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고 상처 안 주나?" 오은영이 반문한 이유
[이준목 기자]
가족보다는 타인의 일에 더 신경 쓰는 남편,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에 빠져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아내. 그리고 이러한 부모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깊은 상처를 받게 된 아들까지. 분열된 세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은 무엇일까.
6월 30일 방송된 MBC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남편, 아내 그리고 세 조각 난 관계, 삼산조각 부부'편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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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중 한 장면 |
| ⓒ MBC |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동네 이장으로 근무 중인 남편은 마을의 부흥과 화합을 위해서라면 매사 부지런하게 솔선수범하는 사람이었다. 아내는 바쁜 남편을 대신하여 딸기 농장 관리에서 살림까지 대부분의 집안일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아내는 허리협착증으로 수술을 받고 여러 가지 치료 약을 복용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바깥일에 신경 쓰기 바쁜 남편은 고단한 아내의 고충을 이해해 주지 못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사전 상의도 없이 마을 주민들을 집에 초청하기도 했다. 아내는 "나는 힘들어도 남편은 혼자 여유 있게 사는구나 싶다. 집에 들어오면 건강도 안 좋고 일단 눕고 싶은데, 남편의 일방적인 태도에 짜증이 난다"고 이기적인 남편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아내는 남편에게 임기가 끝나면 이장 일을 그만둘 것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며 이장 자리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아내는 가족은 늘 뒷전으로 여기고 무책임한 남편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부의 또 다른 불화 원인은 농사 수익 배분을 둘러싼 경제적 갈등이었다. 남편은 원래 하던 딸기농사를 아내와 차남에게 물려주고 홀로 새롭게 밭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이 농사로 얻은 수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현재 부부의 모든 생활비는 아내의 딸기 농사 수익으로만 충당하고 있었다.
또한 남편은 양파와 벼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재료비 등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빚이 생겼지만, 이를 갚지 않고 모두 아내와 차남에게 떠넘겼다. 현재 남편의 빚은 모두 아들이 대신 감당하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부자간에도 불화가 생겼다. 본래는 살갑고 다정했다는 아들은, 이제 한 집에서 아버지를 보고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몇 년째 대화도 없을 만큼 감정의 골이 쌓인 상태였다.
부부와 아들 세 가족은 한자리에 모여 모처럼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아들이 변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아들은 "아빠가 잘못한 거다. 그런데 왜 안 바뀌냐?"고 쏘아붙이면서 자신이 달라진 이유는 바로 아버지의 잘못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잘못을 저질러도 항상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표현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아들은 부모의 계속 불화에 지쳐서 본인도 다정한 아들이 되기를 포기하고 침묵을 선택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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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중 한 장면 |
| ⓒ MBC |
하지만 남편은 아들의 호소를 듣다가 도리어 발끈하는 반응을 보였다. 남편은 "아무리 부모가 잘못했어도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른에게 문제를 지적하는 듯한 아들의 말투에 불만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남편은 스스로를 신용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들이 말한 '약속'의 의미는, 아버지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가족은 늘 후순위였다는 것이다. 아들이 생각할때는 아버지의 인생에서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남편은 본인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 쓰임 있는 사람으로 존재해야만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삶의 행복과 존재감을 느낀다"면서 "이런 분들은 위신과 체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 남편이 저지른 잘못을 짚고 넘어가야 문제가 개선될 텐데, 체면이 중요한 남편은 자신의 잘못이 언급되는 게 불편한 것"이라며 "아들과 대화할 때 과거 이야기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수치심 때문에 아들의 가슴속 상처를 외면한다면 너무 늦어버려서 다시 되돌리지 못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둘째 아들은 어머니와도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아들은 과거 조카(부부의 손주)를 데리고 썰매장에 갔다가 사고로 조카가 다리를 다친 사건이 있었다. 과거 물놀이를 갔다가 큰아들을 사고로 잃을 뻔한 트라우마가 있던 아내는, 손주가 다친 데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둘째 아들을 크게 야단쳤다. 아들은 어머니의 일방적인 질타로 인하여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말투가 공격적이고,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려 한다. 제 의사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는데 자꾸 너는 잘못됐다는 식으로만 이야기하니까 대화가 안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자기만의 생각에 갇힌 아내는 오히려 아들이 자신에게 먼저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평소에 부정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했고, 심지어 아들에게까지 악담에 가까운 말을 늘어놓았지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이에 아들은 "엄마의 말투는 항상 가정하는 말이다. 그안에 사람을 가둬놓고 몰아세운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마음속 감정을 호소하는 아들에게 아내는 "내가 너희 아버지를 포기하듯이, 너도 포기하겠다"는 모진 말로 아들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아들은 "왜 그렇게 살가운 아들이 악마같은 아들도 변했는지, 아들이 왜 그랬을지 한 번이라도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하지만 아내는 "나한테만 그럴게 아니라 너도 깨달아야 한다"며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반박을 거듭했다. 다정다감하던 아들의 달라진 모습에 부부는 모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상황을 지켜본 오은영은 "아내가 둘째 아들을 손주의 사고를 초래한 '가해자'로 취급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핵심을 지적했다. 이어 "아들이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부모에게 대드는 게 아니라, 너무 아프고 깊은 상처에 절규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여기서 더 큰 상처를 받으면 마음의 문을 닫게되고 절망과 깊은 우울에 빠져서 이 집을 떠나고 싶어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둘째 아들이 조카의 사고에 대하여 당사자와 큰 형 내외에 사과하는 것은 맞지만, 엄마에게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이를 다치게 만들었다"는 아내의 잘못된 표현이 아들에게 큰 상처를 준 셈이 된 것이다. 이어 "가깝고도 중요한 관계에 비례하여 말 한 마디로 '상처의 깊이'가 더 깊어질 수 있다. 가족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아내가 평생을 올바르게 살아왔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자신이 그렇게 살아온 만큼 '나는 언제나 옳아'라는 생각이 있다"고 분석하며 "나랑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마주했을 때 고집스럽고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내는 내가 옳다는 오랜 신념을 뒤흔들려는 상대가 나타나면 거침없이 상처를 주더라. 그것을 보면서 '착하다고 상처를 안 주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아내에게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해도 언제든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를 위한 최종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먼저 남편에게 "앞으로는 이장보다,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가족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또한 남편의 통장을 공개하고 부부가 함께 소통하며 채무를 청산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남편은 "가정에 충실하게 가족이 원하는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아내에게는 앞으로 경제권을 가지더라도 사회적인 위신과 체면이 중요한 남편의 사정을 배려하라고 당부했다.
부부의 문제보다도 더 걱정을 자아냈던 것은 아들과의 관계였다. 부부는 그동안 아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건 솔직히 사과하고 앞으로 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송은 후일담에서 둘째 아들과 주고받은 문자를 통하여, 다행히 상담 이후 부부의 사과와 변화로 인하여 가족의 관계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며 훈훈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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