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조선소 짓는 일본…美해군 함정 시장 최대 경쟁자 된다

‘조선업 부활’을 선언한 일본이 미 해군 함정 시장 최대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일의 강력한 외교·안보 파트너십에 더해 일본 정부가 선박 건조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나서면서다.
29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자국 내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박 건조 시설 확충을 추진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국립 조선소를 설립해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일본 조선 업계는 138개에 달했던 도크(선박 건조 시설)를 1980년대 구조조정을 통해 46개로 축소할 정도로 생산 시설을 조정했는데, 조선업 인프라를 정부 주도로 다시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추진법 상 특정 중요물자에 선박 몸체를 포함하는 방안과 1조엔(약 9조4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 기금을 설립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미 해군 함정 시장을 노리던 한국으로선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할 가능성이 커졌다. 1960년대 전 세계 선박의 절반을 건조했던 일본은 한국·중국에 밀려 지난해 글로벌 신규 수주 점유율이 6%(439만CGT)까지 떨어졌지만, 선박 제작·운용 기술은 건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베슬스밸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선박의 총자산 규모는 2313억8100만 달러(약 314조9000억원)로 중국(2552억3600만 달러) 이어 글로벌 2위의 선단(船團)을 보유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수출 경제에서 선박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조선업을 국가안보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더 강하다”라며 “국립 조선소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선박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 해군과 협력했던 경험도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있다. 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제7함대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일본 도쿄만 인근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함정을 유지·정비·보수(MRO)해왔다.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일본과 밀착한 미국은 지난해 영국·호주와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에 일본 측 참여를 공식 추진하기도 했다. 예비역 해군 준장 출신인 신승민 부산대 초빙교수는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 해군과 무기 체계 유사성이 한국 해군보다 더 높다고 볼 수 있고, 협력 경험도 더 풍부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 업계는 빠른 생산 능력과 미국 현지 투자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건조 선박의 자국 연안 항해를 금지하는 미국 측 규제(존스법 등)를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국내에서 건조한 선박의 국적을 미국으로 전환(리플래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4월 미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의 기술 협력에 이어 지난 19일엔 미 현지 조선소 5곳을 보유한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의 가장 큰 강점은 뛰어난 생산 능력과 기술 수준”이라며 “미 해군의 전력에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한국 조선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 해군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 해군은 이제 막 한국 조선 업계와 협력 가능성을 따져보는 단계”라며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협력을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가장 큰 무기는 여전히 조선업 협력”이라며 “MRO 사업부터 시작해서 미 해군과 신뢰를 꾸준히 쌓는 것이 한국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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