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방비 5%’ 압력과 한·미동맹 관리의 정석

2025. 7. 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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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한국국가전략학회 회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중국을 최대 군사위협으로, 북한을 그다음 군사위협으로 상정한다. 이런 군사위협 인식을 가진 미국이 최근 한국에 공동 위협 대응책 마련과 함께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이재명 정부의 최대 안보·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방비의 대폭 인상 요구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기에 앞서 우리는 한·미 동맹의 2대 요건인 군사위협을 공동 평가하는 일과 공동 대응 국방전략을 수립하는 일로 나눠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이 당면한 공통된 군사위협은 무엇인가. 최근 국제정세는 세기적 변곡점에 와 있다. 세계정세는 탈냉전 이후 ‘외교의 시대’를 지나 러·우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이란 전쟁,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등 ‘신냉전과 전쟁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 국제질서, 신냉전·전쟁시대 진입
위협평가·대응전략 공유가 필수
그에 부합하는 국방비 산출을

이태우 외교부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기념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미국은 2022년부터 국가안보전략(NSS)에 러시아보다 중국을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자’로 규정하고, ‘국제질서를 힘으로 재편하려는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 임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미·중 패권 경쟁에 집중하려 한다. 이를 위해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원국들의 국방비를 2035년까지 GDP의 5%로 인상하도록 요구해 스페인을 뺀 다른 나라들에 관철했다.

반면에 한국은 정권에 따라 북한 핵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과 강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보수정부는 일정 부분 미국의 중국위협론에 공감했으나, 진보정부는 중국위협론에 동조하기를 꺼렸고 그런 태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공동 국방전략 수립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사태를 사전에 억제하고 유사시 중국의 목적을 좌절시키기 위해 인·태 전략을 세우고 일본·필리핀·호주·인도까지 연대해 중국을 봉쇄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급증하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해 진보정권은 북한과 대화를 우선시하고 싸우지 않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주장한다.

이처럼 위협관과 대응 전략의 차이를 그냥 두고는 한·미동맹이 유지되기 어렵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동맹관 하에서 동맹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한·미 양국 지도부는 위협관과 대응 전략을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 뒤에 공동 대응전략을 이행하는 데 소요되는 국방비를 산출하고, 한·미의 임무 분담과 분업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4월 17일 백악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동맹국과의)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라고 말하고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도 강조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측은 오랫동안 한국의 국방비 지출 수준에 불만이 있었다. 한국은 미국에 주한미군 2만8500명의 지속적 주둔, 주한미군의 평균 3년 근무, 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근무, 한·미 연합훈련의 지속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면서 한국은 군 병력 규모를 60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병사 복무 연한을 18개월(육군·해병대 기준)로 단축했다.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미국의 안보 제공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불만이 트럼프 정부 들어 분출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에 한국의 국방비가 GDP의 약 2.5%(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포함)였는데, 북한이 100기의 핵무기를 갖고 미국과 한국을 협박하고 있는 지금도 한국의 국방비가 GDP의 약 2.5%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급증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미국의 억제력에만 의존해온 방증으로 미국은 여긴다.

한국이 국방비를 인상한다면 한국의 독자적 북한 핵 억지력 개발, 북한의 전략타격 목표들을 파괴하기 위해 킬 체인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무인기 등 군사력의 첨단지능화, 미국산 키홀(Key Hole) 조기경보 정찰위성 도입, 핵과 재래식 통합 전쟁 지휘통제체제 구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트럼프의 방위비 5% 인상 요구를 한·미동맹의 공동 위협분석과 공동 대응전략 수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전략 동맹 파트너로서 든든한 신뢰를 얻어야 할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한국국가전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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