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의 뒷마당 중남미 주요 항만 ‘쥐락펴락’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파나마·멕시코·자메이카·페루 주요 항만 美 안보에 큰 위협
美 전 남부사령관 “찬카이 신항만, 中해군기지 이용될 수도”
파나마, 운하에 이어 통신탑 교체 놓고 美·中 샌드위치 신세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 격인 중남미 지역의 주요 항만을 운영하거나 건설하면서 이곳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는 바람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중남미 지역에서 운영하거나 건설에 참여한 항만만 30~40곳에 달하는 만큼 직간접적으로 중국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는 미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온 까닭이다.
멕시코부터 칠레까지 중남미 전역에 걸친 항만 31곳은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다며 이 같은 규모는 미 정부가 파악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CSIS)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24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 청쿵(CK·長江)그룹 창업자 일가의 주력 회사인 CK허치슨이 소유한 항만 7곳도 포함됐다.
미 싱크탱크인 안전한 자유사회를 위한 센터(SFS)와 라틴아메리카 경제관측소(OBELA) 역시 중국이 국유기업과 민간 기업들을 앞세워 운영권을 확보했거나 새로 건설하기로 한 중남미 지역의 항구는 CSIS가 파악한 것보다 10개나 많은 40여 곳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영향력 행사 등을 이유로 환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온 파나마 운하 항만 운영권뿐만이 아니라 자메이카와 멕시코 등에 있는 주요 항만들은 미 안보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 가운데 자메이카의 킹스턴을 ‘서반구에서 가장 위험한 항만’으로 지목했다. 중국 국유기업 자오상쥐(招商局)항만공사(China Merchants Port Company)가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 탓이다. 브라질 파라나구아 항구의 지분 67.5%도 확보한 자오상쥐항만은 중국 본토와 홍콩 외에도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가 들어서는 아프리카 지부티와 스리랑카 등에서 항구를 운영하고 있다.
CK허치슨이 운영하는 멕시코 만사니요와 베라크루스도 중국의 영향력이 큰 항만으로 분류됐다. 이 회사는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사 지분 90%를 포함해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 기타 자산을 228억 달러(약 31조원)에 미 자산운용사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계약이 미뤄졌다.

홍콩의 친중국계 매체 대공보(大公報)는 이와 관련, “중국인을 배신한 비굴한 굴복”이라고 맹비난했다. 헨리 지머 CSIS 연구원은 “중국의 반응만 봐도 항만 통제권이 단순한 물류 차원을 넘어 전략적·정보적 가치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항만은 곧 방대한 화물이동 정보와 해상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CSIS는 “만사니요와 베라크루스 항만이 마비되면 미 경제에 각각 하루 1억 3400만 달러, 6300만 달러 손실이 각각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항만은 ▲미국과의 무역량 ▲미국 해군 활동 빈도 ▲미국 군사 시설과의 거리 ▲전략적 요충지와의 인접성 등 다양한 항목에서 미국에 미치는 위험도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페루에 건설 중인 찬카이 항구도 빼놓을 수 없다.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이곳을 중국 국유기업 중국위안양(遠洋)해운(COSCO)이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 지분 60%를 확보했다. 파나맥스급 선박(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로 길이 295m, 너비 32m)도 정박할 수 있는 남미 최대 규모의 무역항이다. 중국은 최대 수심이 16m에 달하는 이곳에 연간 500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항만시설을 이용해 미국의 무역을 방해하거나 워싱턴과 베이징 간 분쟁 시 미 군함의 접근을 거부하거나, 미 해군 함정을 재보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미 정부는 이 같은 점에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해 왔다.

따라서 중국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남미 전문가인 에번 엘리스 미 육군전쟁대 교수는 “중국 항만기업이 민간 기업으로 진출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이를 전략적 자산으로 본다”며 “식량과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는 중국은 미국과의 잠재적 충돌에 대비해 항만 접근권을 핵심 전략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군사 기지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만들이 사실상 중국의 첩보시설일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로라 리처드슨 전 미 남부사령관은 “중국이 페루 찬카이에 13억 달러를 들여 신항만을 건설 중인데, 이는 해군 기지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항만 프로젝트가 전략적 요충지에만 집중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중국이 왜 이런 지역에만 투자하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2019년 스웨덴이 운영하는 칠레 산티아고 위성기지에서 군사 목적의 활동이 의심돼 퇴출된 전력이 있다. 미 CSIS는 “남미에 있는 중국의 지상 우주기지들은 미국과 근접해 미국의 자산을 감시하고 민감한 정보를 가로채는 데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판국에 파나마가 미·중 간 패권 다툼에 휘말려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CK허치슨의 파나마 운하 항구운영권 매각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에 이어 이번엔 중국 최대 통신업체인 화웨이(華爲)의 파나마 내 통신탑 교체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통령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주간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파나마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공개적 언급을 삼갈 것을 미국 대사관에 요구한다”며 “우리 정부의 판단에 대해 (미국 대사관이) 의견을 피력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다소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물리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파나마 주재 미 대사관에서 낸 설명자료와 관련돼 있다. 미 대사관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미 정부는 파나마 13개 지역에 설치된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더 안전한 미국산 기술을 탑재한 시설로 교체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따라 미주 대륙 내 중국의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미 정부는 이를 위해 800만 달러 예산을 지원해 7곳에 새로운 통신 타워를 추가해 전파망 커버리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미 대사관은 “파나마 안보 수준을 높이고 마약 및 무기밀매 등 범죄 해결 능력을 강화하며 미와 파나마 간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 세력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에 물리노 대통령은 이를 "미국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미·중간 갈등을 파나마로 끌어들이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 문제를 파나마 앞마당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며 ”그(화웨이) 안테나 시설은 제가 직접 점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정부 역시 발끈하고 나섰다. 궈자쿤(郭嘉昆)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는 누구의 뒷마당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지배적인 태도를 버리고 경제·무역·기술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과 주권 훼손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파나마를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들의 독립과 자치를 항상 지지해왔으며 패권과 괴롭힘, 외국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목청을 올렸다. CK허치슨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통해 매각 계약과 관련한 법적 하자 여부를 살피는 방식으로 견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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