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에든버러 꿈꾸는 공연계, ‘통합형’ 축제로 얻을 시너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가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전통예술 등 여러 장르의 기초공연예술 축제를 ‘아르코 썸 페스타’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묶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7개 축제가 참여하는 가운데, 공연계는 이 새로운 시도가 만성적인 예산 부족과 홍보의 어려움을 타개하면서 세계적인 축제 모델인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같은 통합형 축제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간 국내 공연예술 축제들은 개별적으로 높은 완성도와 의미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각 축제가 고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제한된 예산과 전문 인력의 부재 속에서 마케팅과 홍보는 늘 아쉬운 지점으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코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아르코 썸 페스타’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단연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개별 축제가 각자 집행해야 했던 홍보 예산을, 아르코가 통합적으로 지원, 운영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홍보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또한, 통합 플랫폼을 통해 예매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각종 행정 및 운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각 축제는 콘텐츠 제작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게 된다.
이러한 통합은 장르 간 시너지와 관객 저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연극을 즐겨 찾던 관객이 ‘아르코 썸 페스타’라는 브랜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무용이나 전통예술 축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통합된 축제 안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함께 소개되면서 관객은 자신의 취향을 넓힐 기회를 갖게 되고, 이는 곧 전체 공연예술 시장의 저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각기 다른 장르의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콘텐츠가 탄생할 가능성도 열린다.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에든버러 페스티벌’처럼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되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예술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관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강력한 문화 관광 콘텐츠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우려도 나온다. 섣부른 통합이 각 축제가 오랜 시간 쌓아온 고유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개성 없는 축제의 나열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하는 축제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의 역사를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구축해왔다. ‘아르코 썸 페스타’라는이름 아래 이 모든 축제가 하나로 묶일 때, 각자의 고유한 색깔과 목소리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예술 작품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에든버러’와 비견할 축제는 갖춰지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하루아침에 ‘하나가 되자’고 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축제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틀을 짜고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며 ‘아르코 썸 페스타’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는 처음 기획 단계부터 각 축제 단체의 특성과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테마를 가지고 묶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계적으로 자체적인 기획,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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