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흠뻑쇼',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신나리 기자]
| ▲ [현장] 마흔여덟 '배불뚝' 싸이의 전성기는 지금... 흠뻑쇼 소름돋는 순간 지난 6월 28일 가수 싸이의 여름 콘서트 '싸이 흠뻑쇼-서머 스웨그 2025'가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기획-편집: 박순옥, 촬영: 장지혜 기자) ⓒ 장지혜 |
가수 싸이 콘서트에 처음 간 건 15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시 싸이는 '올나잇 콘서트'를 선보였는데 말 그대로 자정을 지나서까지 하는 공연이었다. 여러 공연을 즐겨 다녔지만, 무대 위에서 "밤 새울 각오하라"며 내일이 없을 것처럼 하루를 불태우는 가수를 본 건 처음이었다.
죽어도 무대 위에서 웃으며 죽을 것처럼 공연하는 그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싸이의 콘서트는 꼭 챙겨가는 공연 중 하나였다.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미국을 휩쓸었을 때, 그의 무대를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 마냥 반가웠다. 하지만 '물'을 활용한 싸이의 '흠뻑쇼'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자 복잡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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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8일 가수 싸이의 여름 콘서트 '싸이 흠뻑쇼-서머 스웨그 2025'가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
| ⓒ AP Photo/연합뉴스 |
싸이가 지닌 무대 위의 에너지와 퍼포먼스, 화려한 게스트에 물대포 이벤트로 무장한 공연은 여름 페스티벌의 대명사가 됐다. 다만, 논란도 있었다. 싸이는 지난 2022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다 마실 수 있는 물을 (공연에) 쓴다. 식용 물을 사는 것"이라며 "물값이 진짜 많이 든다. 콘서트 회당 300톤 정도 든다"고 밝혔다. 2022년은 극심한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은 시기이기도 했다.
2023년 7월엔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당시에도 싸이는 '싸이 흠뻑쇼 - Summer Swag 2023' 전국 투어 중이었는데, 그가 개인 SNS에 "날씨도 완벽했다"는 후기를 올렸다. 싸이가 여수에서 공연을 한 날은 집중호우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벌어진 날이었기에 이 후기는 비판에 휩싸였다. 그의 공연을 둘러싼 논란을 볼 때면 마음이 복잡해졌다. 무대를 향한 싸이의 열정·진심에 반해 그를 응원했지만, 그가 '물'을 공연에 활용하는 방식에는 선뜻 동의가 안 되는 애매한 입장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논란과 별개로 싸이의 '흠뻑쇼'는 매해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여러 차례 공연 티켓 판매 1위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예매 일정이 시작된 후 얼마 되지 않아 표가 빠르게 매진 돼 암표가 기승을 부렸다. 매년 관객들이 찾는 공연이라면,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올해에는 '흠뻑쇼'의 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6월 28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한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25(아래 '흠뻑쇼')'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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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8일 가수 싸이의 여름 콘서트 '싸이 흠뻑쇼-서머 스웨그 2025'가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
| ⓒ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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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8일 가수 싸이의 여름 콘서트 '싸이 흠뻑쇼-서머 스웨그 2025'가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게스트로 로제가 출연했다. |
| ⓒ AP Photo/연합뉴스 |
2부에 등장한 지드래곤이 '파워'(POWER)·'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에 이어 싸이와 '삐딱하게'등 총 4곡을 부를 땐 총 8번의 물대포가 쏟아졌다. 어떤 관객이든 흠뻑 젖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스탠딩석에서는 아예 웃통을 벗고 물줄기를 반기는 관객도 있었다.
"올해도 흠뻑쇼는 코로나 이후 한 공연 중 가장 많은 관객이 (예매해 주시고) 찾아주셨습니다. 여러분, 제가 올해로 데뷔 25년 차입니다. 스물셋에 데뷔한 제가 마흔여덟이 됐습니다. 배 불뚝 나온 아이 둘 아버지일 뿐인데, 여러 분이 많이 찾아주신 덕분에 제 (공연) 전성기가 올해가 됐습니다. 지금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다른 거 다 생각하지 마시고, 오늘 집에 가기 전까지 행복해지는 것에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저는 여러분이 행복해질 때까지 노래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내 공연은 10대부터 60·70대 어르신까지 함께 호흡한다. 세대별로 꽉 찬 공연"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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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흠뻑쇼 SUMMERSWAG2025)' 인천 공연 첫날인 6월 28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는 3만 명의 관객이 싸이의 '흠뻑쇼'를 찾아 무더위를 날렸다. |
| ⓒ 신나리 |
싸이는 공연 내내 '관객'을 언급했다. "관객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공연"이라며 모든 공을 '관객'에게 돌렸다. 관객이 무더위에 지치지 않기를, 단 하루라도 행복하기를, 또 이 행복의 기운으로 스스로의 일상을 채워가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보통의 콘서트라면 2시간 여 이어지지만, 싸이는 달랐다. 싸이의 공식 공연 후 또 2시간 여 앵콜 공연을 시작했다. 싸이는 원더걸스 '텔미', 크라잉넛 '밤이 깊었네', 조용필 '여행을 떠나요'까지 전 연령대를 고려한 노래를 이어 불렀다.
그렇게 2부에서만 30여 번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물을 맞은 대부분의 관객은 연신 환하게 웃었다. "행복은 전염된다"는 말처럼 환호성과 미소, 열기는 서로에게 옮겨져 공연을 행복 그 자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싸이가 공연 내내 강조한 "오늘 하루라도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시라"는 '행복'은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물론, 15년 전부터 무대에 반해 공연을 챙겨본 내가 좋아하는 '싸이'는 '물'이 아니더라도 완벽한 공연을 만들 수 있는 무대 위 장인이었다. 무대 위 딴따라로 그를 대체할 만한 연예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싸이가 왜 그의 대규모 공연에서 '물'을 사용하는지 이해도 됐다.
피네이션(P NATION) 등에 따르면, 이날 공연에 찾은 관객은 3만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많은 인원에 10대와 20대, 가족단위의 관객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얼마나 될까. 수만 명이 모인 야외 공연장에서 습기와 더위를 피해 노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데 '물'외에 어떤 수단이 있을까. 가뭄 혹은 홍수, 여러 논란 속에서도 해마다 이 공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바로 이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꼬박 4시간을 채운 공연 말미 그는 "나까지 포함해 총 1501명의 스태프가 공연에 참여했다. 우리에게 직업을 주신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화면에는 조명팀·무대팀·특수효과팀·리프트팀·살수팀·경호팀 등 공연 스태프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엔딩 크레딧이 나왔다. 관객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스태프에게 박수를 치며 공연장을 떠났다.
한편, 올해 흠뻑쇼는 의정부, 대전, 과천, 속초, 수원 등 9개 도시에서 8월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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