찰 개혁은 민주적 정치화의 마무리'라는 이야기를 줄곧 해왔다. 여전히 그 출발선에 있는 검찰 개혁 문제를 '충청리뷰 사태'로 상기시켜 보고자 한다. 조국 전 대표에 대한 무차별적인 수사, 검찰 독재 정권의 탄생과 언론 탄압, 12·3 내란 사태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볼 때마다 '충청리뷰 사태'가 떠올랐다. 되풀이되는 역사, 원인은 분명했다. 무소불위 권력 '검찰'을 통제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였다.

검찰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
 내란특검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6월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와 필요의 이유는 차고 넘친다. 검찰은 이제 정치사회 전 영역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이 됐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검찰정권은 검찰 개혁의 빌미를 제대로 제공해줬다. 그만큼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울러 그런 기회와 결의가 왔을 때마다 되풀이 했던 과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정권의 검찰 활용 유혹과 더불어 검찰의 매력적 정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권은 검찰을 이용하여 권력을 휘두르고 싶고, 검찰은 그런 정권의 입맛에 맞춰 그간 축적된 캐비닛 정보를 열어 정권을 유혹한 과거 전철에 대한 경계를 의미한다.

나는 검찰 개혁과 함께 언론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전 직장(OO일보)에서 편집권이 휘둘리는 것을 보고 이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써 붙였다가 쫓겨났다. <충청리뷰>가 검찰의 수개월에 걸친 무자비한 보복수사에도 굴하지 않고 맞설 수 있었던 것은 편집권이 보장된 언론이었기에 가능했다.

아울러 비판 기사에 대한 검찰의 보복 수사에는 지역 언론에 대한 업신여김도 작용했으리라. 이는 지역에서 검찰을 성역으로 여겨 검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했던 지역 언론들의 업보다. 당시 검찰의 보복 수사에 대해 유독 지역 언론에서 보복 수사가 아니라는 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데 그친 것도 언론과 검찰의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지역 언론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그 위상을 꿋꿋이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독립 언론이란 무엇이고 그 길이 왜 어려운지 35년 현장 기자 경험과 대학에서 강의 및 연구 경력을 더듬어 피력하고자 한다.

"아우슈비츠보다 더 끔찍한 일은 사람들이 아우슈비츠를 잊는 것이다"라는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 낙서는 여기서도 유용하다. <충청리뷰>에 대한 검찰의 보복 수사와 그에 맞선 언론, 지식인 및 시민들의 저항은 언론과 검찰 개혁의 역사로 기억되어야 한다. 또한 검찰 개혁 당위성을 일깨워주는 한 지표로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산학연 코리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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