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에선 매일이 불금파티…바다 위 리조트서 '현생 로그아웃'

월요일 아침, 출근 대신 출항을 택했다. 일주일간 알람 대신 파도 소리에 눈을 떴고, 구두 대신 샌들을 신고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 5월 19일 롯데관광의 전세선, 코스타 크루즈 세레나호에 올랐다. 충남 서산에서 출발해 대만 지룽과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6박 7일 여정이다.

승선과 동시에 불금 분위기다. 메인홀에서 음악을 틀자, 벌써부터 춤추는 승객이 등장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8시. 육지였다면 분명 야근하고 있었을 시간이다. 배가 움직이며 휴대폰 신호도 잦아들었다. 그렇게 ‘현생 로그아웃’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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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리조트
11만t급 세레나호는 ‘바다 위 리조트’라 불린다. 14층 높이에 가로 길이만 290m. 63빌딩을 누인 것(250m)보다 40m 더 길다. 이 배에 승객 2400여명, 승무원 1000명이 탑승했다. 1350석 규모의 대극장,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 카지노, 면세점을 갖췄다. 뷔페를 비롯해 레스토랑은 5곳, 매일 저녁 정찬 코스요리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선박이지만 한국인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한국어 방송과 안내문은 기본. 정찬 레스토랑에선 고추장과 된장국, 비빔밥도 제공된다. 외국인 종업원에게 “김치 더 주세요”가 통하는 이색적인 세계다.


같은 배, 다른 하루. 크루즈의 묘미다. 댄스 레슨, 퀴즈쇼, 탁구 대회, 노래자랑, 와인 시음…. 숨 돌릴 틈 없이 선상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매일 밤 펼쳐지는 공연도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뮤지컬과 트로트, 난타, 아크로바틱까지 장르도 다채롭다.

꼭 바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멍’ 때리는 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갑판 난간에 기대 석양이 비치는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 소리만으로도 시름이 잊힌다. 조깅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걸어도 좋다. 운이 좋으면 돌고래 떼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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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찍고 일본 찍고 다시 부산
하이라이트는 기항지 관광이다. 첫 정박지는 대만 지룽. 스펀에서 하늘 위로 풍등을 날리며 “살 안 찌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날 저녁 야시장에서 딤섬과 버블티, 펑리수를 섭렵하며 소원은 기각됐다.
이튿날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에서 대만 최고의 유물로 꼽히는 ‘취옥백채’를 관람했다. 옥을 배추 모양으로 깎아낸 정교함에 감탄했지만, 더 큰 탄성은 에어컨 바람에서 터져 나왔다. 명동을 닮은 서문정거리에선 망고 빙수로 대만의 열기를 잠시 식혔다.

일본 나가사키에선 원폭자료관과 평화공원을 둘러봤다. 여행 중 처음으로 숙연해졌다. “먹고 놀기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준다”는 한 승객의 말이 오래 남았다. 유럽풍 건물과 정원이 있는 글로버가든은 푸치니 3대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곳. 일본과 서양이 오묘하게 섞인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배 안에서 일주일을 보내니, 낯선 이와도 정이 든다. 마지막 날에 이르면 술잔을 기울이며 연락처까지 주고받는다. 이금희(64)씨는 “배에서 가족 같은 인연을 만들었다”며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크루즈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그사이 하루하루는 내가 만드는 여행이다. 객실 발코니에서, 갑판 위 선베드에서, 재즈가 흐르는 칵테일 바에서. 육지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가 바다 위에는 분명히 있다.

■ 여행정보
「 롯데관광이 일본 홋카이도 대표 항구인 무로란·쿠시로·하코다테를 방문하는 세레나호 상품을 내놨다. 9월 5일 부산항과 6일 속초항에서 각각 출발해 7~8일간 홋카이도를 일주한 후 돌아오는 일정이다. 세레나호에선 매일 밤 객실로 선상 신문이 배달된다. 다음 날 어떤 프로그램이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알려준다. 크루즈가 항해 중일 땐 통신망이 끊긴다. 선내 인터넷 와이파이는 7일 120달러(약 16만2000원)로 비싼 편이다. 뱃멀미가 심한 사람은 선미보다는 중간 정도 위치의 객실을 추천한다. 선내 온도는 18~20도 정도로 서늘하다. 면세점 쇼핑은 추가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마지막 날을 노리는 것이 좋다.
」
강석현 기자 kang.seokhy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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