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안 되는 시급 4520원… 방문점검원의 현실

김순옥 2025. 6. 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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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기획 - 최저임금, 올리고 넓히고 고치자 ③] 최저임금은커녕 생계도 막막한 특수고용노동자

[김순옥]

편집자말
민주노총은 2025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이 왜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임금 노동자'라는 이름조차 빼앗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법의 보호 바깥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의 청년 알바 노동자,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의 반대편에 세워진 듯한 영세상공인들. 민주노총은 서로 다른 이름의 을(乙)들이 목소리를 통해, "최저임금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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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rlesdeluvio on Unsplash
저는 코웨이 코디 노동자이자,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면을 빌려 대한민국의 방문점검원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최저임금 적용이 절실한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돈을 내며 일하는 사람입니다. 점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필요합니다. 유류비, 주차비, 식대는 물론이고 작은 볼펜 하나까지도 모두 제 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이런 비용들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은 고작 시간당 4520원. 서비스연맹의 조사 결과가 그렇습니다. 그게 저희의 실질적인 수수료입니다. 최저임금에도 한참 미치지 못 합니다. 그걸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매일 노동의 가치를 짓밟히며 살아갑니다.

더욱 고통스러운 현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우리에게는 닿지 않습니다.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 하니 임금의 하한선조차 없습니다. 점검 수수료는 낮고, 그 수입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주 52시간을 훌쩍 넘기는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합니다. 수십 년을 일해도 퇴직금은 없습니다. 아파도 쉴 수 없습니다. 쉴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생계 때문만이 아닙니다. 쉬었다가 돌아오면 일감을 못 받을까 두려워서입니다. 그 불안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입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우린 괜찮아." 하지만 사실 괜찮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자가관리 제품이 급격히 늘어나고 점검 주기가 길어지면서 일감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지속적으로 신규 인력을 충원하여 기존 노동자들의 수입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한 조합원의 사례를 보면, 과거에는 한 달에 230개의 계정을 관리했지만 현재는 140개의 계정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140개의 계정을 처리하면 점검처리를 하고 받는 급여는 120여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 금액에서 차량 유지비, 유류비, 식비, 통신비 등의 업무 처리를 위해 사용한 업무 경비를 제외하면 실제로 남는 금액은 100만 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 조합원은 4명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입니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회사는 조직장의 평가 기준에 코디 충원을 포함하여 무리한 신규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기존 노동자들의 일감이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생계가 어렵다고 호소해도 회사는 조직장의 재량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조정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코디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일감이 점점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낮은 수수료에 일감마저 나뉘는 이중고. 이런 환경 속에서 누구든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는 말합니다. 영업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라고. 하지만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습니다.

홈쇼핑과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영업 기회는 날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결국, 점검 수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 이 수수료는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SK매직 MC 노동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유류비 인상, 주말·야간 추가 수수료, 지역별 난이도에 따른 수수료 현실화 등 정당한 요구들은 모두 묵살됐습니다.

이렇게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헌법에 기대어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적정임금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헌법 어디에도 '특수고용노동자는 제외'라는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늘 제외되는 쪽에 서 있어야 합니까? 회사는 법의 경계를 들이대며 교섭을 거부하고,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새 정부에 촉구합니다.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도 말씀하셨었지요?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확대해야 한다고요.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은 모든 노동자가 되어야 하며,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보장은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차별받지 않는 세상, 노동자가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우리가 겪는 이 고통이 다음 세대 노동자들에게는 결코 대물림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저와 우리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들이 앞장설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순옥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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