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소방차 줬더니, 소방장비 5800억원어치 사 갔다
해외로 보낸 낡은 소방차들이 국산 소방장비의 수출을 이끌어 내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재난대응 능력을 높여주기 위해 한 일이 의외의 성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소방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얘기다.
소방청은 지난 2004년부터 개도국에 사용한 지 10년 이상이 지난 불용(不用) 소방차와 각종 소방장비를 지원해 왔다. 내용연수는 다 했지만,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이다. 소방청 정광복 장비정책계장은 30일 “현재까지 필리핀과 페루 등 31개국에 1129대의 각종 소방차량을 지원해 왔다”며 “중고라고는 하지만, 소방펌프차나 물탱크차 같은 소방차량은 대당 가격이 최소 3억5000만원 이상이어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한국산 소방차량·장비에 익숙해진 현지 소방 당국들은 앞다퉈 K-소방장비를 사가고 있다. ‘박씨 물고 온 제비’처럼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파생 수출액은 5839억원에 이른다. 한국산 소방차량의 최대 수입국인 필리핀(802대 구입) 역시 불용 소방차 163대를 통해 K-소방 장비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건설형 프로젝트’ ODA가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 소방 관계자들이 현지 상황에 맞춰 아예 소방서와 종합상황실, 정비센터 등 한국식 소방행정타운을 지어주는 사업이다. 이곳 역시 K-소방장비들로 채워진다.
K-소방제품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의외의 현장에서 쓰이기도 한다. 한 예로 몽골에 수출된 소방용 보안경(32만9600개) 중 상당량은 현지 광산 등에서 쓰인다. 몽골의 아리윤부얀 검자바브 재난관리청장은 “한국의 장비와 훈련 덕에 소방진압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며 “장기 대출 등을 통해서라도 한국산 장비를 들여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소방청도 K-소방산업 활성화에 OD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소방청 윤상기 장비기술국장은 “ODA를 통해 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충분히 알려 K-소방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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