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인간에게 보내는 마지막 위험 신호, 심각합니다
"우리에게는 Planet B(제2의 지구)가 없기에, Plan B(플랜 B)또한 없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유명한 표어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플랜 A를 선택해야 할까요? 유일하고 유한한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들기 위한 지구를 위한 플랜 A를 제안합니다. <기자말>
[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더위에 특히 둔감하거나 폭우가 일으키는 불편함과 피해를 모르는 까닭은 아니다. 나에게 여름은 휴가와 바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계절이다. 이것은 나의 특수한 상황과도 이어진 것일 테다.
나의 가족 일부는 울릉도에 산다. 삼촌과 할머니는 울릉도에 살고 있고,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평생을 살다 자신이 일구던 밭에 묻혔다. 20년 넘게 여름마다 주기적으로 울릉도를 방문하다 보니 울릉도 바다의 변천사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바다를 볼 때면 젊은 날 선장이었던 할아버지가 작은 배를 타고 울릉도 바다에서 조업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불빛을 보고 뛰어드는 오징어와, 바다에 잠수하여 관찰했던 고둥과 문어, 물고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수온 변화로 인해 해수욕장까지 떠밀려온 해파리와 사라진 오징어들, 쓸모 없어진 배를 처분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정부 감척 사업에 지원하는 지역민들의 모습도 떠올린다.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소외받는 지역과 부족한 인프라 문제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는 울릉도라는 지역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도시에서 살고, 도시에서 일하지만, 바다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사실 바다와 연결된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어디에 있든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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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그린피스가 공해 보호를 요구하며 진행한 드론쇼 |
| ⓒ 그린피스 |
기후 과학의 국제 기준을 제시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행한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5%가 바다로 흡수된다. 이 이산화탄소는 바다의 표면에서 녹아 심층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플랑크톤 같은 바다 생물이 먹기도 한다.
문제는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바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증가로 바다는 점차 산성화되고, 해양 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터전이 되었다. 거기다 모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워지는 지구도 한몫하고 있다.
우리는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탄소를 배출한다. 농작물의 재배와 운송, 냉난방기기 가동과 전기 사용, 각종 제품 모두 만들고 쓰는데 탄소를 배출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모든 일상은 바다로 고인다. 반대로 바다가 우리의 일상에 침범하는 영역도 적지 않다. 지나치게 많이 배출되는 탄소 때문에 바다의 탄소 흡수원의 기능이 줄어들게 된다. 즉, 바다를 통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약해지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일상에 직격탄으로 돌아왔다. 바다 산성화는 어민들의 경제에 타격을 주고, 뜨거워진 바다는 식량 시스템에 균열을 만든다. 가벼운 문제는 아니지만, 생각을 조금만 전환해보면 희망을 찾을 수도 있다. 바다가 육지에 사는 우리의 인생에 영향을 주고받는 세계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우리의 선택만으로 바다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다와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재건하는 일일 것이다. 조만간 개봉할 그린피스와 보더레스랩, 그리고 망그로브가 함께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는 우리가 복원하고 싶은 인식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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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씨그널>에서 바다 속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미셸 앙드레 교수 |
| ⓒ 그린피스 |
거대한 모니터 속 음성 주파수를 보고 있던 미셸 앙드레 교수가 말했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울렁이는 음성 주파수가 모니터에 노출되고 있다. 높은 고주파의 고래 울음소리가 한 차례 재생된 후, 그가 말을 덧붙인다.
"만약 바다가 조용했다면 그것은 죽은 바다일 것입니다."
심해에서 나는 수많은 소음은 바다가 생명의 공간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인간의 소음은 심해의 공간으로도 침투하고 있다. 바다 가장 밑바닥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아내기 위해 구멍을 뚫는 해양 시추의 소음,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 축적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대규모의 조업, 군사 활동의 소리는 심해에까지 전달된다.
인간이 만든 소음은 심해에 있던 존재들이 만들어냈던 소리를 밀어냈다. 심해의 소리를 듣기 위해 미셸 앙드레 교수가 귀를 기울이고 있는 와중에도 심해에 사는 혹등고래는 귀가 먹어 죽어가고 있었다.
해양 파괴가 추방한 것은 존엄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루시판은 부모의 장례를 치를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선택이 낳은 미래에 대해 알지 못했다. 차오르는 바다가 부모의 묘지를 집어삼키고 죽은 아내를 가족묘에 안장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야 그는 어쩌면 자신 또한 마을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폐그물로 인해 꼬리가 잘린 돌고래, 기후위기로 하얗게 죽어가는 산호들, 물고기 토토아바를 잡기 위해 함께 희생되는 돌고래 바키아타도 이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는 기본적으로 바다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내는 '신호'에 주목한다. 소음과 쓰레기, 남획과 죽어가는 생명체들. 그러나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며 이 관계는 미묘하게 역전된다. 바다에 잠기고 있는 섬과 비어가는 바다에서 조업을 이어가는 어부, 유령 바다로 변해가는 제주에서 일하는 해녀.
다큐멘터리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 관객은 인간과 자연을 양분할 수 없고, 바다와 우리가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다. '바다를 위해 힘쓰자'라는 말이 '우리를 위해'라는 말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만이 우리는 바다를 더 잘 지킬 수 있다.
이제는 약속이 아니라 실현으로 나아갈 때.
한국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 전원 찬성으로 동아시아 최초로 글로벌 해양조약(BBNJ)을 공식 비준했다. 글로벌 해양조약은 공해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각 국가의 해양 활동 시 환경영향평가 시행을 규정하는 등 무분별한 개발과 생태계 파괴 행위를 방지할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공해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은 전체의 2%에 지나지 않는다. 그린피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공해의 30%를 보호하기까지 80여 년가량의 세월이 더 필요하다.
이 세월을 단축하는 데 필요한 것은 시민의 힘이다.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개발과 착취를 가벼이 여기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고, 글로벌 해양조약의 비준을 넘는 '실현'을 위해 정부의 노력을 강조해야 하는 과제를 모두가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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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멘터리 <씨그널> 포스터 |
| ⓒ 그린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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