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3시간 40분 김밥 국무회의, 이런 '깨알 지시' 있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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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2025.6.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연합뉴스 |
"사과값이 오르니까 토마토나 바나나 가격도 오르던데 왜 그런 것인지?"
"근로감독관 규모는 어떻게 되고, 산업안전감독관의 수는 좀 더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5일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던진 질문들 중 일부다. 윤석열 정부 장관들과 함께 김밥을 먹으면서 3시간 40분 가량 진행했던 바로 그 회의다. 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5년도 제24회 국무회의 회의록'(바로가기)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은 각 부처로부터 당면 현안에 대한 구두보고를 받고 관련 질문을 꼼꼼히 던졌다.
무엇보다 돋보인 건 보고 및 질문들과 이어지는 '깨알 지시'였다.
이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 국가 R&D 연구 현장 자율성 부여 방안 검토 ▲ 무역 관련 정책금융 지원확대 검토 및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 ▲ 공공부문 최저임금 채용 관행 개선 ▲ 근로감독 권한 지방정부 위임 여부 검토 ▲ 지역주택조합 관련 실태조사 실시 및 재건축·재개발 법령 관련 별도 보고 ▲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문제 관련 조속한 정리 ▲ 플랫폼업체 불공정이슈 관련 조치 검토 ▲ 보이스피싱 자동 예방 시스템 마련 검토 ▲ 건설 하도급 업체 인건비 미지급 관련 개선 지시 ▲ 행안부 등 관계부처의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파견 협조 등을 지시했다.
잊지 않고 챙긴 대선 공약
이런 질문과 지시는 대선공약과도 연관돼 있다. '과학기술 R&D 예산 대폭 확대'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학기술인들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히 뒷받침하겠다"면서 이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련 보고 후 "우리나라 R&D 연구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사업화가 잘 안 되는 원인은 무엇이냐"고 물은 이유이기도 하다.
유상임 장관이 "관할 부처가 여러 부처이다 보니까 상호연계가 미흡한 측면이 있고,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답하자, "근본적인 원인은 관리를 위한 행정편의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국가 R&D의 기본은 필요한 연구를 하는 것이지, 성공하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은 방향이 다르다"며 "이런 문제는 연구에 실패했다 하면 다음 연구 과제를 배정받는 데 불이익을 주거나 평가를 못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연구원들의 강박관념은 좀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연구의 방향이든 과제든 좀 자율성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기에는 100원, 500원까지 영수증 다 챙겨서 입력하고 그랬는데, 연구비의 일정 부분은 증빙 없이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고, 조금 더 그런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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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송미령 장관은 이 자리에서 ① 농식품 물가 관련 사항 ② 농업재해와 산불 관련 사항 ③ K-푸드 수출과 통상 환경 관련 사항 ④ 쌀 수급 안정 관련 사항 등을 보고했다.
이 중 'K-푸드 수출과 통상 환경'에 대해서는 "(K-푸드) 수출도 최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중이지만 우리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의 관세정책이라든가 중소기업이 많은 농식품 수출구조를 고려할 때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쌀 수급 안정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쌀값 급등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 상황을 거론하면서 "최근에는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정 재배, 적정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에는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농수산 물가 관련 유통구조의 문제가 유난히 심각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관리감독이 부족한 것은 아니냐", "(K-푸드 관련) 외교부나 재외공관과 연계해 협력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산지의 한우 가격이 떨어지면 도매가도 떨어지는데 소매가는 매년 변동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 "(과잉생산 대비) 쌀 대체 작물 지원 예산 확보 및 지원 방안에 대해 검토해 봤나" 등 질문을 쏟아냈다.
송 장관이 이에 농축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구축 및 확대 등 막힘 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과잉생산된 쌀을 의무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관련 질문에서는 "지금 3.3만 헥타르 정도 전략작물을 지원하는 것이 있고 올해는 8만 헥타르 정도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서 농가를 계속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공공부문 최저임금 채용 개선·건설현장 임금체불 해결 요구 등 지시
'낮은 곳'을 향한 대통령의 시선도 지시와 질문을 통해 확인 가능했다.
이 대통령은 최저임금 관련 "올해 경기 상황이 좋지 않고 노사 입장 차가 워낙 커서 대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고용노동부 보고를 받고, "공공부문에서 한시적으로 인력을 채용할 때 최저임금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개선을 지시했다.
무엇보다 "공공부문의 본질적 목표는 세금을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아닌, 잘 쓰는 것이 역할이니만큼 최저임금으로 고용하던 관행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산재사망사고 관련 질문도 던졌다. 그러면서 산업안전감독관 수를 늘리거나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정부에도 위임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그리고 사용자들의 부담이 서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용노동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크게 이룰 수 있게 연구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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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28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한편, 국무회의록에 이처럼 대통령과 각 부처의 문답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국무회의에서 오가는 얘기를 국민에게 공개 못 할 이유가 있느냐"며 "한 번 알아보고 별문제 없으면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하자"고 말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경우, 대통령의 모두발언 및 주요 심의·의결 안건 내용 및 토의 등이 주로 국무회의록에 담겼는데, 이 대통령은 되도록 더 많은 정보를 담자고 한 셈이다.
한편,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지난 1일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면서 비공개 회의 당시 각 부처에 내려진 이 대통령의 지시를 하나씩 설명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이 대통령과 한달 일한 이주호 "적극 소통하는 대통령, 인상적" https://omn.kr/2edf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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