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인생을 좀 더 재미있게"... '맥주당'이 대선 3위라니 [이게 이슈]
[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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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한샘 한국맥주문화협회 회장이 펴낸 신간 <맥주의 유혹> |
| ⓒ 차원 |
<오마이뉴스>에 '윤한샘의 맥주실록'을 연재 중인 윤한샘 한국맥주문화협회 회장이 펴낸 이 책은 총 네 파트로 나뉘어 있다. 역사로서의 맥주, 문화로서의 맥주, 기호로서의 맥주, 그리고 크래프트 맥주를 다룬다. 맥주 박물관에 갔다가 맥주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이제 좀 알았으니 내 취향 맥주를 찾은 다음 시원하게 한잔 마시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맥주의 패권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세계를 호령했던 에일, 다양하고 복합적인 향이 특징이다. 그러나 영국도 패권을 내려놓았듯, 에일도 대장 맥주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게 라거다. 향 대신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을 선사한다.
19세기 안정적인 라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고, 사람들은 점점 이 시원한 라거의 매력에 빠졌다(책을 읽으며 그 차이를 알고 보니 나도 라거를 훨씬 더 좋아한다). 독일을 중심으로 밝은 빛 라거 출시에 열을 올렸는데,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맥주 하면 독일을 떠올리게 된 이유다. 반면 영국은 이러한 변화를 외면했고 에일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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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의 유혹> 뒤로 정동 독립맥주공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이들이 보인다. |
| ⓒ 차원 |
내가 사는 서울 은평구에도 '은평민들레당'이라는, 대부분 이들에게는 생소할 법한 당이 있다. 풀뿌리 지역정당을 표방하며 2022년에 창당했지만 정당법에서는 지역당을 인정하지 않기에 아직 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한다. 반면 유럽에서는 지역 의회에서 지역정당의 활동이 활발하다. 지역마다 유명한 맥주가 있어 그 지역을 찾게 만드는 유럽처럼 한국도 지역정당이 활성화돼 지역 이슈에 정치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운영하는 '독립맥주공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가 만드는 맥주에 정동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담아내기 위해 생각하고 연구한 흔적이 보인다. 정동이 어떤 곳인가. 19세기 개화기 문화가 꽃피웠던, 아관파천의 아픈 역사가 담긴, 1905년 을사늑약이 맺어졌던, 3.1 만세 운동이 벌어지고 유관순 열사가 체포되기 전 몸을 숨겼던 교회가 있는, 정동은 그런 곳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발효시켜 만들었기에 정동 맥주는 크래프트 맥주(그는 크래프트 맥주를 '지역 재료, 독특한 콘셉트, 도전적인 스타일로 양조사의 색과 철학을 담아낸 작은 규모의 맥주'라고 설명한다)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책을 읽고 그 맛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한 번쯤 정동을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정동 주변 역사 유적을 탐방하고 맥주를 마시러 간다면 딱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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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 독립맥주공장 입구에서 포즈를 위한 윤한샘 <맥주의 유혹> 저자. 그는 세계 각지 맥주 관련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소품들을 모아 놓았다. |
| ⓒ 차원 |
- 주량이 궁금하다. 술집 사장님이라면 잘 드실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못 마신다. 맥주 1500cc 정도면 딱 적당하다. 500cc 기준 3잔 정도 먹으면 다음 날 크게 이상이 없는데 4잔 이상 먹으면 피곤하더라."
-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연이 많다. 일단 잘 마시진 못해도 술을 좋아한다(웃음).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희석식 소주는 산업화 시대 그냥 싸게 빨리 취하라고 만든, 한 마디로 '영혼이 없는' 술이기에 안 좋아한다. 처음에는 일반 기업에 다녔는데 독일 출장을 갔다가 다양한 맥주에 매료됐다. 그렇게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고 이 글쓰기가 <오마이뉴스> 연재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한국에는 맥주 관련 책이 없었기에 해외 서적을 번역하면서 맥주를 공부했다. 그러다 2012년경부터 한국에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얼마 후 나도 일을 친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출을 잔뜩 받아 펍을 만든 것이다. 다행히 사업은 잘됐지만 굉장히 힘들었다.
이후 같이 맥주를 공부하던 사람들과 함께 맥주 문화 관련 강의나 교육 사업 등을 해보고자 지금의 한국맥주문화협회도 만들었다. 그들 가운데 이곳 정동 독립맥주공장을 만드신 분도 있었는데, 2018년 운영을 그만두게 돼 저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이곳을 인수했다. 독립맥주공장이라는 이름도 정동의 의미를 담아 그분이 지은 거고 인테리어도 많이 신경을 쓰셨다."
"다른 모임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먹긴 하지만, 일부러 사 먹는 일은 없다. 그리고 우리 맥주문화협회에서 소주는 아예 '금기어'다(웃음). 오직 맥주만 마신다. 물론 술을 강권하고 이런 잘못된 문화도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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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 독립맥주공장의 로고와 맥주 전용 잔.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맥주 종류마다 다른 모양의 잔을 활용한다. |
| ⓒ 차원 |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여러 목적이 존재할 수 있을 거다. 맥주는 매개이자 보조이지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맥주 자체가 목적이 돼서도 안 된다. 맥주와 함께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그런 것에 의의가 있는 거다. 또 술은 개인적인 것이 돼야 한다. 공동체에서 술을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그런 상황은 이제 없어야 한다. 맥주가 인생을 좀 더 재미있게 하고, 풍요롭게 하고,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 한국의 대량 생산 맥주들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혹평이 많기도 한데.
"나쁘다고 생각 안 한다. 대기업의 대량 생산 맥주들은 그들만의 역할이 있다. 저렴하고, 호불호가 적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맥주도 필요하지 않나."
- 그 가운데 특히 괜찮게 생각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롯데 '클라우드'가 굉장히 잘 만든 맥주다. 재료도 다른 맥주에 비해 많이 들어가고. 다만 마케팅의 문제인 건지 다른 맥주들에 비해 잘 안 팔리는 게 아쉽다."
- 인생의 마지막에 한 잔의 맥주를 선택할 수 있다면.
"모든 라거의 어머니인, 1842년 체코 필젠에서 탄생한 '필스너 우르켈'이다. 워낙 좋아하는 맥주다. 엄청난 맥주인데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 이건 무조건 드셔보셔야 한다(웃음)."
- 만약 한국에서 '맥주당'을 만든다면,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싶나.
"맥주를 문화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일을 많이 하고 싶다. 우리나라 맥주를 해외에 많이 알릴 수 있는 정책들. 이게 우리나라 농업하고도 연관이 된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특색있는 우리 맥주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면 상당히 부가가치가 많을 거다. 우리 협회도 국내 농산물을 이용한 맥주 개발 연구가 주요 사업이다. 이런 부분에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
K-크래프트 맥주가 세계에 알려지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맛보러 한국의 여러 지역을 찾는 일, 비록 지금은 꿈일지라도 이미 여러 번 세계를 놀라게 한 문화 강국에서 못 할 것도 없다. 맥주가 문화로 자리 잡는 일이 아마 그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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