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가 평화무대로... 북녘땅 보이는 곳에서 울려퍼진 '아리랑'
[전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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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월돈대에 펼쳐진 평화음악회 포스터. |
| ⓒ 전갑남 |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곳 강화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마을엔 견디기 힘든 소음 전쟁이 있었다. 특히, 접경지역은 북한 쓰레기 풍선과 함께 대남 확성기를 통한 도발이 이어지고 있었다.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내보내면서 애먼 주민들만 소음 지옥 속에 빠져들었다. 밤잠을 설치고 생활 리듬마저 깨졌다.
새 정부에서 전단 살포 금지와 함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에서도 대남방송을 자제하고 있단다. 천만다행이다. 지난 6월 28일(토) 오전 10시 30분, 북녘땅이 바라보이는 망월돈대에서 강화 더리미미술관 주최 평화음악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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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군 하점면 망월리에 있는 망월돈대이다. 인천시문화재 자료 제11호. |
| ⓒ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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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푸른 들판과 망월돈대. 한 폭의 그림 같다. |
| ⓒ 전갑남 |
'돈대'는 자연지형을 활용한 군사 요새이다. 세워진 위치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행사날,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 했다. 장마철 일기예보는 종잡을 수 없다. 먹구름을 잔뜩 머금은 하늘이 곧 비를 뿌릴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이날 음악회에 앞서 황평우 교수(동국대)의 돈대에 대한 짧은 강의가 있었다.
"지금은 네모반듯한 돈대지만, 원래 모습과는 다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름달 모양의 원형 구조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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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대에서 펼쳐진 이색적인 연주회. |
| ⓒ 전갑남 |
이러한 망월돈대에서 대북 전단을 날리고, 조류에 따라 페트병을 이용한 쌀, 1달러 지폐, 유인물 등을 살포하다니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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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인조 더리미 클래식앙상블이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있다. |
| ⓒ 전갑남 |
행사가 시작하던 오전 10시 반. 오락가락하던 비가 잠잠해졌다.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관객들은 돈대 위 삼삼오오 걸터앉았다.
음악회 주인공은 더리미미술관의 클래식앙상블이다. 미술관은 강화군 선원면에 있는 사립미술관으로 작품실, 민속관, 워크룸, 카페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1층 전시실은 아르브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더리미미술관은 1996년 개관 이래 미술품 전시뿐만 아니라 연극 공연을 비롯한 음악회, 인형극, 미술 체험학습, 미술치료 등 관람객을 위한 휴식과 지역문화를 선도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이올린1(송승희), 바이올린2(유리), 비올라(양지현), 첼로(이혜영) 4인조로 구성한 앙상블은 지역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으로부터 작은 예술공간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매월 마지막 금요일 지역주민과 관광객과 함께하는 연주회를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북녘땅 보며 메시지를 보내다 "평화여 속히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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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악가 소프라노 이주혜 |
| ⓒ 전갑남 |
코리아나가 부른 88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 연주는 남북이 서로 손에 손잡고 평화로 함께 나아가는 상상에 빠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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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대에서 펼쳐진 이색적인 연주회. |
| ⓒ 전갑남 |
나는 몇 년 전, 이탈리아 베로나 경기장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한때 로마 검투사들이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웠던 유서 깊은 경기장에서 오페라, 록 콘서트, 연극 등을 공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원후 30년에 지어진 유적지를 가장 인기 높은 명소로 활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날도 그랬다. 강화 국방유적지 하나인 돈대에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음악회가 열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뜻깊은 행사였다. 북녘땅이 바라보이는 망월돈대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회는 가슴이 뜨거워지기에 충분했다.
"전쟁은 가고, 평화여 속히 오라!"
연주자는 물론 함께한 관람객 모두가 기원한 바람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in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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