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부동산 차르’를 기대한다 [김선걸 칼럼]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면, 시장은 (피해갈) 대책을 낸다.’
지난 2020년 집값 폭등이 절정일 때 담당 데스크였다. 당시 칼럼에 썼던 한 대목이다.
수천년 전 쓰인 중국 고전 사마천의 사기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관은 규제하고 백성(시장)은 피해서 살길 찾는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문재인정부 5년은 총 25차례(혹자는 27차례라고 주장)의 부동산 정책을 내고 국민들은 그때마다 대책을 찾는 반복이었다.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자고 일어나니 가난해졌다는 ‘벼락거지’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최근 이재명정부 초반 집값이 심상찮다. 데자뷔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때를 돌이켜봤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실정의 첫 단추는 결국 사람이었다.
부동산 정책을 경제 문제가 아닌 사회나 정치 문제로 인식했던 것 같다.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이 주도하다가 정책실장으로 승진해 컨트롤타워까지 맡았다. 명실공히 ‘부동산 차르’였다.
사회 작동 시스템은 시장경제인데 정책 목표는 이념적이다 보니 정책이 매번 시장과 힘겨루는 양상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회사나 학교 따라 이사 가는 국민도 투기 세력인지, 선량한 시민은 집값 오르길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건지, 5년 내내 정부 스스로 딜레마에서 허우적거렸다.
돌아보면 소통 부족이 가장 아쉽다. 김 실장의 시민운동가적 신념은 독이 됐다. 김 실장은 언론 인터뷰는 전무했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듣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초기부터 공급 정책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끊임없이 제안했다. 그런데도 ‘공급은 충분하다’고 고집하며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에만 집중했다. 결국 정권 중반인 2020년 8·4 대책에서야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섰다. 후임자들로 바뀐 후 공급에 사활을 걸었지만 만시지탄이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초기에 귀를 열었다면 집값 폭등은 없었을 것이다. 집값 대책은 주택 공급(국토부)뿐 아니라 금융 정책(금융위), 세금 정책(기재부)은 물론 국회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 ‘부동산팀’에게 중요한 것은 그래서 ‘시장과의 소통’ 역량이다.
이재명정부 집값은 어떨까. 객관적 환경이 좋지 않다. 일단 공급이 문제다. 2026년과 2027년 서울 아파트 공급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문재인-윤석열정부가 3기, 4기 신도시를 공염불로 만드는 바람에 신도시 약발도 떨어졌다.
집값 상승의 속도가 붙으면 둑이 터진다. 그때부턴 백약이 무효다.
경제는 심리다. 지난 2004년 정국 불안과 경제 불안의 복합위기 때 임명된 이헌재 장관은 “시장은 철없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금융 시장은 안정세를 찾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왜 효과가 있었을까. 이헌재였기 때문이다. 공무원 출신이지만 민간 섹터인 대우, 한국신용평가 등에서 19년간 일했다. 시장에선 그를 인정했다. 시장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압도했다.
사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실정의 이유는 실력 부족이다. 정책마다 구멍이 숭숭 뚫렸고 자신감이 없어 시장과 소통도 피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새 정부는 다르길 기대한다. 부동산팀은 시장 전문가가 돼야 한다. 끊임없이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이념보다 실용이 맞다. 시장 메커니즘을 꿰고 있어야 시장을 리드할 역량이 생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6호 (2025.07.02~07.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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