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보다 중요한 건 주식 안 해도 되는 사회

이성윤 2025. 6. 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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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청년 정치에 발을 들였던 두 사람이 이제 30대를 지나며, 지금의 청년세대가 ‘더 나은 기성세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지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성윤 기자]

▲ 중동 불안에도 장중 3000선 돌파 코스피가 장중 3000을 돌파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호황을 맞아 뜨겁다. 지난 4월 2300 아래로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불과 3개월 만에 3000을 넘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삼았던 이재명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면 경제도 살고, 기업도 제대로 성장·발전하는 선순환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23일 민주당은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출범을 예고했다. 정부와 여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정부, 여당의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에 가장 뜨겁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2030 청년 세대다. 최근 2030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식과 관련해 현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첫 세대로 평가받는다. 비싼 집값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으며 자산 불평등도 극심해지고 있다. 한창 비트코인이 붐을 일 때 청년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마지막 열차'라는 표현이 돌면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청년들이 급속도록 증가했다.

주식에 관심이 없던 2030 세대가 본격적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든 것도 지난 코로나 시기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동성 자금이 풀리면서 코스피가 단기간에 3300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에 탑승하지 못했던 청년들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 열차'라면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영끌', '빚투'는 당시 청년들이 대거 주식 시장에 뛰어든 현상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지금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혼과 빚을 끌어모아 주식 시장에 투자했을 정도로 청년들은 절실했다.

그러나 주식 투자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2021년 6월 3300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1년 3개월 만에 2100으로 주저앉았다. 청년들은 주식도 환불이 되냐면서 아우성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었다면서 주식에 물렸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배됐다. 투자 실패로 빚을 떠안게 되면서 당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청년들이 급증한 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었다.

한국 청년들이 '마지막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던 시기, 유럽 청년들은 주식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청년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주식 예능 '개미는 뚠뚠'에 출연한 방송인 줄리안씨는 "유럽은 복지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굳이 뛰어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 노후 대비 등을 위해 리스크를 떠안고 투자해야 하는 한국 청년들과 달리 복지가 좋은 유럽에선 빚을 떠안고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자본시장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 현재로서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 여당의 행보에는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지나친 기대감으로 투자 심리를 부추기는 모습들이 적잖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 공약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 거래소의 수수료 인하 등을 내세웠다. 여기에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은 공공연하게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우상향하면서 청년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냥 쉬는 청년들이 5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 3월 청년 실업률은 코로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들은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정부는 마땅한 청년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 5000 시대는 청년들에게 다시금 막차 열차 탑승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경제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나 진짜 좋은 사회는 코스피 5000 시대가 아니라 주식 투자하지 않아도 집 걱정, 노후 걱정을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심각해져 가는 자산 불평등과 중소기업 월급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투자를 부추기고, 청년들은 작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어든다.

위험한 걸 뻔히 알면서도 불 구덩이를 향해 뛰어드는 걸 "불나방 같다"고 표현한다. 며칠간 지속된 불기둥(매수세가 강해지면서 강세로 끝맺는 양봉)에 희망을 걸고 뛰어드는 지금의 한국 현실이 꼭 불나방 같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현재는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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