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환경부차관, 과연 적절한 인사인가

이경호 2025. 6. 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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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한승 차관 임명에 쏟아지는 비판... 이재명 정부 '4대강 재자연화와 수질개선' 공약 이행 가능하겠나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대전 3대 하천에 대규모 녹조류가 창궐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대전시가 진행한 대규모 준설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이재명 정부가 지난 26일 금한승 전 국립환경과학원장을 환경부차관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환경운동진영에서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금 차관을 두고 "환경정책 전반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했다며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에 잘 대응해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환경부가 회복해야 할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한승 차관은 윤석열 정부 시절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냈다. 바로 이 시기, 환경과학원은 4대강사업의 실체를 왜곡하고 정부 정책에 유리한 흡사 '청부과학' 보고서를 반복 발표하며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인사를 두고 환경운동진영에서는 "일제강점기 친일 순사를 경찰서장으로 임명한 것과 같은 모욕적인 인사"라고 힐난할 정도로 깊은 분노를 나타냈다.

'청부과학'과 신뢰 파괴의 전말

국립환경과학원은 2023년 초, 낙동강 8개 보 설치로 정체가 발생하고 수질이 악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해외 저널에 발표했다(강찬수. 2023. "'낙동강 8개 보, 수질 나쁘게 만들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논문" <중앙일보>. 2023.02.28). 그러나 불과 몇 달 뒤 2023년 상반기, 같은 기관은 4대강사업 이후 수질이 오히려 개선됐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당시 정부에 의해 "4대강사업은 수질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자화자찬의 근거로 활용됐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주제를 놓고, 상반된 결론을 낸 셈이다.

이를 두고 국책 연구기관으로서의 기본 윤리를 저버린 행위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낙동강에서는 여전히 해마다 대규모 녹조가 창궐하고 있지만, 환경과학원은 "저농도 녹조 독소만 검출됐다"며 그 위험을 축소하거나 외면해왔다.

실제로 환경단체 조사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물놀이 금지 기준보다 수천 배 높은 녹조 독소가 검출된 사례도 있었지만, 환경과학원은 이마저도 부정했다.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 여부에 대해서도, 국내외에서 이미 수많은 사례가 존재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매년 인체와 동물 피해 사례를 공식 보고하고 있음에도, 금한승 당시 원장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신임 환경부 차관으로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임명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2025.6.26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금한승 원장 재직 시절, 환경과학원은 낙동강 녹조 문제의 책임을 4대강사업 이전으로 돌리는 시도도 했다. "낙동강의 녹조는 이전부터 있었다"는 주장을 언론과 정치권이 반복 인용하며 보 철거 반대의 명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4대강사업 이전의 녹조는 하굿둑 인근 일부 구간에 국한된 문제였으나, 대규모 보 설치 이후에는 낙동강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조류경보제 발령 일수, 위성 및 항공 사진, 수질 변화 모니터링 등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가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민들과 지역주민들의 경험 역시 이를 증언한다. 그럼에도 환경과학원은 정부 정책에 편승했다. 환경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훼손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보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늘공'의 기술에 갇힌 개혁 실패의 반복... 공약과 배치되는 인사, 신뢰는 무너진다

이번 인사는 단지 한 명의 문제를 넘어, 관료조직 내부의 병폐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한승 차관은 30년 넘게 환경부와 산하기관을 오가며 일한 전형적인 '늘공'(늘 공무원이던 사람) 출신이다. 그의 오랜 경력을 두고 정부는 '전문성과 경륜'이라고 자평했지만, 시민사회는 이를 '기득권을 고착화하고 과거의 잘못을 덮어온 관료주의의 반복'으로 평가한다.

금 차관은 환경과학원의 비과학적 태도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위치에 있었지만,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해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환경부차관으로 발탁된 것은, 정부가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단체들은 '늘공의 기술에 갇혀 개혁이 실패하는 전례가 또 하나 만들어졌다'면서 정부의 진정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당시 '4대강 재자연화와 수질 개선'을 환경 공약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4대강사업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기관의 수장을 환경부 차관에 앉히는 것은, 공약을 정면으로 뒤엎는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대전환경운동연합 등은 공동 입장에서 "이 인사는 환경부의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키는 결정"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금한승 차관이 과거의 잘못을 외면하고 조직을 방패 삼아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을 해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나는 금한승 차관의 자진 사퇴, 다른 하나는 윤석열 정부 시절 국립환경과학원이 저지른 왜곡과 잘못에 대한 대국민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혁신 방안 제시다.

인사는 곧 메시지다. 정부가 진정으로 4대강 재자연화와 생태 복원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 의지는 곧 인사에서부터 증명돼야 한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은 인사는 곧 미래의 실패를 예고한다. 환경과학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할 책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무겁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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