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만나서 다행이다', 이렇게 배우는 여행도 있습니다

이안수 2025. 6. 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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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자연 서식지서 만난 멸종위기종, 온순한 바다소가 인간에 전하는 메시지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 <기자말>

[이안수 기자]

▲ 바다소와 조우했을 때의 행동지침. "바다소소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노를 들어 올려주세요." 콘다도 석호는 수상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적합한 장소로, 많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수영, 카약, 스탠드업 패들 보딩 등을 즐긴다. 이는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소에게는 위협이다.
ⓒ 이안수

푸에르토리코 산투르세(Santurce)의 호스텔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척의 콘다도 석호(Laguna del Condado)는 산후안의 도시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가 있는 독특한 곳으로 해양생물들의 중요한 자연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 속 산호초 바다, 멸종위기 바다소가 사는 곳

방문객들은 여기 도심 속 잔잔하고 얕은 바다에서 주로 카약킹을 즐긴다. 낮에도 카약을 타긴 하지만 시원한 밤에 타는 것을 선호한다. 밤의 카약킹은 주변 호텔 빌딩들의 불빛이 물에 투영되어 마치 은하수 속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야간 카약킹의 명소. 콘다도 석호는 야간 카약킹의 명소이다. 빌딩의 현란한 불빛 속에서 카약을 타는 체험을 특별하게 여긴다.
ⓒ 이안수
우리의 관심은 연인들의 사랑고백이나 낭만 추억을 위해 타는 카약킹보다 석호를 방문하는 대형 초식 해양 포유류, 바다소(해우 : 카리브해 매너티 West Indian manatee)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2.7m에서 4.5m까지 자라며, 몸무게는 200kg에서 600kg에 이른다는 이 녀석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결국 바람을 이루지는 못했다. 고래관찰 프로그램은 여러 나라의 해안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바다소를 볼 수 있는 곳은 흔치않다.
▲ 산후안만의 일부인 콘다도 석호. 바다소의 먹이인 해초가 자라는 곳이라 그들의 좋은 서식환경이 된다.
ⓒ 이안수
산후안만의 일부인 이 석호에는 그들의 먹이인 해초가 자라는 곳이라 좋은 서식환경이 된다. 이곳은 바다소 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바다소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에게 공간을 허락해 주세요. 콘다도 석호는 북쪽 해안에서 몇 안 되는 보호구역 중 하나입니다.

혹시 바다소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노를 들어 올려주세요. 바다소가 물속으로 사라진 뒤 노를 저어 그 구역을 떠나주세요."

석호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안내판 문구를 다 읽고 나자, 바다소를 보지 못하는 것이 덜 서운해졌다. 다행이었다. 혹시 그 석호 안에 바다소가 있었다 하더라도, 바다소 입장에서는 우리와 마주치지 않는 것이 더 안심이었을 터이다.
 초식 해양 포유류, 바다소. 직접 보지는 못했다(자료사진).
ⓒ maeganluckiesh on Unsplash
우리는 석호에서 바다소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가 묵고 있는 호스텔 주방 벽에 실물크기에 가까운 바다소 두 마리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는 점.

애벌레인가 착각했던 순박한 동물... 바다소를 자꾸 죽이는 것은

그 벽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순박한 녀석인지 짐작이 된다. 이 벽화를 보았을 때 처음엔 어떤 곤충의 애벌레인 줄 알았다. 바다소는 육지의 소처럼 온순하고 느긋한 성격임이 벽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 바다소 벽화. 호스텔의 대형 벽화로 만난 바다의 초식동물 바다소. 둥글고 부풀어 오른 몸체가 마치 곤충의 애벌레처럼 느껴진다.
ⓒ 이안수
카리브해 바다소 보호센터(El Centro de Conservación de Manatíes del Caribe)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종합하면, 바다소는 사람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대개 느린 속도로 이동하면서 다른 동물과의 충돌은 피한다. 사람이 듣지 못하는 주파수의 다양한 소리로 소통하고 최대 시속 24km의 속도로 수영이 가능하지만 평소에는 5km 정도의 속도로 이동한다.

최대 15분까지 잠수할 수 있지만 보통 더 자주 숨을 쉬어야 한다. 느린 수영 속도로 인해 선박과의 충돌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잦고, 그 특성으로 인해 인간이 친 그물에도 쉽게 걸린다.

그물에 걸리면 바다소는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떠오를 수 없기 때문에, 질식하고 결국 익사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사냥되어 고기로 소비된 적도 있다지만 지금 바다소를 죽게 만드는 주된 이유는 '선박과의 충돌'이다.

바다소는 수온 변화에도 적응력이 약하다. 22℃ 정도의 따뜻한 수온을 선호하는 그들은 20℃ 이하로 내려가면 저체온증과 면역력 약화로 폐사할 위험에 처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2021년 강추위로 수온이 급격히 낮아졌고, 미처 깊은 바다로 이동하지 못한 바다소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과연 그들이 이 기후변화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도심에 존재하는 생태계 콘다도 석호는 대도시에 존재하지만 맹그로브 숲과 해초가 자생하는 곳으로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 이안수
해초와 수초를 먹이로 삼는 바다소는 원래 먹이와 은신처를 찾아 맹그로브 숲과 담수 강에서 먹이를 구한다. 그러나 이 환경들은 인간의 개발 요구가 큰 지역이므로 먹이 환경은 점점 악화된다.

급기야 바다소는, 야생동물단체의 '상추 먹이기' 프로젝트에 의탁해 대체식량으로 굶주림을 해결해야 하는 처지까지 몰리고 있다.

내가 나에게 바라는 삶의 태도를 여전히 견지하며 살고 있는 바다소. 그러나 바다소는 그 태도로 인해 어쩌면 멸종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오직 자신의 종에 어떤 이로움이 있느냐로만 가치판단을 하는 본능이 유독 강한 인간, 그 인간의 양보와 보살핌에 자기 미래 운명을 의탁하기에는 불안한 바다소의 처지가 딱하다.

그들에게 인간과의 관계에서 멀어질 방법은 없는 것인가.

"결국, 우리는 오직 사랑하는 것만을 보존합니다.
우리는 오직 이해하는 것만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르침 받은 것만을 이해합니다."
- 바바 디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 1968

여행하는 길 위에 서서 나는 가능한 많은 눈과 마음을 가지려고 애쓴다. 당사자의 눈으로 나를 보고 그들의 마음으로 내 마음을 보려고 한다. 바다소의 눈과 마음으로 나를 보니, 좀 잔인하고 배타적인 종이다.

콘다도 석호 방문을 통해 바다소에 대해 적지 않게 가르침을 받았다. 바다소는 고속정 스크루로부터 안전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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