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만난 이 대통령...그의 취임사 반복해 읽은 '영만 엄마'의 요청

전선정 2025. 7. 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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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새 정부에 묻다④] 세월호 유족 이미경씨 "적어도 왜 구하지 않았는지 알려줘야, 생명안전기본법 필요"

윤석열 정부의 문제는 내란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곳곳의 참사 피해자를 외면하고 방관했으며 때론 공격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을 맞아,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억눌렸던 이태원·제주항공·오송지하차도·아리셀·세월호 참사 피해자들로부터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들었다. <편집자말>

[전선정, 이희훈 기자]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고 이영만의 어머니 이미경씨.
ⓒ 이희훈
[기사 수정 : 7일 오전 9시 5분]
참! 영만아 엄마가 보내준 아디다스 새 츄리닝 한 벌 잘 받았지? 그 예쁜 걸 있을 때 입혀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어찌나 후회가 되고 아쉬운지...

단원고 4.16기억교실 3층, 2학년 6반의 오른쪽 끝 줄 두 번째 자리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영만군의 자리다. 어머니 이미경씨는 2021년 4월 12일 기억교실이 개관한 이후 꾸준히 아들 자리에 있는 방명록에 글을 남겨 왔다. 왜 '츄리닝'이었는지 묻자, 이씨는 11년 전 4월 이야기를 꺼냈다.

2014년 4월 23일 새벽 2시께 아디다스 츄리닝을 입은 영만군은 "영원히 잊지 못할 수습번호 124번"으로 참사 후 일주일 만에 진도 팽목항에서 엄마에게 돌아왔다. 이씨는 "자꾸 그게 생각나서요. 영만이가 그 츄리닝을 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새로 사서 불태워 보냈어요"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참사 직후에 팽목항에서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때, 엄마들이 별짓을 다 했어요. 어떤 엄마는 평소처럼 밥해놓으면 돌아온대서 안산 가서 밥 짓고 그랬어요. 애 아빠도 아들이 하도 안 오니까 '깨끗이 하고 영만이 맞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일요일 낮에 읍내에서 흰머리를 까맣게 염색도 하고 목욕탕 가서 씻고 팽목항으로 다시 왔어요. 근데 정말 그날 밤에 우리 영만이가 돌아온 거예요."

이씨를 지난 6월 19일 안산 단원구 4.16기억교실(세월호 참사 기억·추모 공간)에서 만났다. 노란 원피스를 입고 노란 팔찌를 찬 엄마는 그대로 재현된 아들의 교실, 아들의 자리에 앉았다. 그는 "지난 11년간 가슴이 짓눌렸던 4월을 보냈지만 올해 4월에는 윤석열이 파면되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견딜 수 있었다"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참사가 반복되고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생기고 있으니 이재명 대통령이 부디 그 고리를 끊어달라"고 당부했다.

"집권 내내 참사 윤석열 정부, 기대도 안 해"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고 이영만의 어머니 이미경씨가 아들의 자리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 이희훈
참사로부터 11년이 흘렀지만 아들 잃은 엄마의 아픔은 여전하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사실 너무 힘들다"며 아들의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낸 이씨는 "자식 잃은 아픔은 시간이 흐른다고 나아지지 않더라. 잘 지내다가도 마음이 확 무너지고 겁이 덜컥 나는 순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이던 윤석열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거나 기억식에 참석할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윤석열 정권 내내) 내내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나. 그들은 어떤 참사든 관심을 두지 않았고, 해결 의지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붙잡고 울면서 사정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진상규명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크게 실망했다"며 "11년 동안 보고 느낀 나만의 결론은 진상규명, 특히 대통령기록물 열람은 어려울 거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 건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로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박히지 않았나"라며 "만약 중간에 활동을 그만뒀더라면 다른 참사에도 사람들이 관심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식 잃은 부모는 정말로 뼈가 깎이고 피가 마르는 심정이에요. 최소한 자식이 왜, 어쩌다 참사에 희생된 건지는 밝혀줘야죠. '어떤 게 부족했고, 이렇게 해서 잘못했다'라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다면 10년 넘게 싸웠으니까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니까..."

이씨는 "적어도 아이들을 왜 구하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대처가 미흡했던 건지 알아내야 한다"며 "적어도 부모에게는 왜 그렇게 됐는지 알려줘야 아이를 보내고 슬픔으로 살아가는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잘못한 사람을 솜방망이로 처벌하니 계속 같은 일이 발생한다"라며 "죄책감과 책임감이 없는 정부나 정치권 사람들에게 너무 화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더해 이씨는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몇 번이고 읽었다"라며 "세월호 참사가 언급도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바뀔지)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참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사람이 더는 없어야 한다"라며 "재발 방지 대책과 참사 매뉴얼 등이 담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 참사의 고리를 끊어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뿐만 아니라 지난달 12일 장마철을 앞두고 방문한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세월호·이태원·오송지하차도 참사 다 피할 수 있는 재난 사고였다"며 "최소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28일 발표한 대선 정책공약집에도 안전에 관한 모든 사람의 권리와 정부의 책무를 법률로 규정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지난 4월 17일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첫 TV토론 후에는 "법률적 장애, 안보상 문제 등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원칙에 따라 (정부의 세월호 관련 문건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루 전 세월호 11주기 기억식에서는 "가급적 (기억식에) 참석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관련 기사: "대통령 되시면..." 세월호 아빠가 건넨 쪽지에 이재명의 답은 https://omn.kr/2d48v).

"11년 죽기 살기로 버틴 유족들... 두터운 지원 필요"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고 이영만의 어머니 이미경씨.
ⓒ 이희훈
이씨는 "곪으면 터지는 상처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안 좋아진다"며 "그동안은 진상규명 하나만 바라보고 죽기 살기로 버텼는데 작년부터 몸이 한계에 닿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의사로부터 "멀쩡한 장기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최근 기관지확장증이 심해져 피를 토하며 응급실에 실려간 뒤, 2016년 3월부터 유족들과 함께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활동도 올해 4월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멈추기로 했다.

"우리 반 학부모들을 6명이나 떠나보냈어요. 얼마 전에 ○○엄마는 쇼크로 돌아가셨고, 작년 가을에 ○○아빠도 급성으로 장기가 다 녹았다고 하고..."

이씨는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어 병 난 유족이 정말 많다"라며 "노래방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거나 공중목욕탕에서 물로 씻을 때나 주위에서 모르니 펑펑 울 수 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큰 아들도 참사로 동생을 잃은 후 입학한 대학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쿵쾅쿵쾅댔다고 한다"라며 "그때 아들이 술을 많이 먹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씨는 "(2017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었을 때 우리 극단(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을 초청해 공연을 하기 전,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같이 이야기하고 밥을 먹은 적이 있다"라며 "유족들의 아픈 심정을 잘 어루만져주고, 함께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던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가 사회적 참사를 겪은 피해자들에게 더 두텁게 의료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라며 "특히 세월호 참사 생존자·유족들의 몸·정신 상태에 대한 전반적인 전수조사를 해 정확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아들 이름으로 '연극상' 만든 이유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고 이영만의 어머니 이미경씨가 아들 자리의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다.
ⓒ 이희훈
엄마는 너를 생각하며 이제는 슬픔보다는 희망을 그리고 너의 이름으로 꿈을 말하고 싶어. 슬프지만 세상에 영만이의 빛을 비추는 사람으로 이제는 더 강하고 더 멋진 엄마가 될게.

지난 11년이 오로지 좌절의 시간이었던 건 아니다. 2024년 5월 9일 "미소천사 영~마이"에게 남긴 방명록의 다짐처럼, 이씨는 "영만이의 이름으로 희망과 꿈을 말하는 강하고 멋진 엄마"로 활동해왔다. 그중에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유족들과 모여 밥을 먹고 노래를 연습하는 '4.16합창단'은 이씨에게 큰 힘이 됐다.

이씨는"유족들과 노래를 부르다 울기도 했고 서로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며 "합창단 공연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게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젠 건강 때문에 잠시 멈춰야 하지만 극단 활동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씨는 아들의 이름을 딴 '이영만연극상'을 제정했다.

그는 "2023년부터 영만이 생일인 2월 19일에 세월호 참사가 남긴 가치를 잘 구현한 연극인과 작품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 중에 가장 힘든 날이 원래는 영만이 생일이었는데 상을 만들고 나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영만이를 기억하고 축하하는 기쁘고 의미 있는 날이 됐다"며 "영만이 이름으로 어려운 조건에서도 연극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는 것도 뿌듯하더라"라고 미소를 보였다.

이씨가 초등학교·중학교·노인정 곳곳을 다니며 안전교육강사로 활동한 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엄마들과 3년 전에 초등학교 40곳 정도에서 안전교육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세월호 가족들이 누구보다 안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제 주변 세월호 엄마들은 아이를 기억하고, 참사가 잊히지 않는 방법을 찾아요. 어떤 엄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에게 장학금을 몇 년씩 주기도 해요. 방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아요.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든 세상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고 이영만의 어머니 이미경씨
ⓒ 이희훈
'엄마 이미경'은 '아들 이영만' 꿈을 이어받아 세상과 만나고 있다.

"8살 영만이가 꿈꿔온 세상이 있어요. '나도 나. 너도 나. 모두 모두 나다.' 영만이가 꿈꿔온 세상처럼 사회적 참사라는 커다란 슬픔 앞에서는 모두가 연대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요."

[기획 : 참사, 새 정부에 묻다]
[①이태원 참사] 울보 아빠, 대통령 보고 또 울었다 https://omn.kr/2e5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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