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기대보다 우려가 큰 이유 셋

신정섭 2025. 7. 1. 14: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화려한 이력 뒤에 일렁이는 '비민주'와 '비전문가'의 그림자

[신정섭 기자]

▲ 대전시 총괄건축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작년 4월 3일, 이장우 대전시장으로부터 대전시 총괄건축가 위촉장을 받았는데, 올해 5월말 이재명 후보 공동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 대전시
지난 주말,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람이 없나?', '도대체 인선의 기준이 뭐지?', '대학 말고는 교육 현장에 대해 잘 모르는 분 같은데...'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전국 9개 거점국립대 최초의 여성 총장',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나름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프로필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외려, 총장 권력을 남용해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밀어붙였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또한 김대중 정부 때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인다. 김대중 정부 교육부는 2000년 12월 '지방대학 육성 대책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엔 "서울대 수준으로 지방 거점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 포함돼 있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전 출신으로 30년 넘게 지역 국립대 교수로 일하며 비수도권 대학의 현실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건 분명 장점일 수 있다. 그녀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한 것은 이른바 '충청 홀대론'을 불식시키고, '여성 30% 입각 지향' 의지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기대보다 우려가 큰 3가지 이유

첫째, 교육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갖추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라면 '망국병' 또는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교육 모순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근본적인 해결 방향성을 제시할 의지와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과연 적임자인지 의문 부호가 남는다.

이진숙 후보는 지방 국립대 총장을 지냈지만, 그녀가 올바른 교육 개혁의 목소리를 냈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밀어붙인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에 참여해 충남대-한밭대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그마저도 실패한 게 교육 개혁 시도인가, 아니면 대통령 선거를 딱 1주일 앞둔 지난 6월 27일에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에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한 게 개혁적 교육자의 모습인가.

물론, 교육부 장관이 꼭 교육 정책 전공자일 필요는 없고, 건축공학과 교수가 교육계 수장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이라면 한국의 뿌리 깊은 교육 모순에 대한 통찰을 지녀야 하고, 특히 '교육 모순'의 정점에 있는 경쟁교육 시스템과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 있어야 한다. 이진숙 후보는 고등교육은 잘 아는지 모르겠으나 유치원, 초등, 중등교육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둘째, 이진숙 후보에게 민주적 리더십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계의 이해관계 및 갈등을 조율하고 원만하게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녀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일방통행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벌써, 그녀가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마치 교육 개혁의 본체, 또는 전부라도 되는 것처럼 하향식 밀어붙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이진숙 후보자와 충남대 교수평의회에서 같이 활동한 적이 있는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는 29일 저녁 페이스북에 "이진숙 전 총장은 재임 기간 내내 충남대 구성원과의 소통에 실패했으며 민주적 리더십의 부재, 무능, 불통의 표본이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과 소통하고 교육의 공공성 및 다양성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게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사인지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충남대 총장 시절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학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정치적 논란만 키운 전력도 있다. 충남대 학생들이 2022년 8월 15일 밤에 중장비를 동원해 충남대 서문 인근에 평화의 소녀상을 기습 설치한 일이 있었는데, 이진숙 당시 총장은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5년간 공청회를 통해 학내 구성원 간 대화의 장을 열었는데 기습 설치한 건 잘못"이라고 말했으나, 충남대민주동문회는 "캠퍼스조형물설치·관리규정 제정 등을 핑계로 5년간 소녀상 건립을 방해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셋째,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민주․진보 교육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교육 정책을 전공하지 않았고 유․초․중등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확고한 교육철학과 민주적 리더십이 있다면 교육부 장관을 맡아 교육 개혁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대통령실이 언급한 "충남대 모교 출신의 첫 여성 총장을 역임한 분"이라는 수식어 외에 교육계 리더로서 자질과 덕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집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길에 사교육 해결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시 경쟁을 약화하기 위한 전략이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며 "공교육을 강화해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사교육(열풍)을 낮추는 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사교육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답변으로 느껴졌다.

많은 언론에 이진숙 후보자가 민주·진보 교육 의제라고 볼 수 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최초 제안자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해당 정책이 이어져 온 길을 쫓다보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와 국책 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추진한 정책 구상이다. 원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지역거점대학 육성정책'이란 개념이었는데, 대중적 홍보 차원에서 쉽게 풀어썼다고 봐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진숙 후보자가 한 일은 이 정책 구상을 이재명 캠프에 '전달'한 것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