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오광수 민정수석 사퇴에서 교훈 얻어야"

구영식 2025. 6. 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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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대중의 국정노트> 펴낸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②

[구영식 기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무,홍보,민정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2025.6.8
ⓒ 연합뉴스
[인터뷰①]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개 숙이는 것을 꺼리면 안된다"(https://omn.kr/2ea54)에서 이어집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경보수 '강인덕'을 통일부 장관에 앉힌 이유

- 국정노트를 보면 성공한 대통령의 조건으로는 인사, 국민과의 소통, 여야(국회) 대화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인사와 관련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쓴 '대통령 수칙'이 가장 눈에 띈다. 거기를 보면 "인사정책이 성공의 길이다. 아첨한 자와 무능한 자를 배제"라고 돼 있다.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무능한 사람을 장관이나 수석비서관에 앉히면 일에 효율도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능한 사람은 고집이 센 경우가 많아서 방향을 엉뚱한 쪽으로 끌고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일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딱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최근까지 난 인사들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일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앉히고 있다. 다만 그 인사의 폭이 좁다는 생각이 든다. 오광수 민정수석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야 검찰을 잘 알면서도 검찰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오광수 수석이 적임자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본인이 보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 않았나?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을 시킨다'는 것이 인사에 관한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이 아무리 사람들을 많이 안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기가 모르는 사람인데도 유능하고 평판이 좋으면 2중, 3중으로 검증해서 과감하게 썼고, 성공한 경우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헌재를 금감원장에 발탁한 것이다. 그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헌재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추천하기도 했지만 일을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금감원장을 시켰던 것이다. 결국 이헌재가 기업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해내지 않았나?

이재명 대통령도 폭넓게 유능한 사람을 쓰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오광수 민정수석 사퇴에서 그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잘 모르더라도 검찰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여러 명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 중에서 좋은 사람, 적합한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좋다."

- 사실 무능한 사람은 배제하기 쉬운데, 아첨한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옆에 두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나?
"대통령이 그 자리(부처 등)의 현안이 무엇이고, 그것을 누가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거기에 적합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자신과 인연이 있다고 해서, 자기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쓰기보다는 '누가 그 일을 잘할 것인가'라는 점에 입각해서 사람을 뽑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굉장히 냉정하게 사람을 쓰는 편인 것 같다.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일할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으면 잘 안 쓰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이 들면 사람을 쓰는 것 같다. 다만 아는 사람 위주로, 즉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딱 믿을 수 있는 사람만 고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수정해서) 인사의 폭을 좀 넓히면 좋겠다. 인사는 진짜 성과를 낼 사람들 위주로 냉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여러 정책들이 성공한 것도 결국은 그 일을 추진할 실무 역량이 있는 사람들을 그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대통령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성공시킬 수는 없다."

-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얘기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다. 앞에서 조금 언급하긴 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는 어떤가?
"사실 아주 큰 감동은 없다. '그런 사람이 됐어?'라는, 국민들에게 굉장한 놀라움과 신선함, 감동을 선사하는 인사는 없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은 안돼'라고 할 정도의 인사도 없다. 대체로 일을 잘할 것 같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인사는 그 일을 잘할 사람을 시키는 것도 있지만, '메시지'를 주는 기능도 있다. 저는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인사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면 그것을 본 국민은 '대통령이 저런 뜻으로 저 사람을 썼고,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뜻이구나' 하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이해하고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발판이 되게 하는 것이 인사의 중요한 효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한 직후 국정원장에 이종찬,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임동원, 통일부 장관에 강인덕을 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진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빨갱이 좌파'라고 비난하는데, 남북관계 개선은 추진해야겠으니까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세 자리를 모두 보수적인 사람으로 앉힌 것이다. 이종찬은 옛날 민정당 사무총장을 했던 사람이고, 임동원도 육사 출신으로 6공 때 노태우 정부에서 외교안보연구원장(현 국립외교원장), 통일원(현 통일부) 차관을 했고, 강인덕은 아주 강경보수였던 인사다. 그렇게 인사를 하니까 보수진영쪽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대화 추진을 "북한에 나라 갖다 바치려는 것 아니냐' 같은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인사가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재명 정부의 인사는 다 일은 잘할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조금 약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오광수 민정수석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국민들한테는 '검찰개혁을 속도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인사가 메시지'라는 관점에서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장관 인사를 하면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국민통합을 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겠다.

상징성이나 메시지 같은 것들을 옆으로 밀어내고서 단지 실용성만 갖고서 인사를 하는 것들이 좀 보완될 필요가 있다. 여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 잘하는 사람이면 남녀는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야 그 말만 가지고 보면 맞는 얘기지만, 여성 장관들을 몇 명 기용하느냐가 국민의 절반이고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메시지를 잘 생각하면서 인사를 할 필요가 있다."

- 지금까지 한 인사를 보면 대체로 전문성이나 실무능력을 지향하는 것 같다.
"관료와 정치인 중심이다. 정치인들의 경우 자신이 한번 경험했던 사람들 중심으로 인사하고 있다. 관료들은 일은 잘하고 안정적인데, 관료 중심으로 인사를 하면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 과감한 방향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강인덕을 통일부 장관에 앉힌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강경보수 인사를 앉힘으로써 '남북대화가 북한에 유리하게 끌려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주려고 한 것이다."

"명확한 인사기준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오광수 민정수석이 결국은 사표를 냈다. 임명하기 전부터 우려와 비판이 많았는데도 밀어붙였고, 결국 이재명 정부 첫 인사검증의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이로 인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부담이 있다. 부동산 차명 은닉은 그 당시에도 범죄였다. 오광수 수석 말고 다른 인사들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것이 진짜 공직을 못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일만 잘해서 성과만 내면 되지 다른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빠지면 안된다. 그렇게 해서 실패한 인사들이 굉장히 많았다. 국민들은 일의 성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의 지향들이 공직 인사를 통해서도 구현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 처음 공직자 재산 공개가 이루어진 때가 1970년대였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고, 포드 대통령에 이어 카터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에서도 공직자 재산 공개가 도입됐다. 그전까지는 그런 게 없어서 재벌도 장관이 되는 등 돈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공직에 진출했는데 공직자 재산 공개가 도입된 이후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중반만 해도 거기에 대한 비판들이 상당했다.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니까 돈은 많지만 유능한 사람들이 공직에 안 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을 바꿔야 한다, 폐지해야 한다 등의 의견들이 미국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하지만 공직자 재산 공개는 계속 유지됐다. 계속 유지되면서 그것이 공직자의 청렴성, 도덕적인 품위와 수준의 바로미터(barometer, 기준)로 작용했다. 그래서 지금은 공직자들이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를 아무도 안 한다.

우리나라도 공직자 재산 공개가 도입된 다음에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그것을 통해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이 많이 높아졌다. 이렇게 높아진 수준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공직자를 임명하면서 세워왔던 기준들이 높아졌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그것이 크게 낮아졌다. 그것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새 정부에서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새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공직자상을 갖고서 일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

- 그런데 윤석열 정부 때도 그랬지만 지금 이재명 정부 때도 특별한 인사 검증 기준을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해서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빨리 내부적으로 정리해서 '우리는 이러이러한 사람들을 공직에 기용하겠다, 안 하겠다'는 기준을 밝힐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7대 비리 임명 불가' 원칙이 있었는데 그것이 너무 엄격하다거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분명히 있었다. 그렇다면 현실적이지 않고 너무 엄격한 부분들은 빼더라도 '우리는 이런 범위에서 사람을 추천받아서 기용하겠다'는 인사 기준을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제시하고 그런 기준에 따라 인사를 하는 것이 국민들의 신뢰를 유지하고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문재인 정부에서는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7대 비리'가 있으면 임명 불가라는 원칙이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이렇게 세밀한 기준을 둘 필요가 있느냐고 문제제기한다.
"만약 그것이 너무 엄격하다면 조정할 필요는 있는데 인사 기준이나 범위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가 매번 날 때마다 야당은 '이 사람 이런 문제가 있는데 왜 안 바꿔'라고 주장할 것이고, 보수 언론도 그렇게 비판할 것이다. 정권이 '이것은 이런 기준에 맞으니까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다만 그 기준이 사람마다 자의적으로 달라지고 기준이 왔다갔다 하면 오히려 나중에는 비판의 여지가 되고 굉장한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통령실이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국회는 인사청문회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 아주 세밀하지는 않더라도 대체적인 인사청문회 검증 컨센서스(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야당은 반대하고 낙마시키려고 하고, 여당은 자기가 야당일 때는 공격했다가 여당일 때는 '능력이 있으니 통과시켜주자'라고 말을 바꾸는 악순환이 생긴다. 인사청문회 검증 기준의 일관성은 정권이 진보 보수를 왔다 갔다 하더라도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

- 그래도 오광수 민정수석은 빨리 정리한 편이다.
"그나마 빨리 정리한 것이 다행이다. 다만 오광수 수석이 이렇게 낙마한 것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위기감을 느끼거나, 특히 이재명 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제까지 모든 역대 대통령들이 다 초기에 훨씬 많은 수석비서관과 장관들의 낙마를 경험했다. 국무총리가 낙마한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사람을 기용하는 데서 국민의 눈높이와 달랐던 부분은 어떤 것인지를 느끼고, 그것을 앞으로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다 자기 처지에서 인사를 생각한다. 똑같은 일을 저질렀어도 자기 편이 그런 일을 저지르면 그것은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반대편에서 볼 때는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항상 역지사지로 여론을 잘 살피면서 이 정도면 국민들이 받아들여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 오광수 민정수석도 그렇고 지금 헌재 재판관 후보로 올라 있는 이승엽 변호사도 이재명 대표를 변론한 인연이 있는 인사다.
"아직 후보로만 올라 있는데 그분이 추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되면 문제다. 이승엽 변호사가 공적인 의미나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건을 변론했던 사람이 아니고,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사건을 변호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분이 헌법재판관이 되는 것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기절제이고 자기제어다."

"국민추천제, 이재명의 실용주의적 모습과 거리 있어"
 국민주권정부 국민추천제 안내 포스터
ⓒ 대통령실 제공
-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장·차관, 공공기관장 등 주요 공직후보자를 국민으로부터 직접 추천받고 있는데 이런 국민추천제는 어떤가?
"좀 의외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굉장히 실용적으로 일을 하는 분이지 않나? 전시행정보다는 성과를 딱 낼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을 찾아가는 것을 굉장히 잘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인사 추천을 받아보자?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적인 모습과도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실효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고, 여러 정부를 거쳐 오랫동안 축적해 온 과정이 있다. 인사혁신처나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도 관련정보가 많이 축적돼 있을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대통령과 참모들도 진짜 일을 잘할 것 같다고 판단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미 그전에 정부의 인사정보망에서 걸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기투표식 국민추천제는 자칫하면 보여주기 과정으로 끝날 수가 있다."

- 어차피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고, 그러면 후보 시절부터 인재풀을 정리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나중에 인사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대통령의 판단하에 책임있게 인사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원하는 질문을 대통령에게 던질 수 있다면, 기자도 책임감 가져야"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공항을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들과 G7 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캘거리 공항 이륙 후 기자단을 찾아 간단한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2025.6.19
ⓒ 연합뉴스
- 김대중의 국정노트를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할 때도 굉장히 꼼꼼하게 정성을 들여서 준비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언론과 어떻게 소통해야 한다고 보나?
"대통령실 브리핑을 생중계하고, 카메라를 더 설치해 질문하는 기자들도 비춰준다고 한다. 카메라를 많이 써서 기자들도 비춰주는 것은 당연하고, 미국도 그렇게 한다. 이것이 기자들 좌표 찍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언론도 책임감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기자 개인의 질문이 아니라 국민을 대변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고 국민이 알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물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시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시절에 있었던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보면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들만 왔다갔다 했다. 그런 것들을 뛰어넘어서 기자들도 본인들이 원하는 질문을 대통령에게 던질 수 있게 되면 거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설령 그로 인해 어떤 논란이 일더라도 거기에 대한 책임감은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대통령실 브리핑을 라이브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것이 미국식인데, 우리는 노무현 정부 때 잠깐 했다가 중단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쉽지는 않다. 제가 워싱턴 특파원을 했는데, 백악관에서는 매일 12시에 '눈 브리핑'(noon briefing)을 한다. 거기에 직접 참석할 수 없었지만 영상으로 중계를 하니까 그 중계를 보는데 참 대단하더라. 미 국무부 대변인이나 백악관 대변인은 전 세계의 모든 현안에 대해 다 대답한다. 그만큼 현안을 쫙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브리핑만 보면 전 세계 언론들은 지금 미국 정부의 생각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이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우리도 그것을 하려면 대변인과 대변인실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 대변인실이 모든 현안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각종 현안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다른 수석비서관실과 비서관실이 대변인실에 잘 협조해줘야 한다. 그리고 모든 중요한 회의에 대변인이 참석해서 논의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대변인이 얘기하는 것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대변인이 생중계로 브리핑을 한다는 것은 국정 운영의 중요한 현안들, 그것에 대한 정부의 방침과 방향이 국민들에게 생중계되는 것이니까 그만큼 투명해지고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잘하면 바람직하다고 본다. 권력과 국민의 거리를 좁히고 벽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했으면 한다."

-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소통의 한 수단으로 미국식 출근길문답을 시도했다가 결국 중도에 중단했다. 방금 얘기한 것처럼 생중계 브리핑도 쉬운 일은 아닌데, 대통령실 참모들이 어느 정도 범위와 깊이로 답변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고, 기자들의 질문을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그것이 관건이다. 생중계 브리핑을 한다면 아주 깊은 딥백브리핑(deep back briefing, 더 민감한 사안을 설명할 때 직접 인용은 못하고 기사에 녹여쓰는 방식)으로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현재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나갈 겁니다'라는 원론적이고 일반적인 얘기라도 국민 앞에서 직접 자기 이름을 걸고 대변인이나 고위 관료들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다 보면 차츰 노하우가 쌓이게 되고, 훨씬 더 많은 정보들이 국민에게 전달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렇게 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회의하고 논의한 것들을 과감하게 국민들에게 알려라'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정부 부처 관료들은 비공개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인터넷 시대 아닌가? 인터넷 시대에는 그렇게 숨기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최대한 공개해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 내는 것이 더 좋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홍보수석, 대변인 등 브리핑하는 사람이 현안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중계 브리핑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아닌가 싶다. 최근 10일 동안 비상경제TF 등에서 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이 현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

- 백 브리핑 등을 통해 '대통령실 관계자'나 '정부 관계자' 등으로 보도되는 관성, 관행을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은 '관계자'로 숨어서 조금 더 깊은 얘기를 해주거나, 개인적인 의견도 얘기했는데, 생중계 브리핑을 시작하면 그런 것들이 불가능할 것이다.결국 대통령실과 기자들의 진검 승부이고, 대통령실과 국민들 혹은 기자들과 국민들의 진검 승부가 될텐데 '조금 더 깊은 얘기를 해달라'는 기자들과 국민들의 압박을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기자들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들의 좌표 찍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기자 개개인의 그런 우려는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고, 그래서 기자 좌표 찍기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정부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누누이 얘기해야 한다. 기자는 기자 개인이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을 대변해서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질문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때는 그런 질문을 안 했기 때문에 김건희 의혹들이 이렇게 방치돼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할 때부터 김건희와 관련된 의문들을 제기했지만, 그것에 대한 질문이 대통령실 기자들 입에서 나온 적이 있었나? 내 기억으론 없었던 것 같다. 일단 기자들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기분 나빠할 내용이라도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이나 정부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비난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좌표찍기로 이어지고 질문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얼마 전에 한 기자가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게 '반미주의자냐?'고 물었다가 그것 때문에 기자가 유튜브에서 엄청나게 공격받았다. 보수 유튜버와 진보 유튜버가 각각 그런 것들을 증폭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것들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 기자에 대한 비난이 많아지니까 김민석 후보자가 '비난하지 말라'고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정부 당국자들이 그렇게 '어떤 질문이라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태도를 초기에 의도적으로 표시하면 좋겠다."

- 질문이 있어야 답변이 있는 것이니까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생중계 브리핑이 '리얼리티 방송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방금 지적한 것처럼 유튜브에서 이것을 확대재생한 것이니까 더욱 그렇다.
"그런 우려도 있다. 보수 유튜버는 '왜 그렇게 세게 질문을 안 하냐?'고 비난할 것이고, 진보 유튜버는 '왜 이렇게 공격적인 질문을 하냐?'고 비난할 것이다.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는 자세를 대통령실이 갖고, 출입기자들도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질문하고 답변한다는 믿음의 공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믿음의 공유가 없다면 자칫 양쪽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붙거나 아예 질문을 안 하고 답변을 안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대변인실과 출입기자들 간의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김대중, 언론에 정면으로 반박 못해…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 워낙 커"
 2001년 1월 11일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작성한 김대중 국정노트의 첫 장.
ⓒ 한겨레출판-김대중평화센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대통령 수칙'을 보면 언론보도를 중시하되 부당한 비판 앞에 소신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 애국심과 양심을 믿어야 한다"라며 "이해 안될 때에는 설명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썼다. 본인이 언론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 방식을 이렇게 정리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언론의 비판을 듣되 언론의 부당한 비판에는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졌던 마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항상 신문을 보니까 모든 신문이 다 '이것은 잘못됐다'고 하면 그쪽을 따라갔다. 그런데 예를 들어 조중동이 남북관계 개선을 '북한 퍼주기'라고 비난하면 그런 것에는 휘둘리지 말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정면으로 반박하지도 못했다.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워낙 컸던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만큼 언론으로부터 핍박을 받은 정치인은 없었다. 1971년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후부터 1997년 대통령에 당선할 때까지 26년 동안 언론들은 그를 '빨갱이', '공산주의자', '부정축재자', '정신 이상한 사람' 등으로 공격했다. 그 당시 신문들과 방송들은 모두 보수정권에 다 장악돼 있어서 계속 공격을 받았다. 그렇게 공격을 받았지만 거기에 대해 제대로 맞서 싸운 적이 거의 없다. 물론 평민당 총재를 하면서 <주간조선>의 보도에 대해 소송한 적은 있지만, 그것 빼고 항상 자기가 공격을 받으면서도 찾아가서 '한번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설명하고 보수언론의 이해와 지지를 얻으려고 무지하게 노력했던 정치인이다.

1990년대 중반에 아태재단 이사장을 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정동채(전 문화관광부 장관)였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이 시켜서 여러 번 '조중동 사주'를 만났다고 한다. 그가 조중동 사주를 만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기 명함 뒷면에다 '회장님 제 비서실장 정동채를 보냅니다. 얘기 듣고 선처 바랍니다'라고 쓴 것을 보수언론사 사주들한테 보여줬다고 한다. 그렇게 핍박을 받고 비난을 받았으면서도 보수언론과 잘 지내려고 노력했던 정치인이었다. 보수언론과 잘 지내려는 전선에 서있던 사람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이었다. 그래서 박지원 의원이 그렇게 보수언론사를 돌아다니면서 폭탄주도 마시고 그랬던 것 아닌가?

그렇게 했는데도 잘 안됐다. 3명의 언론사주 구속으로 이어진 언론사 세무조사는, 권력과 언론과의 관계를 정상화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런 것들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언론의 부당한 것에 정면으로 대응했던 정치인은 아니었다. 부당한 언론의 비난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못했다는 회한이 항상 있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굉장히 부러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맞서 싸워서 대통령이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점을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 '나는 못했던 것을 노무현이 했다'는 부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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