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개헌 필요... 국민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야"

김재우 2025. 6. 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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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관 '남영야학' 2회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강연

[김재우 기자]

'국민이 주인이 아닌' 현행 헌법의 한계 지적, 개헌 통한 민주주의 성숙 필요

지난 26일 목요일,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열린 시민강좌 프로그램 '남영야학' 2회차에서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명예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87년 헌법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한 교수는 6.10 민주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87년 헌법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국민이 주권자로서 직접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6월 26일,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열린 남영야학 2회 강연에서 '87년 헌법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가 강의하고 있다.
ⓒ 김재우
한 교수는 현행 헌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국민들의 참여 기회 부재'를 꼽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수많은 시민들의 촛불 집회가 있었음에도, 실제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이루어졌고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국회에 탄핵 소추를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무색하게 국민이 자신의 대표자를 통해서만 권력을 행사하는 '대의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한 교수는 87년 헌법이 신군부 세력과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이른바 '3김'으로 표상되는 자유주의 정치 세력 대표 8명에 의해 밀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농민과 노동자 등 민초들의 요구가 헌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으며, 정치 세력 간 충돌 시 국민에게 묻기보다는 표 대결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존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결정, 예컨대 주한미군 배치 문제와 같은 사안에 국민들이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또한, 한 교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국가 중심주의'를 비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이 군사 기밀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된 사례를 들며, 5천만 국민의 알 권리보다 작은 군사 기밀이 우선시되는 현실이 국가 지상주의의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권력을 법으로 통제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법치 국가'의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여전히 '국가가 중심이 되는 제도'에 갇혀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다시 던지는 질문, '국가란 무엇이며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6월 26일,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열린 남영야학 2회 강연에서 '87년 헌법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가 강의하고 있다.
ⓒ 김재우
한상희 교수는 87년 민주화 이후 현행 헌법이 우리 삶과 밀접해진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과거에는 금지되었던 미성년자의 당구장 출입을 '스포츠 및 여가 활동 권리'를 근거로 허용한 사례,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 문제나 대마초 섭취의 헌법상 권리 주장 등 87년 헌법 시행 이후 헌법재판소를 통해 개인의 권리가 폭넓게 논의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87년 헌법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한계점도 크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인용하며, 5.18 민주항쟁 당시 광주 시민들이 군인들에게 희생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를 덮었던 역설적인 상황을 슬라이드에 띄우고는 87년 6월항쟁이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언급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 당시 임시헌장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명시된 이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헌법에서 여전히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한 교수는 미란다 원칙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며, 아무리 죄를 지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국가는 그 사람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하며, 개인의 헌법상 권리를 주장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가 개인과 동등한 존재로서 '똑같은 무기'를 가지고 맞서야 한다는 원칙과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한 교수는 ▲경제 권력이 정치 및 사법 권력까지 장악하는 현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수 있는 차별과 사생활 침해 등 새로운 위험 요소들 ▲기후 위기와 같은 복합적 위기 속에서 '죽은 정치'가 만연해지는 현상 등을 현행 헌법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죽은 정치'는 개인이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국가가 외면하는, '각자도생'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6월 26일,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열린 남영야학 2회 강연에서 '87년 헌법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의 강의가 열렸다.
ⓒ 김재우
강연 끝머리에 한 교수는 87년 헌법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자부심을 주었음에도, 이제는 '성장한 국민들의 요구를 감당하기에 부족'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개헌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헌법 개정안을 예시로 들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권리가 되어야 하고, '사회 보장 및 복지 증진 노력 의무' 조항을 구체화하여 개인이 어려움을 겪을 때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는 '연대성'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한, 건강에 대한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 가사 노동을 경제 활동으로 인정하고 전업주부를 사회적으로 보호할 권리, 퇴근 후 디지털 단절 권리 등을 헌법에 담아 국민들이 스스로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민주화운동기념관 7월 시민강좌 남영야학(夜學): 검은 벽돌의 비밀

○ 3회차: 2025. 7. 3.(목)|박정희 시대의 도시와 건축 그리고 남영동 대공분실|안창모 교수(경기대학교 건축학과)
○ 4회차: 2025. 7. 10.(목)|지우려는 vs 지키려는 : 201812_검은_미궁_인덱스|서영걸 사진작가
○ 5회차: 2025. 7. 24.(목)|남영동 대공분실, 고통의 기억을 공감하는 '공간'|김명식 교수(신한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 문의: 민주화운동기념관 교육운영팀(02-6440-8973, edu@kdemo.or.kr)

덧붙이는 글 | 김재우 기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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