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맥아리’가 없다고요?
날씨가 더워지고 장마철이 시작돼 습도가 높아지니 기운이 쭉 빠진다는 이가 많다. “요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런지 주변에서 영 맥아리가 없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날씨가 너무 덥고 꿉꿉해 기분이 처지고 매가리가 없다” 등과 같은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이처럼 기운이 빠지고 힘이 없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맥아리가 없다’ 또는 ‘매가리가 없다’고 표현하곤 한다. 우리말은 원형을 밝혀 적는 단어가 많기 때문에 ‘매가리’가 틀린 표현이고, ‘맥아리’가 바른 표현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바른 표현은 ‘매가리’다.
‘매가리’는 ‘맥’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맥’은 기운이나 힘을 의미하는 말이므로 ‘매가리가 없다’는 기운이나 힘이 없다는 뜻이 된다. “시험을 보고 나니 온몸에 매가리가 풀리고 잠이 왔다” “무거운 학원 가방을 어깨에 멘 어린이들 모두 매가리가 없어 보였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간혹 “어디선가 메가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에서와 같이 ‘메가리’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매가리’가 ‘맥’으로부터 시작된 단어라는 사실을 알면 이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매가리’의 어원은 ‘맥(脈)+-아리’이다. 원래는 ‘맥아리’라는 말로 쓰였으나 언중(言衆)이 ‘매가리’를 더 많이 사용해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매가리’만 올라 있다.
정리하자면, ‘맥’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매가리’이므로 ‘맥아리’ ‘메가리’로 쓰지 않도록 하자.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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