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농성장 인근의 '꾀꼬리 둥지'가 뜻하는 것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6월의 금강의 세종보 농성장 주변은 녹음으로 가득하다. 세종보 농성장의 서쪽 제방에 자라는 나무 사이, 뙤약볕을 뚫고 익숙한 울음소리가 매일 같이 들려온다. 꾀꼬리가 새들 키우는 소리이다. 꾀꼴꾀꼴 울며 날갯짓하는 꾀꼬리의 모습을 농성장 주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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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둥지에서 입을 벌리며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들 |
| ⓒ 김재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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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둥지 밖으로 이소를 준비하는 꾀꼬리 새기인 연둥이 |
| ⓒ 김재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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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끼를 키워내고 있는 꾀꼬리의 모습 |
| ⓒ 김재민 |
새로운 새끼의 등장은 세종보의 보 개방 이후 강 생태계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수문이 열리고 모래톱이 드러나자 수서생물과 어류가 돌아왔고, 이를 먹이로 삼는 조류도 다시 찾아들기 시작했다. 흰목물떼새가 강가에서 보의 직접적인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면, 금강변의 숲을 번식지로 꾀꼬리가 안전하게 매년 번식하는 것은 강변의 생태계의 안정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강이 흐르는 곳에 생명이 돌아온다는 단순한 진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장면이다.
고대 고구려 유리왕의 서정시인 '황조가'에도 꾀꼬리가 등장한다. 유리왕은 짝을 지어 노래하는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떠나간 아내를 그리는 자신의 외로움을 노래했다. 그러나 지금 이 강변의 꾀꼬리는 외로움의 상징이 아니라, 회복과 연결, 그리고 희망의 상징으로 우리 곁에 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새가 머문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켜낸 자리에서 새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며칠 후면 꾀꼬리는 둥지를 떠날 것이다. 그 작고 여린 새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을, 농성장 사람들은 조용히 지켜볼 것이다. 무언가를 바꾸려는 다짐이나 선언 없이도, 새끼 꾀꼬리들의 날갯짓은 이곳에서의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꾀꼬리가 자라고, 떠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강. 그 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강은 흐르기를 원한다. 생명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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