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신혼집 구하기 따라가봤습니다

이민우 2025. 7. 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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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는 아파트 단지 안... 식탁·소파까지 포함된 풀옵션, 가격은요

[이민우 기자]

"이 사진 좀 봐봐. 수영장, 헬스장은 기본이고, 실내 농구장까지 있어. 여기가 관리비 포함 월 67만원이야. 요즘 서울 물가로 보면 평범한 원룸 가격이지. 같이 가볼래?"

대학 선배(34)가 '신혼집 구하기' 동행을 제안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었다. 인도네시아어를 3년간 공부한 그는 지금 한국인 평균 월급을 받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부에서 살고 있다. 지난달 10일, 결혼식을 앞둔 그의 제안에 흔쾌히 따라나서기로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현지인 평균 13배가 넘는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물가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동안 현지인과 어울려 지낸 일상만 기사로 써왔지만, 이번에는 이곳에서 일하는 평범한 한국인의 삶이 궁금해졌다.

첫 번째 후보, 월 83만원의 '풀옵션' 아파트
▲ 한·인니 신혼부부의 신혼집 구하기 한·인니 부부가 신혼집을 구하고 있다
ⓒ 이민우
우선 월세 1000만 루피아, 한국 돈으로 약 83만원인 아파트를 찾았다. 2006년에 지은 아파트지만 수차례 리모델링을 거쳐 외관부터 허름해 보이지 않았다. 로비에는 손님들과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파와 테이블 3개가 마련되어 있고, 바로 옆에는 인도네시아 대표 편의점 브랜드 '인도마렛'이 있었다. 자카르타 내 아파트는 입구마다 1명 이상의 보안요원을 둔다. 치안 문제도 있겠지만, 평균 월급 차이가 한국과 10배 이상 나다 보니 인건비가 저렴해 상주 및 관리 직원이 한국 대비 3~4배나 많다고 한다.

첫 번째 집은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는 가족용이었다. 지은 지 20년이 됐지만 근사한 인테리어에 거실은 널찍했다. 월세라서 식탁과 소파, TV와 세탁기까지 모두 구비된 '풀옵션' 아파트였다. 에어컨은 총 4대, 거실과 방마다 한 대씩 설치되어 있었다.

두 번째 집은 방 2개 화장실 2개였다. 평수는 첫 번째 집과 동일하지만 방 2개를 터서 더 넓은 방을 만든 곳이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기본 관리비 포함 월세가 83만원이고 물과 전기세만 쓰는 만큼 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 한·인니 부부의 신혼집 구하기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트라 중심부 월 83만원 아파트 모습 및 전경
ⓒ 이민우
방을 나와 아파트 안 편의시설을 둘러봤다. 헬스장을 비롯해 넓은 수영장이 눈에 들어왔다. 단지 내 세탁소, 편의점, 카페까지 없는 게 없었다. 다만 놀이터는 지어 놓기만 하고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더운 날씨 탓에 아이들이 놀이터보다는 수영장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둘이 쓰기에는 너무 넓은 것 같아. 벌레도 좀 있고, 수영장 물도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는 않네."

형과 나의 의견은 같았다. 하지만 신부 아니따(30)의 생각은 달랐다. 창가 쪽에서 죽은 벌레들을 조금 발견하긴 했지만, 아니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보는 관점이 달랐다. 우리는 집이 조금 좁더라도 관리가 잘된 아파트를 원했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관리 상태보다는 집의 넓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두 번째 후보, 월 67만원의 '관리 끝판왕'
▲ 한·인니 부부의 신혼집 구하기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 월 67만원 아파트 주변 모습
ⓒ 이민우
월세 800만 루피아, 한국 돈으로 약 67만원짜리 집이 있는 또 다른 아파트를 찾았다. 방 2개에 화장실 1곳, 이전 집보다는 좁은 거실과 주방이 있었다. 평수는 조금 작아졌지만 관리가 정말 훌륭했다.

2007년에 지은 아파트지만 입구 작은 연못에 잉어를 키울 정도로 관리가 꼼꼼했다. 세 집을 보았는데 모두 동일한 구조였다. 신혼집으로는 딱이었다. 인테리어와 탁 트인 전망을 마음에 들어 한 아니따도 이곳이 훨씬 낫다고 했다.

이 아파트 수영장에는 아이들이 수영하며 놀고 있었다. 헬스장은 조금 작았지만 헌구 형은 개의치 않아 했다. 나는 이 형이 운동하는 걸 본 적이 없다. 24시간 운영되는 손님맞이용 휴게공간과 편의점 2곳, 세탁소와 작은 카페까지 모두 단지 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이곳으로 계약하기로 했다. 방식은 한국과 동일했다. 1년 치 월세를 선납하는 구조였다. 계약금으로 한 달 월세를 보증금으로 걸고, 입주일에 1년치 월세를 한 번에 치른다. 이곳은 전세의 개념이 없다.

현지인과 월급 차이가 10배가 넘어도 초호화 생활은 못했다. 한국에서 신혼부부 전용 주택청약,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을 받을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거를 위한 지출이 적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비슷한 돈을 내고 관리가 잘 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집에서는 살 수 있어 보였다. 헌구 형은 "모을 수 있는 돈은 더 많아. 전체적으로 물가가 싸니까 살려면 풍족하게 살 수 있지"라며 "일례로 밖에서 장을 봐서 집에서 밥을 해 먹으면 건강하고 배부른 한 끼에 3000원이 채 안 돼"라고 말했다.
▲ 한·인니 부부의 신혼집 구하기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 월 67만원 아파트 모습
ⓒ 이민우
여행 시작하고 자란 머리카락처럼, 내 인생도 자라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두 달을 지냈다. 애당초 계획은 한 달이었지만 비자를 연장할 만큼 이들과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누구보다 궁금해 했고, 우리나라를 사랑해줬다. 지금은 말레이시아에서 일주일간 공부만 하며 지내고 있다. 대학원 석사 과정 졸업반이라 생각보다 공부할 게 많다. 공부를 하면서 문득 이들과 찍은 영상, 사진을 들춰보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간 탈모반 부분에 흰색 솜털이 자라고 빠지고를 반복했는데, 탈모반 테두리부터 얇지만 검은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두려웠다. 나이 30살에 모든 걸 내던지고 여행길에 오른 것이 잘한 선택인가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선택에 확신이 생겼다. 머리카락처럼, 내 인생도 다시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누여행가 유튜브에도 실립니다.https://www.youtube.com/@minugo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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