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입고 있는 건 '유령 노동자'가 만든 옷일지도 모릅니다

전소영 2025. 6. 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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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기획 - 최저임금, 올리고 넓히고 고치자 ④] 최저임금도, 4대 보험도 없는 봉제공장의 현실

민주노총은 2025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이 왜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임금 노동자’라는 이름조차 빼앗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법의 보호 바깥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의 청년 알바 노동자,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의 반대편에 세워진 듯한 영세상공인들. 민주노총은 서로 다른 이름의 을(乙)들이 목소리를 통해, "최저임금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기자말>

[전소영]

 제가 일하는 곳은 봉제공장입니다.
ⓒ jwill14 on Unsplash
오늘도 재봉틀 앞에 앉습니다. 저는 화섬식품노조 봉제인지회 전소영이라고 합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손에 잡는 것은 천 조각이고, 퇴근 전까지 놓지 않는 것도 바늘과 실입니다. 실이 감기고, 바늘이 천을 뚫고 지나가는 반복되는 소리 속에서 하루가 시작되고, 또 그렇게 끝이 납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봉제공장입니다.

누군가는 '작업실'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그냥 '공장'입니다. 고정된 월급도 없고, 근로계약서도 없습니다. 제가 받는 임금은 만든 수량만큼 주어집니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많이 만들어도, 그날의 수입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일은 하지만, 기준은 없습니다.

그래도 성수기에는 조금 숨통이 트입니다.

일이 많고, 공장도 분주해집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재봉틀이 쉴 틈 없이 돌아갑니다. 어떤 날은 12시간, 어떤 날은 14시간을 넘기기도 합니다.

몸은 고되지만, 그 시기에는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준의 수입을 벌 수 있습니다. 밀린 공과금도 내고, 장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성수기를 버티며, 자연스럽게 다가올 비수기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삶도 달라집니다.

비수기가 오면 공장은 조용해지고, 전화기는 울리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기다려도 일거리는 오지 않고, 소득은 '0'이 되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며칠, 몇 주가 지나면, 이내 통장은 텅장이 되고, 냉장고도 텅 비어갑니다.

'기준 밖'의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

해마다 뉴스에서는 다음 해 최저임금이 얼마로 오를지 전합니다.

숫자가 오를 때마다, 그것이 마치 모든 노동자의 삶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도됩니다. 그러나 봉제공장 안에서는 그 숫자가 무색합니다. 많은 봉제인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간당 얼마라는 기준은, 하루 종일 재봉틀 앞에 앉아 일해도 단가만큼밖에 받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남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기준 밖'의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때로 생각해 봅니다. 만약 지금의 현실에 현행 최저임금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요?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저희의 생계를 온전히 꾸려 나가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성수기에 하루 12시간 넘게 일해 번 돈보다 적을지도 모릅니다. 현 제도가 상정하는 '생활비'와 저희가 실제로 감당하는 생계비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최저임금 적용'만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최저생계비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임금 기준과 보상이 절실합니다. 단가는 더 이상 기준이 되어선 안 됩니다. 누군가가 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시간, 기술, 정성과 그 노동의 무게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저희는 매일이 불안하지 않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빈곤으로 내몰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아직도 4대 보험 바깥에 있습니다. 아파도 병원 가는 것이 망설여지고, 사고가 나도 산재는 남의 이야기입니다. 오래 일해도 국민연금도 없고, 쉬는 날에는 무소득자일 뿐입니다. 실업급여, 유급휴가, 출산휴가 같은 단어들은 뉴스에서나 들리는 말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최저임금'은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제 손끝에서 만들어진 옷이 누군가의 일상이 되어가는 모습을 봅니다. 하지만 왜 저희는 그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하는 걸까요? 왜 아직도 제도 밖에 머물러야만 하는 걸까요? 언제까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살아 있지만 투명한, 그런 '유령 노동자'로 불려야 하는 걸까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최소한 일한 만큼은, 기준안에서 보호받아야 합니다. 단가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제도, 생계를 꾸릴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 그리고 그에 걸맞은 보상. 그것이 저희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최저임금'입니다.

저희는 옷을 만드는 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삶은, 누구보다 정당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섬식품노조 봉제인지회 전소영씨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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