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자살률 역대 최고인데…되레 예방예산 30% 깎은 부산 왜

부산 10대 자살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부산시가 올해 자살예방 업무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부산 A고 학생 3명이 숨지는 사건이 터지자 예산을 늘려 인력을 충원하는 등 자살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자살률 전국 평균보다 높은데 자살예방 사업 축소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부산자살예방센터의 사업 예산은 1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2억4000만원보다 7000만원 줄었다. 부산시는 2022~2024년 매년 2억4000만원을 책정했으나 올해는 전년 대비 30% 삭감했다. 부산자살예방센터는 국비 없이 시비 100%로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부산시 예산실쪽에서 국비가 지원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자살예방 사업을 추진하라며 예방센터의 예산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살예방센터 예산 삭감으로 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교사를 대상으로 생명존중 전문교육을 올해 처음 실시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기존에 해왔던 독거노인 방문서비스인 ‘온기배달’, 생명존중 문화홍보, 자살시도자와 유가족 관리 사업, 동네 의원 마음건강 돌봄 연계사업 등도 축소됐다. 부산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부산자살예방센터가 추진하던 7개 사업에 제동이 걸렸고, 예산 부족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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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전국 최초 도입한 ‘심리적 부검’ 유명무실…인력 보강해야
부산은 자살률을 낮추고자 2013년 전국 최초로 ‘심리적 부검’ 제도를 도입했지만, 사문화된 지 오래다. 심리적 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부모나 배우자, 자녀, 연인 등 주변 인물과의 심리면담을 통해 원인을 찾고, 맞춤형 자살 예방 정책을 마련하는 제도다.
첫해 심리적 부검 실적은 228건으로 2012년 부산지역 자살자 1050명의 21%에 불과했다. 이듬해에도 242건으로 자살자의 20% 수준에 그쳤다. 2015년부터 심리적 부검 실적은 0건으로 사문화됐다가 2021년 정부 조직인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연계해 심리적 부검을 진행했다. 하지만 건수는 2021년 2건, 2022년 11건, 2023년 4건, 2024년 8건에 불과했다.
맞춤형 자살 예방 대책 부재로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최근 학생 3명이 숨진 고교에서는 4년 전에도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12월 이 학교 무용과 2학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경찰은 학업 스트레스 때문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당시 부산시교육청이 학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심리상담을 진행했을 뿐 심리적 부검을 통한 철저한 원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고, 올해 또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됐다”고 토로했다.
부산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올해 추경 예산을 확보해 자살예방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정신건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만큼 인력을 충원해 ‘생명존중팀’을 신설하고 자살예방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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