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7명 추락사…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무슨 사연 있기에

지난 25일 오후 3시쯤 광주광역시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 다리 맨 윗부분에 회전하는 원통형 난간이 설치돼 있었다.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난간 위를 올라가려 할 때 미끄러지도록 하기 위한 시설물이다.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집계를 시작한 2017년부터 최근까지 7명이 추락해 숨졌다.
추락 사고가 빈번한 탓에 인근 등산로에도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팻말 수십 개가 설치됐다. 팻말에는 ‘가장 나쁜 것도, 사실 별거 아니에요’,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세상엔 참으로 많다’ 등의 문구와 함께 자살예방상담전화와 정신건강복지센터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등산객 최모(67)씨는 “집과 가까워 가볍게 트래킹하기 좋은 산인데도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해 ‘추락사 명소’라는 오명까지 써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만 2명 사망…20일엔 철망 걸려 구조

경찰은 추락사 7건 모두 극단적 선택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40대 남성이 추락했으나, 구름다리 아래 낙석 방지용 철망에 걸려 구조되기도 했다.
추락 사고가 속출하자 주민들 사이에선 폐쇄와 존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 남구청 누리집 ‘구청장에 바란다’에는 최근 “소중한 생명을 위해 구름다리를 철거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도 접수됐다.
남구 주민 박정환(39)씨는 “많은 사람이 숨진 탓에 해가 지면 무서워서 산책하지 않는다”며 “철거까진 아니더라도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는 폐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석산 도로, ‘예산 부족’ 터널 대신 산 깎아

제석산 구름다리는 1999년 남구 봉선동과 진월동을 연결하는 도로를 만들면서 끊긴 등산로를 복원하기 위해 설치됐다. 당초 제석산 도로는 터널을 뚫어 길을 내려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산을 깎아 만든 뒤 구름다리를 놓았다.
지자체, “터널형 구조물 설치 계획”

터널형 구조물은 길이 40m, 높이 8∼12m 규모의 구조물 위에 3∼7m의 토사층을 만드는 사업이다. 구조물이 완성되면 현재 지상에서 37m 높이인 구름다리 높이가 22m 수준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또 구조물 위 녹지공간은 추락 사고가 발생할 경우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구는 또 오는 8월까지 구름다리 아래에 그물망 2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2억원 중 1억3000만원을 그물망 설치에 투입한다. 남은 예산으로는 폐쇄회로(CC)TV와 주변 조명 등을 설치하는 데 사용한다.
남구 관계자는 “터널형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지난달 광주시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5억원을 요청했다”며 “낙폭을 줄일 구조물과 그물망을 설치하면 치명상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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