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서도 지명 철회 요구...이진숙 교육부장관, 적임자 맞나

심규상 2025. 7.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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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충남대 소녀상 대응부터 AI 교과서 "혼란 최소화" 입장까지...교육 철학 부재·개혁과도 거리 멀어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6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의 이력과 과거 성과, 특히 충남대학교 총장 재임 시절의 논란 그리고 장관 후보자로서 제시한 포부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보수적 교육관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개혁적 후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이 후보자의 교육 철학은 기득권의 유지와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력

이 후보자의 이력은 화려하다. 유수의 교육연구기관에서 오랜 기간 재직하며 다양한 정책 연구에 참여했다. 교육부의 주요 위원회 활동 경력 또한 풍부하며, 여성 최초로 국립 거점대학의 총장을 역임하며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이력만 놓고 보면 교육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폭넓은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그의 이력은 '개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의 연구 이력은 대부분 기존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 평가 방식 개선 등 현행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인 개선을 꾀하는 데 집중돼 있다. 교육계의 근본적인 문제, 즉 고질적인 입시 경쟁, 사교육 과열, 지역 간 교육 격차, 학벌주의 등의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나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한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는 기존 시스템의 옹호자로서, 안정적인 운영을 강조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변화만 추구해 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그가 교육 현장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보다는, 관료주의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데 익숙한 인물임을 시사한다.

소녀상 철거 과정에서 보여준 '시대 인식 부재'
 2022년 8월 15일 밤 충남대학교 학생과 동문 등은 국립대학교 최초로 충남대 서문 인근 교정에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또한 충남대학교 총장 재임 시절 교육 철학의 한계와 시대 인식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들도 존재한다. 특히 교내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논란은 보수적이고 경직된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2022년 광복절, 대학 측의 허가 없이 기습적으로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시설물"이라면서 철거를 요구했다.

물론 대학 내 시설물 설치에는 절차와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소녀상이 가진 역사적·사회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불법 시설물'로 치부하며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에 불과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과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생각했다면, '절차적 정당성'만을 내세우기보다는 학생·동문·시민사회와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했다. 이같은 그의 태도는 과거사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이자, 젊은 세대의 역사의식과 사회 참여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상삼 충남대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소녀상 설치 당시 충남대총장이었던 이 후보자는 공문을 통해 시일을 정해 놓고 철거를 요구했다"라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을 철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할 만큼 역사 의식이 결여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추구하는 억강부약 대동세상(모두가 평등하고 조화롭게 잘 사는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충남대민주동문회는 7월 1일자로 이 후보자의 교육부장관직 임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변화' 없는 '안정' 지향 정책 추구?

이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서 내놓은 포부 또한 '개혁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미흡하다. 그는 대체로 '교육의 질 향상' '미래 인재 양성' '균형 있는 교육 발전' 등 누구나 동의할 만한 추상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을 뿐,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혁신적인 로드맵이나 과감한 정책 제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가장 대표적인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 후보자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거점 국립대의 교육 환경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내용이 과연 정책의 지속성과 사회적 합의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이 후보자는 충남대 총장 재임 시절 한밭대와의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충남대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부족과 양 대학 간 비전 불일치가 불거지며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글로컬대학 사업 연계 실패와 상호 신뢰 붕괴로 지난해 최종적으로 통합 논의가 무산됐다. 이는 이 후보자가 변화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을지언정, 실제 변화를 주도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통솔력을 갖췄는지 의심케 한다.

'공교육 신뢰도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목표 또한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교육 시장의 비대화는 단순히 대학 서열화 문제만이 아니라, 고질적인 입시 제도와 공교육의 경쟁력 부족에서 비롯된다. 이 후보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현상 유지의 틀 안에서 부분적인 개선만을 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논란 많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보급에 대한 안일한 인식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6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이 후보자가 '미래 교육'의 핵심으로 언급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보급에 대한 그의 인식은 더욱 우려스럽다. 그는 AI 디지털 교과서 관련 현장의 혼란을 인지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교육적·정책적 효과도 있다"며 즉각 폐기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은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 교육의 내용, 방식, 평가 그리고 교사의 역할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거대한 과제다.

현재 AI 디지털 교과서는 졸속 추진, 콘텐츠의 질 논란, 저작권 문제, 교사 연수의 부족, 디지털 기기 보급 격차로 인한 교육 불균형 심화 우려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현장 혼란 최소화"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그가 미래 교육의 본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지도력과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이 후보자는 그동안 쌓아온 이력과 경험에도, 정작 직면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이를 해결할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의 교육 철학은 안정과 효율이라는 명목 아래 현상 유지를 꾀하고 있으며, 과거 충남대 총장 시절의 소녀상 논란처럼 시대적 가치와 사회적 소통에 대한 경직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에는 과거의 답습이 아닌, 과감한 혁신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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