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춘식 '제3변제' 판결금 신청, 위조 결론... 자녀 2명 불구속 송치
[김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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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 이춘식(2025년 1월 작고)씨와 고 김규수 씨부인이 2018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 유성호 |
30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광주서부경찰서는 최근 사문서 위조 및 동 행사 혐의로 이 할아버지의 자녀 A·B 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 할아버지가 판결금 수령을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 쪽에 제출한 신청 서류가 자녀들에 의해 위조됐다고 판단했다.
장남 이씨 주장대로 동생 A·B 씨가 실제로는 판결금 수령을 위한 서류인데, 병원 관련 서류라고 이 할아버지를 속여 서명을 적는 공간에 성(李)씨를 한문으로 적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해서 작성된 서류를 정부 재단에 제출한 뒤 지난해 10월 30일 판결금을 수령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문제의 신청서 위조가 이뤄진 곳은 지난해 10월 이 할아버지가 입원 중이던 광주 한 병원으로 판단했다. 당시 이 할아버지는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투병 중이었다. 신청서가 작성된 병실에는 이 할아버지와 자녀 A·B 씨 등 3명만 있었다고 한다.
관련 서류 양식은 제3자 변제 방침을 밝힌 외교부와 지급 실무를 맡은 정부 재단 관계자가 함께 가져다준 것으로 조사됐다. <오마이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광주 서구을)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윤석열 정부 외교부는 2023년 3월 3자 변제 방침 발표 직후 행안부와 정부 재단에 "정부 발표에 따른 후속 조처가 원활히 이행되도록 적극 협조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한 뒤 줄곧 한몸처럼 움직였다.
이 할아버지 자녀 A·B 씨 가운데 1명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또 다른 1명은 처벌을 감수하고 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 사건에 외교부 내지 정부 재단의 공모 또는 교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관련 혐의가 확인되지 않자 자녀 2명만 검찰에 송치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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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식 장남의 눈물 "난 3자 변제 지급 알지 못한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 장남 이창환씨(가운데)가 2024년 10월 3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친의) 현재 상태는 정상적인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서 "나는 (부친이) 제3자 변제를 수령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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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23년 3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
| ⓒ 공동취재사진 |
"정부, '이춘식 3자 변제' 취소하고 당시 업무 적정성 감사해야"
고 이춘식 할아버지의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소송의 대리인이자, 이번 사문서위조 사건 고발인 이창환씨의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이춘식 어르신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는 첫 법적 판단이 이뤄져서 다행"이라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위조된 서류를 바탕으로 부당하게 제3자 변제절차를 진행했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외교부는 이춘식 어르신에 대한 제3자 변제 절차 취소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또한 당국은 재단 직원이나 공무원들이 사문서위조행위를 방조하거나 교사했는지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105세를 일기로 운명한 이 할아버지는 1943년 이와테현에 위치한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로,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 판결을 통해 해당 전범기업에 대한 위자료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본제철이 배상하지 않고 버티는 와중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2023년 3월 소위 '강제징용 관련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 해법'(제3자 변제)을 발표하고, 피해자 쪽 반대에도 이를 밀어붙였는데, 이 할아버지의 경우 2024년 10월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3억 원의 판결금을 수령했다.
일제 피해자 지원단체에선 지난해 10월 이 할아버지 쪽 판결금 수령 때는 물론 양금덕(95·광주) 할머니 판결금 수령 때도 뒷말이 나왔었다. 고령의 피해자 2명 모두 치매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는 정부의 3자 변제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두 피해자는 정부의 3자 변제 방침 발표로부터 석 달 여 흐른 2023년 6월 "굶어 죽어도 동냥한 돈은 받지 않겠다" "일본을 혼내야지 대통령이 왜 호응하느냐"는 취지로 정부를 매섭게 비판했다.
두 사람의 판결금 수령이 피해 당사자의 실제 뜻에 따른 것인지, 판결금 지급 과정에서 외교부나 정부 재단이 부당하게 개입한 건 없는지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단독] 경찰,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3자 변제 지급건 수사 https://omn.kr/2ch2e
-이춘식 할아버지 장남의 눈물 "난 제3자 변제 수령 알지 못한다" https://omn.kr/2arpr
- 3자변제 기관 "양금덕 할머니 자녀와 협의... 오늘 입금" https://omn.kr/2ao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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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보다 10일 앞선 3월 6일 강제동원 관련 소위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2023. 3. 16 |
|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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