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조사 윤석열에 비판 쏟아지는데... <조선>의 비겁한 침묵

박성우 2025. 7. 1. 14:2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법기술'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하는데, 굳게 입 다물고 윤석열 입장 강조하기도

[박성우 기자]

지난 6월 28일, 전 대통령 윤석열씨는 12·3 위헌 계엄 관련 내란·외환 수사를 맡은 조은석 '내란 특검'에 처음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된 윤씨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 짧게나마 사과의 말을 남긴 것과 달리 침묵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윤씨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인 박창환 총경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경찰을 배제하고 검찰이 직접 신문하라'며 3시간 동안 조사실 입실을 거부하는 등 특검과 실랑이를 벌였다. 윤씨가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머물렀던 15시간 동안 실제 조사시간은 고작 5시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불법 계엄을 저지르고도 반성과 사과의 기미는커녕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임하는 윤씨를 향해 언론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동아> "아직도 본인 잘못 없다는 착각 못 벗어나"
<중앙> "내란 특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건 당연한 의무"
 보수 언론인 <동아일보> 역시 "尹(윤) "비공개 출석" "警(경) 조사 못 받아"… 대체 왜 이러는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출석 전부터 '비공개가 아니면 응할 수 없다'며 억지를 부리더니, 조사받는 도중에 피의자가 조사 담당자 교체를 요구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지난달 30일 <한겨레>는 사설에서 "사과는커녕 유치한 '법기술'로 어떻게든 특검 수사를 모면하겠다는 태도"라며 "검찰총장과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어찌 이리 졸렬한가"라고 힐난했고, 같은 날 <경향신문> 또한 사설에서 "지각 출석, 비공개 출석, '지하주차장 이용' 같은 몰염치한 특혜 요구도 모자라 조사 담당자를 입맛대로 선택하겠다는 게 내란 피의자가 할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보수 언론인 <동아일보> 역시 "尹(윤) "비공개 출석" "警(경) 조사 못 받아"… 대체 왜 이러는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출석 전부터 '비공개가 아니면 응할 수 없다'며 억지를 부리더니, 조사받는 도중에 피의자가 조사 담당자 교체를 요구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석 과정에서 사과나 반성의 말이 일절 없었던 점도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달랐다.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든 것도 마찬가지"라며 "전 국민이 불법 계엄을 지켜봤고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는데도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윤씨가 여전히 망상에 빠져 있다고 핀잔을 주었다.

<중앙일보> 또한 사설을 통해 윤씨에게 "법원의 체포영장 심사에서 내란 특검팀의 소환에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꾸짖으며 "내란 특검팀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며 사건의 실체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당연한 의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진영을 막론하고 특검 조사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윤씨에게 언론이 비판하는 가운데 묵묵부답하는 언론이 있다. 바로 <조선일보>다.

[조선] 내란특검 조사받는데도 윤석열 향해 비판은커녕 사설에 언급조차 안 해
 <조선일보>는 6월 30일에도, 7월 1일에도 사설에서 윤석열씨의 내란 특검 출석을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30일 지면 4면에는 윤씨의 내란 특검 조사를 보도하면서 "최장 150일… 尹부부 향한 '적폐 청산 시즌2' 시작됐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6월 30일에도, 7월 1일에도 사설에서 윤석열의 내란 특검 출석을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30일 지면 4면에는 윤씨의 내란 특검 조사를 보도하면서 "최장 150일… 尹부부 향한 '적폐 청산 시즌2' 시작됐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해당 보도는 윤씨를 향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연말까지 윤석열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 몰이가 이어지면 현 국민의힘 진영이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것", "국민의힘 측에선 이재명 정부가 향후 특검 수사에서 불거질 각종 논란을 국정 운영 동력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의심한다"라며 일방적으로 국민의힘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마치 내란 특검을 이재명 정부가 정치적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또한 같은 지면에서 '尹 "외환죄, 말이 되나… 특검이 국무회의 절차도 몰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외환죄 혐의를 부인하는 윤씨의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는 윤씨가 박 총경의 조사 참여를 문제 삼은 것을 전했으나 이에 대해서 비판하진 않았다.

결국 <조선일보>는 윤석열의 오만한 태도에 형식적인 비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굳게 다문 셈이다.

"아이들 얼굴 보기도 부끄럽다"는그 말, 지금은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
 같은 날 사설의 제목은 더욱 거세다. "2009년 4월 30일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자라나는 아이들 얼굴을 쳐다보기 부끄럽고, 우리에게 쏠리는 세계의 시선이 부끄럽다"며 "작년 2월 25일까지 안에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밖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대통령이 뇌물사건 피의자로 국민과 세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라고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묘사했다.
ⓒ <조선일보>
그렇다면 이전에는 어땠을까.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에 출석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지면 1면에 "위선과 독선… 虛像(허상)으로 가득했던 '노무현 정치'의 종말"이라는 표제 기사로 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사설의 제목은 더욱 거세다. "2009년 4월 30일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자라나는 아이들 얼굴을 쳐다보기 부끄럽고, 우리에게 쏠리는 세계의 시선이 부끄럽다"며 "작년 2월 25일까지 안에서 대한민국을 이끌고 밖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대통령이 뇌물사건 피의자로 국민과 세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라고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묘사했다.

사설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전직 대통령다운 도덕적 기준과 자존심은 이미 팽개쳐 버린 듯하다"라며 "대한민국은 '노무현 문제'를 철저히 청산하고 노무현 문제를 넘어서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거창하게 일갈을 가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건 언론의 당연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는 내란죄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을 향해서는 비판 한마디조차 못하는 것인가. 2009년 4월 30일이 그토록 부끄러웠다면 2025년 6월 28일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긴가.

<조선일보>의 침묵이 윤석열이라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것에 대한 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래서 너무 부끄러워서 말을 얹기가 힘든 것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지금껏 지켜봐 온 <조선일보>는 불행히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이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