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랙홀을 건너 청년에게 희망을
[주용수 기자]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부의 지표를 넘어 실존적 압력으로 기능한다. 집은 더 이상 '머무는 장소'가 아닌 생존과 계급을 가르는 경계선이며, 그 경계는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노동, 재능, 창의, 인간관계마저도 부동산 가격이라는 중력장 안으로 빨려 들어가 헤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흡수해버리는 블랙홀과 같다. 가치로 충만한 삶을 산 구성원이라 해도, 부동산 관련 경제적환경에 따라 그 존엄이 계량되고 평가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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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use |
| ⓒ wal-(pixabay) |
청년들이 '의대'라는 좁은 문 앞에 몰려든다. 그들 모두가 정말로 의술에 관한 열정만으로 모이는 걸까. 탐구를 좋아하는 이가 진료를 선택하고,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이가 해부학을 공부하러 온다. 이들의 선택은 자유의지가 아닌 구조의 강제일 수도 있다. 각자의 본성이나 적성은 후퇴하고, 안정적 생계라는 구조적 압력이 욕망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가족의 안정을 위해, 삶의 의미를 담보로 맡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진로의 문제를 넘어서, 개인 욕망의 구조 자체를 재편한다. 한국 사회는 이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익숙해졌다.
이는 '자기 동일성(self-identity)'의 왜곡이다. 인간은 본래 '자기다운 삶'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적 대상이 그 추를 빼앗을 때, 인간은 본업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본업은 단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내적 조화와 사회적 책임이 교차하는 의미의 자리다. 구성원 개인이 자기 본업에 충실할 수 있을 때, 사회는 다층적이고 건강한 유기체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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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artment |
| ⓒ pexels |
지난 27일 정부는 부동산과 관련한 고강도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실거주 중심, 다주택 규제 강화, 대출금액 상한제 등 그 조치가 전방위적이며 파격적이다. 유예 기간을 두지 않고 단호하게 시행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마치 김영삼 정부가 벼락같이 금융실명제를 발표했던 것과 같다. 문제없는 완벽한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이번 조치는 근본을 꿰뚫는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세부 사항은 충분히 조정·보완될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그 방향성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강력한 수요 억제 효과를 내고 향후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는 시민이 '원하는 삶'을 보장할 책무를 지닌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삶의 기본값'을 재정의하는 기획이라 평가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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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chitecture |
| ⓒ StockSnap(pb.) |
어떤 국가지도자도 모든 사람을 부자로 만들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기 삶을 존엄하게 영위하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목적이자 철학의 기초다. 예술가가 예술로 생존할 수 없고, 과학자가 논문보다 부동산 현황에 더 민감하며, 체육인이 운동보다 투자 전략을 고민하는 사회는, 자기 존재의 진정성을 상실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사회란 결국 아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회'로 전락한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회야말로 지속이 가능한 사회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텔로스(telos)', 즉 '존재의 목적에 따라 살아가는 삶'과 상통한다. 구성원 각자가 자기 고유함을 사회에 공헌할 때, 비로소 공동체에 의미를 축적한다. 그 삶의 질서를 되찾기 위해 우리는 이제 부동산 신화를 정면에서 해체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결단에 큰 기대를 건다. 단지 부동산 가격 통제가 아니라, 사회의 '삶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실천적 철학의 일환이길 바란다. 이 대책이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개인 삶의 생태가 온전하게 지속되도록 복원하는 구조적 개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머지않아 우리가 이 지독한 블랙홀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다면,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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