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지운 구단에 미래 없다' FC서울, 팬 지적에 귀기울여야

프로축구 FC서울 서포터스는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경기 내내 “김기동 (감독) 나가“를 외쳤다.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36)의 포항 이적 결정에 대한 분노 표시였다. 이들은 킥 오프에 앞서 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구단의 생명력이 다 했다”며 향을 피우고 모의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서울이 4-1로 대승을 거둔 후에도 서포터스는 분을 풀지 않았다. 일부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단 버스를 막아 섰다. 한 시간 가까이 대치하다 김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1일에 팬들과 간담회를 갖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비로소 길을 터줬다. 경기에 앞서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 서포터들은 전·후반 90분 내내 줄곧 기성용과 또 다른 레전드 고요한의 개인 응원가만 불렀다. 고요한과 데얀(몬테네그로)은 SNS에 팬들이 올린 글(‘레전드를 지운 구단에게 미래란 없다’ 등)을 공유했다.
서울 팬들이 기성용의 이적 소식 만으로 분노한 건 아니다. 지난 20년 간 박주영과 이청용, 데얀, 아디(브라질), 오스마르(스페인) 등 핵심 멤버로 활약한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이적 또는 은퇴를 종용한 상황에 대한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 폭발한 것에 가깝다.
![FC서울에서 활약하던 박주영과 이청용은 울산으로 떠났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30/joongang/20250630180249060uqin.jpg)
서울 유니폼을 입고 3시즌 연속 득점왕(2011~13)에 오른 데얀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뒤 2018년 라이벌 수원 삼성으로 떠났다. 서울에서 10년간 뛴 박주영은 2020년 시즌 종료 후 구단의 유스팀 지도자 제의를 거절하고 울산으로 건너갔다. 이후 울산에서 은퇴해 코치로 재직 중이다. 서울은 2020년 독일에서 복귀한 이청용과의 계약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하다 울산으로 보낸 이력도 있다.
![FC서울 팬들은 경기 내내 “김기동 나가”를 외치며, 구단 레전드 기성용을 포항으로 떠나보낸 김기동 서울 감독과 구단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30/joongang/20250630180249608rgtu.jpg)
헌신한 팀에서 은퇴해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존중 받는 김주성(부산), 윤성효(수원), 이동국(전북) 등과는 다른 행보다. 김기동 감독도 포항에서 마흔 살까지 뛴 뒤 레전드로 박수 받으며 유니폼을 벗었다. 올해 말까지 6개월만 더 뛰고 은퇴할 계획이던 기성용의 이적을 허락한 서울의 결정에 대해 “예우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프로축구 FC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 프로축구연맹]](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30/joongang/20250630180250034ulrk.jpg)
축구 관계자들은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성적 뿐만 아니라 전통도 필요하다”면서 “단기적인 성적 만을 고려해 상징적인 선수를 떠나보내는 건 근시안적 결정”이라 아쉬워한다. 실제로 기성용은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해 유럽 무대에 진출한 뒤 국내 복귀 시에도 다른 팀의 러브콜을 모두 뿌리치고 친정팀 서울행을 고집한 선수다. 구단이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 은퇴와 그 이후까지 세심하게 관리했다면 팬들의 분노와 눈물을 박수와 환호가 대신하지 않았을까.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른세끼 굶고 '전국구' 됐다…이 대통령 '별의 순간' 쥔 그날 광화문 [이재명, 그 결정적 순간들
- 이재명 힌트 주자 2조 몰렸다…"생활비로 쓰라" 배당주 꿀팁5 | 중앙일보
- "그들은 거물 정치인 됐다"…간첩이 만난 'SKY 출신' 누구 | 중앙일보
- 속옷에 숨겨 오더니…"집단투약 후 성관계" 강남 남성 수면방 실체 | 중앙일보
- 몇시간 뒤 비행기 타는데…인천공항서 추락 사망한 외국인, 무슨 일 | 중앙일보
- "마동석인 줄" 64세 정성호 팔뚝 깜짝…뜻밖의 이력 화제 | 중앙일보
- 다리 저는 말 우승시켰다, 혈통마=승리 공식 깬 전설의 은퇴 | 중앙일보
- 타이거 우즈 곧 재혼하나…상대는 트럼프 전 맏며느리 | 중앙일보
- 당뇨병 환자 250만명 넘었다…"설탕세 내자" 말 나온 이 나라 | 중앙일보
- "내 아이가 50명이라니"…정자 기증한 남성 충격, 무슨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