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가르트너 교향곡 2번 한국 초연, 양주시향의 도전 빛났다
[한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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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26일 박승유가 지휘하는 양주시립교향악단이 펠릭스 바인가르트너의 교향곡 2번을 한국 초연했다. |
| ⓒ 양주시 |
이날 박 지휘자의 선곡중 하나는 낯설고 특이했다. 한국 초연의 교향곡을 선택한 것이다. 펠릭스 바인가르트너(Felix von Weingartner 1863~1942))의 교향곡 2번이다.
박 지휘자는 "보통 교향악단을 보유한 자치단체에서는'초연'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데 시향 3년 반을 지휘한 저는 시로부터 완전한 선곡의 자유를 얻었고, 시의 전폭적인 이해와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을 감히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주시의 지지와 배려에 대해 그는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바인가르트너의 교향곡 2번은 처음 들어도 옛 친구처럼 친밀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박 지휘자는 그 이유를 "하나 이상의 주제가 여러 악장에 걸쳐 반복되거나 변형되어 재등장하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2악장의 서정적인 민요풍의 가락을 들을 때는 시골 과수원에서 맛보는 사과주스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3악장에 등장하는 바이올린 솔로 부분은 이 교향곡의 내밀한 정서를 드러내는 절정의 순간이다.
3악장은 말러 교향곡의 느린 악장처럼 정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가운데, 바이올린 독주는 홀연히 나타난다. 고음역으로 갈수록 투명하고 맑은 음색이 부각된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선율을 연주하는 제1바이올린 수석(악장)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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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리니스트 윤여영. 바인가르트너 교향곡 2번 3악장 솔로 부분을 연주하면서 깊은 음악성과 명징한 표현력을 보여줬다. |
| ⓒ 김보연 |
"바인가르트너는 저에게도 낯선 작곡가다. 교향곡 2번은 브루크너와 바그너의 곡을 연상케 했다. 3악장에서는 교차되는 두 개 감정의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때문에 저도 슬프지만 과하지 않게, 벅차오르지만 넘치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날 공연에 객원으로 초대되었고, 박 지휘자와는 종종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윤여영은 지휘자 박승유의 균형감과 절제력을 높이 평가했다.
"지휘자가 이성적 판단과 냉정함을 잃지 않을 때, 연주자들은 기량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다. 박승유가 그런 스타일이다. 게다가 그는 각 시대의 음악 전통에 깊고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다. 그와 함께하는 연주는 늘 편안하고 즐겁다."
이날 바수니스트 김현준이 협연한 칼 마리아 폰 베버의 바순 협주곡 F장조 연주에도 관객은 열광했다. 느린 2악장에서 바순의 깊은 감성의 표현이 극대화되었다. 그 몽환적 아름다움은 김현준의 테크닉을 통해서가 아니라(물론 그의 기교도 뛰어났지만), 내면의 표현력을 통해 객석에 전달됐다. 관객은 숨도 쉬지 않고 이 경이로운 순간을 지켜봤다.
박승유 지휘자는 맑고 발랄한 연주를 보여주면서도,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능력을 지녔다. 여성 지휘자의 특성인 섬세함보다, 대범하고 선이 굵은 지휘를 추구한다. 이날 고별연주회도 그랬다. 힘이 넘치고 명확한 제스처로 무대의 역동성을 시종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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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주시향 박승유 지휘자. 26일 정기연주회를 마지막으로 양주시향을 떠나 새로운 교향악단에서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
| ⓒ 한기홍 |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겠으나, 현재까지 한국에서 바인가르트너의 교향곡이 단 한 곡도 공식적으로 연주된 기록을 찾지 못했다. 교향곡뿐 아니라 그가 남긴 오페라와 관현악곡들 역시 유럽 내에서도 연주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저 역시 아직까지 그의 작품을 실황으로 접해본 적이 없다. 바인가르트너 생전에는 자신의 작품을 직접 지휘하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공연했지만, 그의 사망 이후 이상하리만치 거의 연주되지 않고 잊혀졌다.
해외든 국내든 그의 음악을 들을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작곡된 지 100년이 넘은 작품들 가운데서도, 한국에서 아직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가치 있는 곡들이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청중의 수요나 인지도, 연주 여건 등을 고려해 잘 알려진 작품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낯설거나 실험적인 곡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양주시향에서 바인가르트너 교향곡 2번을 국내 초연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고,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음악계에 새로운 역사 한 줄을 쓰는 기분이다."
- 바인가르트너의 음악적 생애 전반과 작곡가, 피아니스트, 지휘자로서 그가 빈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 또는 의의를 설명한다면?
"그의 업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지휘자로서의 활동이다. 그는 빈 필하모닉 정기연주를 20여 년간 지휘했고, 구스타프 말러의 후임으로 빈 국립오페라극장 감독직을 맡기도 했다. 특히 그는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세계 최초 상업용 음반으로 녹음한 지휘자로서도 유명하다. 저 역시 베토벤 교향곡의 여러 음반을 듣던 중 바인가르트너를 지휘자로서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그의 해석에 주목하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답게 고전적이고 명료하며 균형잡힌 구조적 해석이 특징이다."
- 교향곡 2번의 악장 별 특징과 구조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이 교향곡은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하나 이상의 주제가 여러 악장에 걸쳐 반복되거나 변형되어 재등장한다. 덕분에 청중 입장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 선율에 익숙해지면서, 작품의 흐름을 더욱 친근하게 따라갈 수 있다. 전통적인 고전 교향곡의 구조이나, 각 주제를 변형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은 후기 낭만주의 작품답게 매우 다채롭고 유연하다.
저는 이 곡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봤던 어떤 드라마가 떠올랐다. 등장인물은 같은데, 회차마다 전생 체험처럼 시대와 역할이 달라지며 연인이 되기도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하는 내용이었다. 바인가르트너 교향곡 2번의 순환구조도 어쩌면 그 드라마와 유사한 서사적 흥미와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 양주시향 단원들은 이 낯선 곡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습에 임했나.
"성실하게 악보를 읽고 연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작곡가의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다는 단원이 많았다. 다소 낯설기도 하고, 연주 자체가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연습할수록 '곡이 좋다'고 말하는 단원이 많았다. 특히 한국 초연이라는 점에서 오는 자부심과, 좋은 음악을 청중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단원들 사이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곡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바인가르트너와 브루크너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선곡이 이뤄졌다. 브루크너, 말러, R.슈트라우스 등 교향악 대가들의 난해한 음악을 잘 들을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모두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이지만, 각자 작품의 방향성과 표현 방식은 매우 다르다. 브루크너의 음악은 고전에서 이어받은 거대한 형식미를 지니고 있으며, 관현악도 마치 오르간처럼 울리는 장엄한 음향을 추구한다. 말러의 음악은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자연의 소리, 군악대의 음악, 민속적인 선율 등이 다양하게 융합되어 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이 둘에 비해 형식 면에서 훨씬 자유롭고, 극적인 변화와 흐름이 강조된다. 이처럼 작곡가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표현하는 방식도 당연히 다르다. 그래서 감상에 앞서, 멜로디를 중심으로 들어야 하는 음악인지, 분위기나 색채를 느끼면 되는 음악인지, 극적인 전개를 따라가는 것이 좋은지를 미리 알고 듣는다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고별연주회를 기획하면서 숙고했던 선곡의 흐름과 그 특징을 설명한다면?
"이번 정기연주회의 테마는 'Unknown'이다. 선곡된 곡들은 단순히 덜 알려졌다는 점을 넘어, 각각 흥미로운 음악사적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주제로 묶였다. 브루크너의 <교향적 전주곡>은 1876년경 작곡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작곡 시점이나 자필 악보는 전해지지 않는다.
1955년에 필사본이 발견되었는데, 그 안에 '말러'라는 이름이 메모되어 있어 한동안 말러의 습작으로 잘못 알려졌다. 하지만 1970년대에 이르러 브루크너의 작품으로 학계에서 결론이 내려졌다. 다만 브루크너의 제자가 작곡했고, 브루크너가 지도를 맡았을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어, 진위 여부는 오늘날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베버의 바순 협주곡은 바순의 낭만적 감수성과 고난도 기술을 본격적으로 탐색한 최초의 협주곡으로 평가된다. 이전까지 바순은 대부분 중저음 보조 역할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이 악기가 서정적인 선율과 화려한 기교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악기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베버는 이 협주곡을 통해 바순의 예술적 가능성과 표현력을 새롭게 정의했다. 마지막으로 바인가르트너는 제 주변 음악인들조차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생소한 인물이다. 그야말로 '모르는 사람'의 '모르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번 연주를 끝으로 양주시향과는 작별하게 됐다. 3년 이상 정이 들어 팬들이 많았는데,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민이 많다.
"제가 양주시향과 음악으로 관객분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이제는 관객분들이 어떤 곡을 알기 때문에 찾아오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곡을 하든 공연 자체를 즐기러 오실 정도의 높은 수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도 'Unknown'이 'Known'이 되어가는 즐거운 과정을 함께 경험하고 공감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된다. 양주시향과 함께했던 날을 잊지 않겠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양주시향 단원들과 모든 시민에게 감사드린다. 그간 후원과 배려, 전폭적인 도움을 주셨던 강수현 양주시장과 홍미영 문화관광과장, 고용순 단무장에게도 진정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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