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새매가 날아든 세종보, 금강 생태계가 보내는 조용한 경고

이경호 2025. 6. 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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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세종시 세종보 하류 인근에서 여름철 맹금류인 왕새매의 번식이 추정되는 의미 있는 관찰 기록이 확인됬다.

세종시에서 왕새매의 서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번식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금강 수계의 건강한 생태 환경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왕새매가 번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지역 생태계의 우수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서식지에서는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워졌을지도 모른다는 냉정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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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포식자의 등장, 무너진 서식지를 비추다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6일 세종시 세종보 하류 인근에서 여름철 맹금류인 왕새매의 번식이 추정되는 의미 있는 관찰 기록이 확인됬다. 세종시에서 왕새매의 서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번식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금강 수계의 건강한 생태 환경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왕새매 관찰은 세종시에 거주하는 박재민 군의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다. 박 군은 처음에는 관찰 대상을 벌매로 착각했지만, 이후 사진 분석을 통해 조류 전문가들이 왕새매로 최종 확인했다. 왕새매와 벌매는 외형이 유사해 혼동하기 쉽지만, 왕새매는 목 부위의 굵은 세로 줄무늬와 벌과 말벌의 유충, 벌집을 주식으로 하는 독특한 식성으로 구별된다.
 비행중인 왕새매의 모습
ⓒ 박재민
최상위 포식자의 출현, 세종보 생태계의 청신호

왕새매는 생태계에서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하는 맹금류다. 이들이 특정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나아가 번식을 시도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먹이자원이 풍부하고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강력한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왕새매는 말벌·벌 유충뿐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류, 양서류, 파충류 등 하위 먹이 생물들이 충분히 존재할 때에만 서식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관찰은 단순한 희귀종 발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왕새매가 확인된 일대는 4대강 사업 이후 공주보의 수문이 개방되면서 하중도·모래톱 복원을 통해 다양한 철새와 물새의 서식지로 탈바꿈해왔다. 이번 왕새매 관찰은 이러한 생태적 회복의 또 다른 성과이자, 세종보와 공주보 개방이 생물다양성의 핵심 서식처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금강은 단순히 하천 기반 시설이 아닌, 생명과 생태계의 복원 거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이 수년간 수문 개방과 모니터링 활동을 지속해온 결과, 이제 맹금류마저 돌아오는 자연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왕새매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Least Concern)'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는 광범위한 분포 범위를 고려한 평가일 뿐이다. 실제로 벌채, 농지 확장, 도시화로 인한 삼림 파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왕새매 개체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행중인 왕새매의 모습
ⓒ 박재민
왕새매가 번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지역 생태계의 우수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서식지에서는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워졌을지도 모른다는 냉정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라지는 숲과 파괴되는 하천들 속에서, 왕새매는 '마지막 남은 서식처'를 찾아 우리 곁으로 온 것일 수 있다.

왕새매 번식 추정은 세종시의 생태적 가치를 한층 부각시키며, 금강 수계 보전과 공주보와 세종보 수문 개방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생명들은 왜 지금 이곳에 와 있는가. 우리는 이들의 보금자리를 얼마나 지켜내고 있는가.

맹금류의 번식은 단지 '새가 날아들었다'는 뉴스가 아니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하부의 생태계 균형을 증명하는 것이다. 왕새매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도 묻고 있다. 우리는 아직 생명과 공존할 수 있는 길 위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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