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날 약속도 못잡았는데…“李대통령 中 전승절 참석 여부 소통중”
李대통령 참석 여부 놓고 양국 물밑 협의
실용외교·한미동맹 사이 줄타기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관련 사안에 대해 한중 간 소통하고 있다”며 “외교 채널에서 이뤄지는 구체 내용을 밝혀드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이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한국 측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중화민국 국민혁명군이 일본군으로부터 항복문서를 받은 1945년 9월 3일을 항일전쟁에서 승리한 전승절로 기념해오고 있다. 올해 80주년을 맞은 중국은 기념식에 사회주의권 국가를 비롯해 서방 국가 정상까지 초청해 성대하게 열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 방침을 굳혔다는 일본 교도통신 보도도 최근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참석 여부를 두고 신중한 분위기다. 실용외교를 내세우며 한중관계 관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긴 하나,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행사에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고려할 때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과 열병식에 참석했던 선례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우호적 한중관계를 조성해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 등 일각의 불편한 시선에도 전승절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곧이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가 불거지며 한중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더욱이 지금은 당시보다 미중 간 대결 구도가 훨씬 심화됐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이 대통령의 방미 등을 통한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관세와 국방비 인상 등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상외교의 순서가 주는 함의를 고려할 때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정상을 먼저 만날 경우 외교적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승절 이후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변수다. 시 주석 참석 여부는 흥행 성패를 가르는 중요 요소 중 하나다. 중국이 이를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성사를 위한 협상력 제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선택을 하든 상당한 외교적 대가를 감수해야 하는 고차원 외교 방정식이 이재명정부에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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