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공보수 수억 챙겼는데…檢출신 그 변호사, 자격 없었다

변호사 자격이 정지됐는데도 수임료 등의 명목으로 수억원을 챙긴 전직 검사가 구속됐다.
24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2022년부터 이듬해까지 6명에게 총 2억 4300만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사기, 변호사법 위반)로 60대 남성 이모씨를 지난 20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23년 변호사 자격이 정지됐음에도 의뢰인들에게 소송 수임료를 받고, 승소했다고 거짓으로 말한 뒤 성공 보수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또 소유권 분쟁이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싼값에 인수하게 해주겠다며 컨설팅비와 인수대금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씨는 과거에도 공탁금을 빼돌리거나 소송 결과를 허위로 알린 뒤 성공 보수를 챙긴 혐의 등으로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변호사 자격이 정지되자 2022년부터 법무부와 행정 소송을 벌였고, 2023년 최종적으로 자격 정지됐다.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 유예기간에 2년을 더한 기간 동안 자격을 정지한다.
그럼에도 이씨는 2023년 5월 피해자 진모(62)씨에게 민사소송 수임료 550만원을 받아냈다. 변호인 선임계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법원의 안내를 받고 수상하게 여긴 진씨가 이씨의 변호사 자격 정지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해 이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모(53)씨는 용인의 한 아파트를 싼값에 분양해주겠다는 이씨의 말에 돈을 건넸다. 이씨는 “내가 신협 인사추진위원장이다” “검사 때부터 잘 아는 사채업자가 있다”며 자금을 일부 대면 아파트 인수를 도울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해당 아파트 관련 인수 권한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신협 건물 1층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는 등 치밀하게 행동해 피해자들은 의심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씨는 2022년 검사 출신이라는 이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2023년까지 총 4건의 재판을 맡겼고, 이씨는 같은 해 7월 “수사관과 잘 얘기해 무혐의 처리하기로 했다”며 성공 보수 300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씨는 중간에 변호사 자격이 정지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사건도 종결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받은 돈에 대해 이씨는 “다음에 갚겠다”며 1년 이상 미루다 지난해 9월 연락마저 끊겼다고 한다. 경찰은 공탁금을 뜯긴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이들로부터 받은 돈 대부분을 생활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16일 이씨의 서초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다량의 계약서를 확보하고 계좌를 추적했다.
이씨는 1990년대부터 창원과 대구 등에서 검사로 활동하다가 몇 년 뒤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생활이 어려워 돈을 끌어다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과의 대질 신문에서는 “나도 돈을 받지 못한 곳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송치된 피해액 말고도 수억 원은 더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추가 고소장이 접수되는 대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소영 기자 oh.s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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