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왜 '전노'를 사면했나"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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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수의를 입은 두 전직 대통령. 오른쪽부터 전두환, 노태우씨. |
| ⓒ 국가 기록원 |
- 의회주의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시 총 8번의 영수회담(여야 대표와의 회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들은 모두 여의도(국회)와 잘 소통하는 데 실패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이번에 우상호 전 의원을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앉힌 것을 보면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생각이나 의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성호 의원이 지난주에 <한겨레TV>에 출연해서도 그런 얘기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얻어내려는 생각이 있고, 미국처럼 야당 의원들을 초청해서 만찬을 하거나 술도 같이 마실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지 야당 의원들을 대통령실로 잘 안 부르는 경향이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한쪽만 그런 의지가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도 대통령의 제안에 응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여야 간에 대화와 협력이 이루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는 있는 것 같은데 국민의힘이 여기에 응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7번이나 이회창 총재와 영수회담을 했지만 항상 영수회담이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성과가 있는 영수회담은 거의 없었다. 딱 한두 번 정도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의약분업사태였다. 당시 의사들이 파업했을 때 여야 영수회담을 했는데, 의사 파업 중단을 요청하면서도 의사 증원을 몇 년 동안 중단하고 의약분업은 시행하는 것으로 합의해 발표함으로써 의약분업사태가 해결됐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많은 갈등 사안 중 저출산, 고령화, 연금문제 같은 것들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정책으로 추진할 수 없다. 여야 영수회담에서 적어도 양쪽의 의견이 완전히 어긋난 것 외에 이견 조정이 가능한 정책들은 같이 합의해서 추진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고, 야당에도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분위기로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 대통령 수칙에 보면 "국회와 야당의 비판을 경청하자. 그러나 정부 짓밟는 것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정부 짓밟는 것 용서하지 말아야', 국정노트가 공개되리라 생각했으면 이렇게 직설적인 표현을 안 썼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것이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 마음을 그대로 쓴 것이다. 이회창 총재와 여야 영수회담을 하기 전에 작성한 국정노트에도 그런 표현이 있다. '야당은 국정의 파트너여서 함께 가야, 하지만 야당의 잘못된 비판에는 정정당당하게 대응해야' 야당이 잘못된 비판을 하는데도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지 않겠다, 즉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바라보는 솔직한 시각이 드러나 있다."
- 보통은 대통령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청와대로 초청해서 만나는데,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차이도 좀 있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의회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고, 정부 각료들도 다 의원 출신이니까 총리가 국회에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가 채택한 대통령제는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미국이 발전시켜온 제도인데,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의회에 가서 의원들을 만나지는 않는다. 백악관에 초청해서 만나고, 시정연설이나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나 의회에 간다. 미국도 삼권분립 때문에 의회와 행정부는 따로 활동한다는 오랜 전통이 있었고, 그것이 전통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것을 우리가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이 국회에 가게 되면 연설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국회에 가서 의원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국회에서 의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국민을 향해 연설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텐데 새 정부에서 이런 것들이 얼마나 많이 늘어날지는 모르겠다.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대통령이 여야 국회의원들을 자주 초청해서 식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민주당이 아무리 다수당이지만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산하려면 야당도 그 정책을 찬성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의원들까지 불러서 같이 얘기하고 토론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설령 그렇게 했는데 설득이 안 되더라도 그 자체가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대통령이 이렇게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하고 국민들이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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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7월 전직 대통령들과의 만찬을 앞두고 작성한 국정노트. 자신을 사형시키려 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전혀 내비치지 않고, 국정운영을 위해 특별히 지원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
| ⓒ 한겨레출판-김대중평화센터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옥중서신을 보면, 둘째 아들에게 '진정한 너그러운 강자는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성서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 아닌가? 그런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원수를 용서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올바른 사람이 해야 할 길이다'라고 생각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존경했던 지도자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과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였다. 두 사람은 다 '용서의 정치'를 했던 사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들을 보면서 오래 전부터 '큰 정치인은 용서와 화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철학을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에서는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정치보복을 할 것이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보수진영에서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작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런 생각(정치보복) 없이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래서 1980년에 신군부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고 군법 회의에서 한 최후 진술에서 "나는 사형을 당하더라도 여러분들은 절대 정치 보복하지 말라"고 했다. 1980년이면 진짜 자기가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마음이 이미 내재화돼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개인적 신념과 철학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실현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60년대 국회의원 할 때도, 1971년에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나갈 때도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대통령이 되면 절대 정치 보복하지 않겠다' 그 당시 중앙정보부가 얼마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찰했나?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런 것들을 다 용서하고 책임을 묻지 않겠다, 그러니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여러분이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굉장히 연약하고 일천한데 이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치보복을 하면 안 된다, 정치보복을 하면 그것이 다시 정치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되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움트기 시작한 민주주의가 손상되니까 민주화를 더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잡더라도 용서하고 보복하지 않고 저들을 끌어 안아야 한다'는 전략적인 판단도 있었던 것 같다.
그 판단은 옳은 판단이었다. 만약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한 뒤에 보복했다면 보수 쪽에서 가만히 있었겠나? 군부 등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고, 굉장히 큰 혼란이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끌어안음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거쳐왔고, 우리 민주주의가 이렇게 굉장히 공고화된 측면이 있다. 개인의 신념과 철학, 민주주의의 정착이라는 두 측면에서 정치보복을 하지 않는 것이 당시에는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이 결합돼 있어서 이렇게 정적들을 용서할 수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화해한 것에 대해 크게 문제삼는 사람은 없다. 그때는 이미 고인이었고,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발전시킨 공로를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평가가 있기에 자기를 여러 번 죽이려고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용서했다. 박정희기념관 건립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시작하지 않았으면 누구도 못했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 사업을 추진한 것 자체에 대해 지금도 큰 논란이 없다. 물론 전두환·노태우 사면은 여전히 논란이 있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꽤 있다."
- 국정노트를 보면 1998년 7월 31일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하면서 그들을 "역대 대통령 모두 심로와 공헌"이라며 "역사의 한 증인이자 주역"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이 눈에 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대중 정부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반대했던 권위주의정부들의 잘한 점과 못한 점들이 다 응축돼 김대중 정부가 탄생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그런 연속성의 차원에서 김대중 정부의 탄생과 정권교체를 바라봤다. 예를 들면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가 큰 도움을 줬고,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숙청이나 금융실명제 도입도 김대중 정 탄생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88올림픽 유치 같은 것은 잘한 것이다. 올림픽 유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런 것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전두환·노태우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굉장히 고마워했고 좋아했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이 가장 좋았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전노 사면, 개인적 신념과 철학에 바탕한 정치 행위"
- 5년의 임기 동안에 여러 가지 정책 성과를 낸 것도 대단하지만 전두환·노태우를 이렇게 예우하고 용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에 사형선고를 받은 혐의가 '내란음모'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 민주화운동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도 배후조종했다는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도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해자였다. '내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로서 가해자인 전두환·노태우를 용서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겠다는데 누가 비난하겠나?'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해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당시에 시민군으로 죽은 분들도 있고, 그 가족들도 있고, 또 광주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시위를 했던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있다. 그분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용서했으니 우리도 용서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이 괴리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왜 전두환·노태우를 용서했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상당히 있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죽을 때까지 광주 유혈진압에 대해 한번도 사과를 안 했지 않나? 그런 것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두환·노태우 사면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줬다."
- 일부에서는 이렇게까지 얘기한다. "그때 전두환·노태우가 사면되지 않고 계속 감옥에 있었거나 감옥에서 죽었다면 윤석열이 내란을 꿈꿨겠나?" 한마디로 역사적 교훈이 못됐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하지 않았어도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것이다. 20세기도 아닌 21세기에 '계엄령'이란 것을 선포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정치인 출신인 정진석 비서실장도 그때 말렸다는 것 아닌가?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었다면 총선에서 참패하고,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과 치받아 대통령으로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도 그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계엄령 선포를 상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라면 계엄령 선포는 선택 사항에 없었을 것이고, 개헌을 하자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계엄령 선포를 생각할 정도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어도 진짜 엉뚱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지도자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두환·노태우 사면이 과연 옳았느냐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저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당시 상황, 즉 IMF라는 상황이 있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나라가 진짜 망하기 직전이었다. 그런 전대미문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국민을 통합시키는 행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런 생각에서 전두환·노태우도 사면했을 것이다.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해서 얼마나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그 당시 보수층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두려움이 무엇이었나? '저 사람은 정치보복을 할 것이다'라는 두려움이 굉장히 컸다. '저 사람은 정치보복을 할 것이고 피의 살육을 벌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실제로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하는 것을 보면서 '꼭 그런 것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보수층이 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IMF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전두환·노태우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저는 그런 점에서 그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의 시점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그 당시의 시점으로 바라보면 충분히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했다. 지난 대선 후보 때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한민국 보수의 상징적 인물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 보수 진영의 포비아,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정치보복을 할 것이고, 칼을 휘두를 것이라는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내란 상황에도 김문수 후보가 41%를 득표한 것이다. 거기에는 보수 진영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대 반감이 들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게 보수진영이 이재명 대통령을 불신하고 이재명 포비아를 갖고 있는데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도 그렇지 않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행보의 하나로 현재 극우의 아이콘인 이승만 대통령 묘소도 참배하고, 박정희 묘소와 박태준 전 포철 회장 묘소도 참배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IMF 못지 않는 위기상황인데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수의 강한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상징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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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이 가장 많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 뭐냐 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주범인데 그의 지시를 받아서 행동했던 군 지휘관들은 다 감옥에 가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반려견을 데리고 한강공원을 산책하고 부인과 함께 투표하러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 '이게 말이 되냐?' 하는 분노가 굉장히 강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이 아니더라도 명태균 게이트 등 여러 사건이 있어서 구속될 것이다. '윤석열 사면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은 하나의 가치론적이고 당위론적인 얘기지만은 현실 정치에서는 '윤석열 사면론'이 앞으로 나올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그것을 계속 얘기하면서 정치적으로 영남과 보수층의 지지세를 결집하는 도구로 활용할 것으로 본다."
- 그런데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김건희와 관련된 3개 특검 수사(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를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보복이라고 본다.
"셋 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에 국민 다수가 지지했던 특검이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그래서 3개 특검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란도 문제지만 특히 외환죄가 있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서 전쟁 도발을 유도하려고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명확하게 진실을 밝히고 넘어가야지 그냥 덮고 갈 수는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 합참의장과 통화하면서 내란 당시 군인들의 소극적인 행동에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최고사령관이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행동한 군인들-김용현, 여인형, 노상원 등 '극소수 정치군인'은 빼고-에 대해서는 죄는 묻되 적절한 시기에 사면복권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건희 특검도 의혹들이 있고, 국민적인 요구가 높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다. 정치보복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크게 먹히지도 않고 있다. 그것이 정치보복이 되느냐는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봐야 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다. 그 수사 자체가 문제였던 것은 아니지만 그 수사가 너무 오래 끌었고, 너무 확대된 것이 문제였다. 그러면서 광범위했던 촛불연대가 축소되고, 그것이 오히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됐다.
지금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밝히되 그것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수사라는 것이 하다 보면 자꾸 옆으로 확대되고 번져갈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잘 차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휘한 특검의 허와 실을 한번 지켜봤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 리뷰(review)하면서(살펴보면서) 특검 수사를 진행해 나가면 2018년 국정농단 수사만큼의 논란은 피할 수 있다. 그때는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스스로 칼을 지나치게 많이 썼던 측면이 분명히 있다. 본인은 정권이 시켜서 했다고 얘기하겠지만, 청와대는 가만히 있었는데도 검찰의 속성이 작용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칼을 상당히 많이 휘둘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반면교사로 삼으면 이번 특검은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 야당이나 보수진영은 계속해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고 나올 것이다.
"들고 나올 것 같다. 새 정부는 경제와 민생을 살려야 하는데, 경제와 민생을 살리려면 국회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줘야 한다. 민주당이 다수당이긴 하지만 초당적으로 협력해주고 국론이 갈라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수사를 하다 보면 약간 충돌이 날 여지가 생긴다. 과거에도 그런 일들이 왕왕 있었으니까 어떻게 대응해 가느냐고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앞으로 이재명 정부의 위기 타개 능력과 수완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기준)가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잘 넘어서야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
- 참여연대가 최근 전문가 100인 인터뷰를 통해 '새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 18개'를 추렸는데 그 중 하나가 '보복의 정치'였다. 전문가들도 보복의 정치를 우려하고 있다.
"'보복의 정치'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다. 뭐가 보복인가? 내란을 수사하는 것이 보복인가? 아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김건희 관련 의혹들은 진위를 밝혀야 한다. 무속인의 조언을 받고 청와대를 옮겼다는 의혹도 밝혀야 한다. 국정이 무속에 휩쓸렸다는 것인데 이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들을 그냥 놔두고 가야 하나? 국민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의혹들을 수사하는 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보복의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김문수, 한동훈, 이준석 등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을 이런 사건에 엮어서 의도적으로 구속하거나 형사처벌하려는 의도가 있을 때 그때 정치보복 주장을 제기하는 것이 맞다. 지금 진행되는 특검 수사를 가지고 정치보복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정치보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자들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해 분풀이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보복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지난 3년 동안에 그렇게 당했는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처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정의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다. 함무라비 법전 당시에는 그것('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 정의였고, 그 정의라는 단어 속에는 보복의 심리, 보복의 균형이 있었다. ,'내가 이만큼 당했으면 상대에게도 그만큼을 돌려주는 것'이 인류 역사에서 정의의 중요한 기준으로 내려왔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됐으니까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핍박했던 사람들한테도 그만큼 대응하기를 원할 것이고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또 그것이 틀렸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대통령도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했으니까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런 보복의 방향이 개개인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제도를 개혁하고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검찰개혁인데, 검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했던 악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청 간판은 내리고, 기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나누는 등 제도 개혁과 개선에 보복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지금 이재명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두환·노태우 사면의 전제조건은 두 사람의 사과였고, 광주쪽에서는 '처벌'이었다. 그런데 전두환·노태우는 사과도 제대로 안 했다. 그렇다면 나중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사면하려면 최소한 내란 등에 대해 사과해야 할텐데, 지금 그 내란죄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사과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사면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이 있지 않으면, 국민들도 전두환·노태우 사면과 관련해 학습효과가 있으니까 윤석열 사면에 동조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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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년 1월 4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리한 국정노트의 첫 장. '1.인사 2.예상 전략 3.대응 전략..' 순서로 정치현안에 관해 할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적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꼼꼼한 성격과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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