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교육, 교육의 기본을 지키는 한 상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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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년간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제도 밖의 임신과 출산은 낙태 외의 선택지를 막았고, 가난한 부모들은 사회적 돌봄의 공백 속에서 아이를 잃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정부와 교육부는 복지 및 돌봄 체계, 학습 여건의 실질적 개선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는 불확실하고 부작용은 명백한 고교학점제에 계속 천문학적인 소모성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사실 상위권 학생들은 공통교육과정으로도 입시를 비롯한 자신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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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열 기자]
지난 70년간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이 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제도 밖의 임신과 출산은 낙태 외의 선택지를 막았고, 가난한 부모들은 사회적 돌봄의 공백 속에서 아이를 잃었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조차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는 일조차 힘겹다. 이주 배경 학생들의 학습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정부는 복지나 돌봄, 기초학습 강화를 내세우며 '늘봄'을 비롯한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조적 배려보다는 모든 학생에게 일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만들고 성적 향상을 압박하는 도구로만 기능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정부와 교육부는 복지 및 돌봄 체계, 학습 여건의 실질적 개선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는 불확실하고 부작용은 명백한 고교학점제에 계속 천문학적인 소모성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더 많은 선택권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포장되지만, 그 혜택은 현실적으로 서울과 주요 학군지의 상위권 학생들의 '스펙' 관리에 활용되는 측면이 두드러진다. 사실 상위권 학생들은 공통교육과정으로도 입시를 비롯한 자신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아니, 아마도 더 잘해낼 것이다. 더 넓은 분야의 기초를 쌓고, 협력과 공감의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과목을 잘게 쪼개고, 서로 다른 교실에서 경쟁적으로 흩어져 배우는 방식은 학습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학생 간 격차를 심화할 뿐이다.
학생의 흥미와 선택을 존중한다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고교학점제는 부모의 정보력과 학군지 진입 능력에 따라 생활기록부의 포트폴리오가 좌우되는 불평등만 심화하고 있다. 선택의 자유는 조건의 평등 위에서만 유효하다. 하지만 극심한 지역 불균형 속에서, 고교학점제는 선택의 확대가 아니라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간신히 제도에 적응한 학생들을 성공 사례로 포장한다. 마치 숲을 파괴하고 고층 건물로 범벅된 장벽을 세운 뒤 겨우 살아남은 풀밭을 '자연과 공존한 성공 사례'라며 관광 명소로 홍보하는 꼴이다. 고교학점제는 과도한 선택과 교과 확장이 학교 현장의 부담을 가중하며 오히려 교사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실질적 다양성의 발현을 억압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위권 학생들을 위해 원하지도 않는 메뉴판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아직 식당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한 아이들에게, 가짓수가 적더라도 정성이 담긴 따뜻한 밥 세 끼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밥상은 겉으로는 화려하고 다양하지만 편식과 성인병을 초래하는 편의점 도시락이 아니라,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실과 지역 특성에 맞게 조리한, 정성과 영양이 가득한 따뜻한 집밥이다. 공통교육과정은 형식적 다양성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개성을 살리는 진짜 다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공통교육과정은 교육 내용을 획일화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 어떤 환경에서 자라든 일정 수준의 배움을 보장하자는 사회적 합의다.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내용과 학습 방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출발선에서 균형 있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교육 정의의 최소 기준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교육은 특권이 되고,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는 지금 중단하고, 공통교육과정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 선택이라는 이름의 불공정한 경쟁을 멈추고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공교육의 기본에 충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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