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정상화, 5년 통치행위 아닌 제도화 되어야 [넥스트브릿지]

권영태 2025. 7. 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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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브릿지] 비가역적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하는 제언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권영태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희훈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한 달,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고 민간단체의 대북접촉도 승인한다는 소식이다. 민간에서도 지난 13일 '민주정부한반도평화계승발전협의회'가 발족하는 등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더불어 정동영 의원의 통일부 장관 지명은 그 기대를 더욱 키운다. 정동영 장관 지명자는 과거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개성공단 100개라는 통 큰 비전을 내놓는 등, 정권교체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남북관계를 넘어서자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당시 의욕적인 남북·미북관계 개선이 좌절된 이후 두 국가·적대적 관계 운운하며 극한 방향으로 치달아 온 북한을 달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한다.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정 장관이 통일부 명칭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자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북한에 끌려간다는 식으로 색깔론으로 묶으려고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허나, 두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한 걸음 움츠리는 방안은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하는 데서 당연한 선택지의 하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외교라인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안보국방라인도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시너지를 낼 만해 보인다. 이미 이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횡포에 나토 불참을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에 호주와 일본도 동참했다. 극우적 미국의 국제관계 전횡에 맞서 캐나다,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진정한 민주주의가치동맹 건설을 이 대통령이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가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심정으로 대통령·장관·학계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현 정부의 남북관계 관련 긴급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훌륭한 분들의 인선으로 여러 기대를 해도 될 만한 상황이지만, 5년 동안 이룰 수 있는 성과를 넘어 남북관계 정상화를 비가역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적 남북관계 정상화를 무위화하는 집권 우파의 횡포

과거 서독도 햇볕 또는 포용정책에 해당하는 동방정책이 있었다. 서독의 우파는 동방정책을 무위로 돌리지 않고 정책이 일관성 있게 이어지면서 20세기 후반 결국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우파세력은 북한을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결과적으로 민족공동체통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교류협력정책을 5.24조치로 무위화시켰다. 이명박 정부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정경연계로 남북관계에서 속도 조절을 요구하던 정도에서 훨씬 나아가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시킨 5.24조치는 '개성공단 폐쇄'와 '인도주의적 조치까지 전면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는 1988년 7.7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의욕을 보인 남북관계 정상화 시도가 평창올림픽에 김여정 같은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의 참여와 몇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지만, 보수정권 이전의 남북관계 정상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윤석열 정권은 예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다시 무로 돌렸다. 북한은 남쪽의 극우정권에 분노하는 것을 넘어 남쪽에 대해 '통일' 자체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과격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남쪽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또 다음 장관은 분명 큰 성과를 낼 것이다. 그렇지만 다음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제2, 제3의 5.24조치는 이어지고, 또 남북관계는 얼어붙을 것이다.

재집권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의 지속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때가 유일하다. 우파 정부로 바뀌면 다시 남북관계는 7.7선언 이전으로 돌아간다. 재집권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개혁진영이 당연히 노력해야겠으나, 적어도 제도적으로 제2, 제3의 5.24조치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비가역적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개헌 제안

그렇다면 비가역적 남북관계 정상화의 제도화 방안은 무엇일까? 이는 개헌 시와 개헌 불발 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개헌이 가능할 경우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까지 개헌을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개헌이 진행된다면 개헌안에 비가역적 남북관계 정상화의 제도화 방안을 조문으로 삽입하면 된다. 현재 공론장에서 논의되는 개헌안은 대체로 통치구조에 머물러 있고 국민들은 대폭적인 사회대개혁 과제의 반영을 요구한다. 당연히 국민의 요구가 반영되어야 하고, 이에 더해 남북관계의 비가역적 정상화까지 포함하는 방안이다.

현행 헌법 제4조는 통일조항이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1항으로 돌리고 2항을 신설하면 된다. 예컨대, '② 대한민국은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과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유지한다' 정도의 조항만 신설하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되돌리는 5.24조치와 같은 이른바 통치행위는 바로 위헌이 되게 된다.

아예 기존 제4조를 완전히 교체해도 무방하다. 예컨대,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평화적 공존과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를 유지한다' 정도의 표현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낫다고 보지만 우파 정치세력의 반발을 감안하면 기존 조문을 1항으로 돌리는 전자가 개헌안 협상의 면에서 유리할 테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변경하여 대통령의 이른바 통치행위에 대해 국회의 통제 방안을 명시함으로써 남북관계 무위화 시도를 막을 수 있다. 예컨대,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관하여 국회의 다른 결정이 있을 때는 이를 우선하여 준수한다'는 정도의 조문으로 변경하면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의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 권한 자체를 없애고 미국처럼 국회가 결정한 후 대통령이 위임을 받아 집행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기에 당면해서는 정상 남북관계의 비가역화를 위한 국회 통제 방안 정도만 신설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한다.

비가역적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법률 개정 제안

12.3계엄은 다음날 국회에서 해제했다. 헌법과 계엄법에 관련 절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란세력은 국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불법적 폭거를 자행했지만 당시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가 계엄을 해제했다.

사실 헌법과 계엄법에 계엄 해제 절차가 없었더라도 민주당과 다수 국민들은 계엄과 내란에 맞서 제2의 민주화운동을 줄기차게 벌였을 것이다. 엄혹했던 유신시절의 역사를 20~30년 되풀이해 다시 민주화를 쟁취했을 것이다.

빛의혁명 과정에서 우리는 제도화가 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를 계엄 해제를 통해 곧바로 인식할 수 있었다. 계엄해제의 교훈은 5.24조치와 같은 남북관계 정상화 무위화 조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

7.7선언 이후 때로 정경연계로 제동이 걸리기는 했어도 지속되던 남북관계 발전이 5.24조치로 무위화되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야 말았다. 개인적으로도 5.24조치가 위헌이자 불법이라는 칼럼을 내는 등 5.24조치를 무효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명시적인 제도화가 없어 방법을 찾지 못한 셈이다.

돌아보면 당시 이미 5.24 조치의 무효화를 선언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국회의 입법권 행사가 가능했는데도 전례가 없었기에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못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를 무위로 돌리는 5.24조치와 같은 이른바 통치행위는 근본적으로 위헌임을 헌법적으로 천명해놓는 방안이 가장 좋지만, 만일의 경우 개헌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도 개별 입법을 통해 국회의 통제를 받는 방안을 마련해놓으면 된다는 뜻이다.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제2조의 기본원칙은 2개항으로 되어 있다. 제1항은 '남북관계의 발전은 자주·평화·민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남북공동번영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제2항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투명과 신뢰의 원칙에 따라 추진되어야 하며, 남북관계는 정치적 · 파당적 목적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3항의 내용으로 예컨대,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된 정부의 조치에 대해 국회가 남북관계의 발전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다른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따라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신설하면 충분하다.

비가역적 남북관계 정상화 제도화, 5년의 성공을 넘는 남북관계 정상화의 길

제도화의 의의는 12.3계엄의 해제에서 잘 찾아볼 수 있음을 이미 앞에서 언급하였다. 남북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민주당의 연이은 집권이라는 실천적인 방안도 당연히 필요하다. 이에 더해 미국이 대북제재를 풀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비가역적 남북관계 정상화의 제도화만 언급하지만 다양한 실천적 노력은 당연히 병행되어야 한다.

헌법 제1조가 국민주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극우세력이 계엄과 폭력과 억지궤변을 자행하고 있다며 헌법이 무슨 소용이냐는 식의 견해도 있다. 그렇지만 한편 헌법을 무기로 극우세력을 제어하고 국민적 동력을 더 확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비록 우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5.24조치와 같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이른바 통치행위를 방지하는 방안이 바로 제도화다. 개헌이 가능하면 헌법적 차원에서, 개헌이 불발되면 법률 개정을 통한 비가역적 남북관계 정상화의 제도화를 시도하면 된다.

우파 정권이 제2, 제3의 5.24조치를 하고 싶어도 이제는 개헌을 하거나 법률 개정을 해야 되는 절차적 어려움이 추가된다. 그 과정에서 국회와 국민들이 막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당연히 커지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동영 장관 지명자에게 당부드린다. 분명 5년 동안 남북관계에서도 위대한 업적을 이루리라 믿는다. 뜻하는 바를 다 하시라. 덧붙여 다시 정권이 바뀌었을 때 남북관계 정상화를 무위화하지 못하도록, 제2의 5.24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워지도록, 결국 제2, 제3의 5.24조치가 취해졌을 때 국회가 국민의 지지를 업고 바로 되돌릴 수 있도록 이번 임기 동안 반드시 방안을 마련하고 관철해 놓으셔야 한다.

현 정부 5년의 남북관계 정상화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다시는 정상 남북관계를 훼손할 엄두를 낼 수 없도록, 설혹 그 어떤 시도가 있더라도 곧바로 바로잡을 수 있도록, 현 정부 5년을 넘어서는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야 할 때다.

필자소개 : 한양여대 ESG연구소 부소장.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후 정치학 석사, 북한학 박사 취득.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 상생사회 일천인선언 상생대화분과 간사.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강사). 한국NGO학회 이사, 남북학술교류위원, 통일교육원 공공부문 통일교육 전문강사 등 역임. '통일교육 에센스', '남도 북도 모르는 북한법 이야기', 'Life & Law',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 - 교양인을 위한 로스쿨', '우리가 불러온 노스코리언송즈 :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통일 노래 시리즈', '현재와 미래를 잇는 ESG와 지속가능발전'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역사교사인 아내와 함께 왕릉을 답사 중인데, 노스코리아 지역 왕릉 답사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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