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국가대표 센터백 조유민 "인범이 민재 보며 꿈꿨던 이 자리, 월드컵까지 놓치기 싫다"

서형욱 기자 2025. 6.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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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민(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2018년, 만 스물 한 살짜리 공격수 조유민의 프로 입성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수원FC를 이끌던 김대의 감독은 센터포워드로 대학선발로도 뽑히던 조유민에게 새로운 포지션을 제안했다. "워낙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프로에서는 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더 잘할 것 같았다."


김대의 감독의 선택은 7년 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는 데에 큰 힘을 보태게 된다. 무명의 공격수로 프로에 발을 디뎠던 조유민은 어느새 견고한 센터백으로 성장해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행에 기여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 김민재, 권경원 등과 번갈아 파트너를 이룬 조유민은 센터백으로 가장 많은 7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조유민(오른쪽,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소속팀 활약도 눈부셨다. 아랍에미리트(UAE) 알샤르자 소속인 조유민은 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투(ACL2) 우승에 기여하며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대한민국 수비의 새로운 희망 조유민을 만났다. 


Q. 월드컵 3차 예선이 끝났습니다.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여도가 컸는데요, 휴식기에 수술을 받았더군요?


조유민) 무릎 수술을 했어요. 큰 수술은 아니고… 연골 긁어내는, 시술 수준의 수술이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다 통증을 달고 뛸건데, 저는 무릎 연골이 좋지 않았어요. 


Q. 언제 다친거예요?


조유민) 시즌 시작하기 전부터 통증이 있었는데 참고 뛰었어요. 왜냐하면 대표팀이 너무 간절했거든요. '좀 쉬어야 하나보다'하는 타이밍에 대표팀 소집이 되면서 기회가 왔고, 그래서 (통증을) 참고 뛰어야지 판단을 해서 참고 뛴거죠. 그러다 시즌 끝나고 수술 받은 뒤에 회복하는 중입니다. 


Q. 시즌 일정 다 마쳤으니 쉬고 싶고 놀고 싶었을텐데, 가장 먼저 자기 정비를 한거군요. 이번에 유튜브 '슛포러브'에서 96년생 중심의 대표팀 선수들이 모여서 MT 가는 컨텐츠(<서른타카>)를 제작했더군요. 다 친한 친구들이던데 원래 함께 할 예정이었나요?


슛포러브 유튜브 썸네일

조유민) 원래 저도 가는거였죠. 촬영이 6월 대표팀 소집 앞두고 예정된 상태였는데 유럽에서 시즌 마치고 귀국해 있던 친구들과 달리, 저는 중동에 있다보니 6월 A매치 첫 경기(이라크 원정) 장소를 감안하면 이라크로 바로 합류하는게 맞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촬영에 합류를 못했어요. 


Q. 그래도 김민재 선수가 '조유민' 언급도 하고, 분량이 있던데요?


조유민) (웃음) 그래서 (김)민재한테 너무 고마웠어요. 영상 보면서 '이놈들이 내 언급을 하나 안하나' 이렇게 보고 있었거든요. (웃음) 민재가 언급해주고, (황)희찬이도 보고 싶다고 해줘서 너무 감동했어요. (백)승호는 언급을 안하더라고요. (웃음)


Q.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와는 또다른 캐릭터가 나오더라고요. 김문환 선수는 당하는 역할이던데요?


조유민) 원래 그래요. 제가 (김)문환이형하고 대학교 때부터 친하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Q. 영상 보며 새삼 느낀게, 대표팀에 96년생들이 많더군요. 실질적으로 대표팀 중심 역할을 하는 연령대가 된거죠. 92년생들이 이끌었던 시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96년생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 책임감을 느끼나요?


조유민) 그렇죠. 대표팀 소집되면 친구들과 얘길 많이 나누게 되는데, 어느 순간 "이제 인사드릴 형들이 많이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우리가 중간에서 잘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조유민(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Q. 대표팀 생활을 오래 한 선수 같은 느낌이 있는데, 세어보니 A매치 기록이 14경기 출전이더군요. 프로 데뷔가 2018년이니 빠른 편은 아니었는데, 대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프로에 왔네요?


조유민) 그때만 해도 2~3학년 마치고 프로에 입단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어요. 그 뒤로는 (22세룰 도입 등) 바뀌었지만요. 


Q. 중앙대학교 시절, 1년 선배 김문환 선수와 공격 콤비로 뛰었습니다. 프로에 와서는 둘 다 수비로 전향했지만요.


조유민) 맞아요. (중앙대 시절) 저희가 10번, 9번이었어요. 


Q. 프로에 오자마자 공격수로는 아예 안뛰고 수비로 바로 보직을 바꿨는데, 프로 첫 지도자였던 김대의 수원FC 감독이 권한거죠?


조유민) 네, 어릴 때 이후로는 수비수를 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중학교때 수비도 봤는데, 그때 수비가 너무 싫었어요. 공격수들은 맨날 슛팅도 때리고 재밌어 보였는데 수비는 잘해봤자 인정도 못 받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 갈 때 '수비 절대 안 한다' 선언하고 그 뒤론 대학교 때까지 센터포워드, 공격수를 맡았죠. 


조유민(당시 수원FC). 서형권 기자

Q. 김대의 감독은 조유민의 어떤 면을 보고 센터백을 맡겼을까요? 어떻게 설득하던가요?


조유민) 저한테 설득하신건 없어요. "유민이는 아무데나 세워놔도 돼" 이러면서 센터백 서라고 하셨거든요. (웃음) 그런데 지금 그때 경기를 보면 너무 창피해요. 정말 축구 진짜 못하는데 열정만 가득해서 그냥 막 갖다 부수기만 했거든요. (웃음)


Q. 프로에 와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것인데도 곧바로 호평을 받았어요. 아시안게임 대표에도 발탁이 됐고요. 


조유민) 김대의 감독님이 시키시는대로 따라가려고 애썼어요. 프로에 오는게 쉽지 않았는데 김대의 감독님 덕분에 프로에 올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컸거든요. 신인인데 경기에 내보내주시는 것만으로도 포지션 상관없이 감사했고요. 꾸준히 경기에 나섰지만 그래도 센터백이 한동안 어색하긴 했습니다.


Q. 처음 센터백 전향할 때 도움을 많이 준 동료나 지도자가 있다면요?


조유민) 당시 조병국 선수요. 나이 차이가 정말 많이 났었거든요. 병국 형님 첫째인가 저랑 9살 차이 밖에 안났던걸로 기억해요. 병국 형님한테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프로 1년차때 곧바로 아시안게임 대표가 되면서 김학범 감독님한테도 정말 많이 배웠죠. 김학범 감독님께서 볼 전진패스 넣는거라든지 정말 많은걸 가르쳐 주셨어요. 이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경험이 저한테는 정말 엄청 성장의 동력이 됐던 것 같습니다. 


Q. 김민재 선수와 파트너로 뛴건 아시안게임 때가 처음인거죠?


조유민) 그렇죠, 대학 선발때도 한 팀이었지만 그때는 제가 공격수였으니까요. 


Q.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어땠어요? 당시 멤버가 정말 화려했는데.


조유민) 금메달은 땄지만 그때는 제가 너무 자신감이 없었어요. 센터백을 하게 된 지 얼마 안된 때여서,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안하는데 혼자 위축되어 있었어요. 주위에 손흥민이라는 선수, (황)의조 형, (조)현우 형, (김)민재, (황)인범이, (김)문환이 형, 다 너무 좋은 선수들이랑 뛰게 되다보니 괜히 소심해지고 주눅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민재와 함께 뛰면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죠.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민재였습니다. 


김민재(왼쪽), 조유민(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Q. 대전으로 이적해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주장이 됐어요. 그것도 입단하자. 그리고 굉장히 빠르게 대전 팬들의 마음을 얻고 지지를 많이 받는 선수가 됐습니다. 


조유민) 그렇죠. 너무 사랑을 많이 주신 덕분에 저도 대전이라는 팀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Q. 그래선지 전 이미지가 확실히 박혀 있는 선수예요. 많은 팬들이 그런 얘기하지 않아요?  "언제 돌아오냐?"


조유민) 그런 말씀 많이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힘들게 해외로 나온만큼 지금으로선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지만, 진심으로 대전이라는 팀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언젠가 K리그로 돌아온다면 당연히 복귀 1순위로 생각하고 있어요. 


Q. K리그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알 샤르자로 갔습니다. 연고지가 두바이 바로 옆에 있는 도시던데 적응하기 어땠습니까? 


조유민) 처음에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지금까지도 잘 적응을 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한동안 어려웠어요. 처음 갔을 때 라마단이 시작된 시기였고 그땐 가족 없이 혼자 갔었거든요. 


Q. 그렇게 반 시즌을 보낸 뒤 2024/25 시즌이 됐습니다. 여러 면에서 역대급 성과를 냈어요. 대표팀 성과도 있었지만, 소속팀에서 '아시아의 유로파리그'라고 할 수 있는 ACL2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올라가는 과정이 정말 극적이었잖아요. 16강, 8강 모두 승부차기를 치렀고, 4강에서는 1차전 지고 2차전 추가시간에 2골 넣어서 극적인 역전승을 했더군요. 그 과정에서 경기를 아주 많이 뛰었습니다. 세어보니까 2개 대회 병행하면서 대표팀 소속팀 합쳐 45경기(41선발)에 출전했더라고요.


조유민) 그렇게 많이 뛴 줄 몰랐어요. 제가 이번 시즌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무릎이 좋지 않았잖아요. 소속팀의 코스민 감독(전 수원삼성 수비수, K리그 등록명 '올리')께서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리그에서 출전 간격을 조절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시고, 중요한 경기가 연속으로 예정되어 있을 땐 그 전에 휴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셨어요. 훈련 일정에서도 회복, 치료 시간을 따로 더 배정해주셨고요. 덕분에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2024/25 시즌 조유민 출전 기록


- 알샤르자 38경기 : 리그 19경기(17선발), ACL2 12경기(9선발), UAE컵 4경기(3선발), UAE리그컵 3경기(3선발)


- 대한민국 대표팀 7경기 : 월드컵 예선 7경기(7풀타임)


 - 총 45경기(41선발) 3,438분(경기당 76.4분)


조유민(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Q. 그만큼 몸 상태가 시즌 내내 100%가 아니었다는 뜻이겠군요?


조유민) 맞아요. 100%가 아니었죠. 제가 키가 작지만 공중볼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무릎이 좋지 않다보니 그런 점을 100% 보여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옆에 키가 2미터인 선수가 있어도 헤딩을 따내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니까 답답했죠. 


Q. 대표팀에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뒤로 골이 안나오는게 궁금했는데 몸 상태가 영향이 있었던거군요. 


조유민) 그렇죠. 제가 프로 데뷔한 뒤 매 시즌 최소 세 골은 넣었거든요. 그런데 한 골도 넣지 못한 시즌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Q. 대표팀 얘기를 더 해보죠. 2018년 아시안게임 이후 A대표팀에서 기회를 얻기까지 거의 4년이 걸렸습니다. 2022년 7월 동아시안컵 중국전을 통해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그 4년의 시간이 어땠나요?


조유민) 대표팀에 너무 가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또 부족하다는걸 많이 느꼈던 시기이기도 했죠. 그럼에도 계속 꾸준히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96년생 친구들, 민재, 희찬이, 인범이가 대표팀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었다는거예요. 아시안게임 때처럼 다시 함께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어요, 그 4년 내내. 아시안게임 때 제가 주눅이 많이 들어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이제 더 잘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기도 했거든요. 그런게 저한테 진짜 큰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Q. 그렇게 보낸 4년은 정말 길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요?


조유민) 매번 명단 발표를 기다리다가 언제부터는 '이번에도 안됐겠지'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기다리고 있었죠. 


Q. 지금 2025 EAFF E-1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데, 조유민 선수가 대표적으로 이 대회를 발판 삼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었던 케이스잖아요. 그런데, E-1 챔피언십에 오는 선수들 대부분은 그 기회를 못 잡는 경우가 많아요. 월드컵을 앞둔 E-1 챔피언십은 유럽파 선수들이 제외된 상황에서 소집이 되니까, 그 중에서 월드컵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거죠. 그래서 3년전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조유민) 그렇죠. 무조건 기회를 잡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아, 이번엔 무조건 기회가 오겠구나'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준비도 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제가 가진 걸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조유민 부부

Q. 대표팀 발탁되기 전에 지금 아내와 대표팀, 월드컵, 이렇게 목표를 세워둔 상태였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카타르월드컵 직전에 결혼 날짜를 잡아놨었던걸 보면 목표 달성이 그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었나 봐요.


조유민) 맞아요. 당시에 와이프가 카타르 월드컵 얘기할 때 제가 그랬었어요. "아, 거길 내가 어떻게 가?" 솔직한 심정이 그랬거든요. 아직 대표팀에 한 번도 못 간 선수였는데, 월드컵 개막이 몇 달 남지도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가겠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Q. 그때까지도 주눅이 들어 있었네요? (웃음)


조유민) 그렇죠, 소심했었죠. 그런데 와이프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면 난 너랑 결혼 생각 안했다" 이렇게 얘길 해주더라고요. 사실, 아까 그 4년이라는 기간 사이에 아내를 만났거든요. 아내가 정말 가장 큰 동기부여였어요. 2019년에 만났는데 저조차도 저를 의심할 때 와이프가 '넌 무조건 할 수 있다' 믿어줬거든요. 너무 감사하죠 진짜. 


Q. 대표팀 첫 발탁된게 2022년 7월이니 아직 3년도 안됐습니다. 그 뒤 월드컵 본선을 경험했는데, 이후 또 A대표팀과 인연이 없었어요. 작년 6월 김도훈 대행 체제에서 15개월만에 대표팀에 소집이 됐습니다. 기분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조유민) 그때는 처음이랑 확실히 달랐어요. 그래도 이전과 확실히 달랐던 게, 한 번 맛을 보니까 또 맛보고 싶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나는 무조건 다시 간다. 그때를 위해서 준비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Q. 그 뒤 10월 요르단 원정부터 7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면서 수비 핵심 선수가 됐습니다. 


조유민) 저는 아직도 제가 대표팀 주전이다, 핵심이다, 이런 생각 진짜 전혀, 단 1%도 안 하고 있어요. 어렵게 얻은 기회를 지금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제 자리가 아니고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경기에 나서는걸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이 자리를 지키고 또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Q. 중동 축구가 흔히 '침대 축구'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UAE 리그에서도 그런 장면을 많이 보나요?


조유민) 리그에서는 흔치 않아요. 대표팀 축구에서 유난히 그러는 것 같아요. 요즘은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침대 축구가 줄어든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살짝만 부딪혀도 난리나는 경우들이 있긴 있어요. 한 5초 정도 누워있을만한 충돌인데 10초 이상 누워있다거나.


Q. 왜 물어봤냐면 그쪽 선수들한테 왜 그러는지 물어봐달라고 하려고요. 그게 문화인지 작전인지 너무 과해서 신기하잖아요. (웃음)


조유민) 물어본적은 없는데요, 그게 같은 팀이 그러니까 좋은 점도 있더라고요. (웃음) 우리팀 동료가 그런걸로 시간을 벌어주니까 왜 그런지 알긴 알겠더라고요. 좀 더 누워있어라… 이런 생각도 들고. (웃음)


Q. 대표팀이나 K리그 뛸 때, 어린 선수들 중에 특출한 재능이 보일 때가 있잖아요. '와 이 친구는 나중에 대단해지겠는데?' 느꼈던 선수가 있나요?


조유민) (배)준호. 대전에서 준호 처음 봤을 때 그랬어요. 오기 전에도 잘하는 친구란 얘길 많이 들었는데, 함께 훈련해보면 터치나 이런게 남들과 다른 점이 보이니까. 또 양발로 드리블 구사하고, 템포나 이런 부분들도 남다르고. 그리고 (윤)도영이도 대전 처음 왔을 때 당돌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느낌을 주는 선수들이 잘되더라고요. 


조유민(왼쪽), 이강인(오른쪽, 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Q. 월드컵 본선이 1년도 안 남았습니다. 3차 예선을 치르는 동안 대표팀 안팎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예선 일정 마치고 이강인 선수가 감독을 향한 비난에 대해 개인적인 소견을 밝힌게 화제였습니다. 홈팬들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에 대한 소회였는데요, 실제 대표팀 내에서 그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나요?


조유민) 조십스럽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에서 생각을 얘기하자면, 선수들끼리 분위기는 전혀 문제없고 너무 좋아요.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걸 티내거나 얘기 나누는 부분은 전혀 없고요. 그건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홈 경기를 하게 되면 선수들도 팬분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게 되니까 확실히 인식은 하고 있죠. 요즘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얘기가 나오니까 모를 수는 없는 상황이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물론 팬분들이 비판없이 열정적인 응원만 보내주신다면 더 큰 힘이 나고 더 감사한 마음이 들겠지만, 대표팀 선수라면 분위기와 성적, 경기력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Q.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는 단 1분 출전으로 맛만 보고 왔잖아요. 2026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마음은 또 남다를 것 같은데, 각오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조유민) 아직 실감은 안납니다. 제가 월드컵을 갈 수 있을지도 아직 모르니까요. 월드컵 출전이 보장된 선수는 없잖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려면 더 잘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예요. 더 발전해야죠.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정말 어마어마한 선수들과 경쟁하는거니까요. 거기에 맞게 최대한, 저도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무 잘하고 싶습니다. 준비를 잘 해야할 것 같아요. 


Q. 지금 무릎 상태는 계속 공들여 관리해야 되는 종류의 부상인가요?


조유민) 아니요, 사실 시술에 가까운 수술이고, 지금 일주일 만에 잘 걷고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손흥민(왼쪽), 조유민(오른쪽, 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Q. 그렇군요. 병원에 있는 동안 병문안 온 사람은 없어요?


조유민) (황)인범이가 왔었고, (손)흥민이 형 왔었어요. 병원에 따로 진료 볼 일이 있었는지, 병원 온김에 들렀다며 오셨더라고요. 너무 고맙죠. 그래서 꼭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웃음)


Q. 이번 대표팀이 선수들 연령대도 그렇고 개별 커리어도 그렇고, 굉장히 좋은 시기로 가는 타이밍입니다. 그래서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더 높은 것 같은데, 분위기가 어수선한 면도 있지만 월드컵 준비 잘하시고 본선 마칠 때까지 부상없이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아내분이 병간호도 엄청 정성껏 해주셨다고 들었는데 고마움 전할 기회를 드릴게요. 


조유민)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보통 형식적으로 '와이프 만나서 잘 됐다' 얘기들 하는데 저한테는 그 이상이거든요. 정말 와이프 만나서 와이프가 저를 믿어주고면서 대표팀 선수도 됐고, 와이프 말대로 월드컵이라는 무대도 가게 됐고. 그리고 이적하는 과정을 비롯해 모든 부분에서 정말 든든하게 옆에서 도와주고, 생각 정리도 함께 해주고… 이번에 수술한 뒤에도 제가 움직이지 못하니까 침대에서 다리만 뻗고 식사나 모든걸 할 수 있게 장모님이랑 같이 수발을 다 들어줬어요. 정말 모든게 너무 감사하고, 덕분에 제가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은퇴하면 열심히 갚아야죠.


글= 서형욱 풋볼리스트 대표(축구해설가)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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