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강에 빡친 20대, 김수행 수강한 50대... 부활한 맑스 강의실서 뭉쳤다
[정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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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부활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의 첫 수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에서 진행됐다. 주최 측(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 예상보다 모집 인원이 많아 강의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
| ⓒ 정초하 |
서울대 학생들이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직접 부활시킨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가 24일 첫 수업을 마쳤다. 대면 강의에 참석한 시민 수강생들은 "서울대는 마르크스 경제학 탄압을 멈추고 학문 다양성을 보장해야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의 강의·강사 채용 배제로 35년 만에 폐강된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는 지난 5월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에 의해 시민 대상 공개강의로 되살아났다. 수강신청 인원만 총 3068명으로, 당초 서울대 경제학부가 내세운 '수요 부족' 논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주최 측은 온라인 수강생을 위해 수업 시작 1시간 전부터 유튜브 스트리밍 송출도 분주히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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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부활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의 첫 수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에서 진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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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담당 교원 강성윤 교수 역시 "1년 넘게 서울대에서 마르크스 강의가 열리지 못해 이렇게 비정규 강의로나마 개설했는데 서울대 밖의 시민들까지 엄청나게 호응해주셔서 대단히 성황리에 시작하게 됐다"며 "이런 수업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맑스주의 경제학의 전통이 살아남도록 끈질기게 버티려 한다"라고 전했다.
강의실인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도 약 60여 명의 수강생으로 가득찼다. 수강생들은 수업 시작 전부터 주교재인 <노동자 교양경제학>을 훑어보거나 강의자료 PPT 화면이 띄워진 모니터를 촬영하며 기대감을 내비쳤고, 강 교수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성별과 연령대가 다양한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가 필요하다"라는 문제의식을 공통적으로 내보였다.
한신대에서 철학을 전공한다는 이명철(21, 남)씨는"기존 대학에서 마르크스 수업은 접근성이 낮고 개설된 게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계기에 수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30여 년 전 서울대에서 고 김수행 교수의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를 수강했다는 박정준(남, 58)씨 역시 "평소 마르크스 경제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주류경제학과 이론 체계가 다르고 (마르크스의 대표 저서인) <자본론>도 해설이 부족해 혼자 공부하기 쉽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균형적인 사고를 하려면 주류경제학뿐 아니라 마르크스 경제학도 알아야 한다"며 "소수라 하더라고 강의는 열려야 하고 선택은 수강생 몫이지 교수나 학교 측에서 (폐강을) 결정하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재학생 조다빈(21, 여)씨 역시 "(마르크스 경제학은) 다른 해외 대학에서도 인정받는 하나의 학문 갈래다. 이렇게 수요가 있는데도 폐강하는 걸 보며 (서울대가) 학문적 다양성을 넘어 사상적 다양성까지 제한하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며 "오히려 폐강 소식을 듣고 수강신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학생뿐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불만과 불평등을 느꼈던 시민들이 있었기에 3000명이나 모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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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부활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의 첫 수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에서 진행됐다. 강의의 주교재인 채만수의 <노동자 교양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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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원(35, 여)씨 역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마르크스 경제학을 사회에서 변두리로 몰아내려는 움직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신청했다"라고 전했다. 속한 노동조합의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강의 개설 소식을 접했다는 이지연(38, 여)씨 역시 "대기업이나 거대 자본이 대학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모순을 지적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이 폐강되는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침해당한 학습권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강의를 개설한 서울대 학생들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추모 팔찌를 차고 있던 이씨는 강의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만난 김대준(39, 남)씨와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스레드를 통해 알게 됐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서 안면을 튼 사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기득권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광장에서 목소리 냈던 것처럼 비주류 노동을 하고 있는 소외된 약자들의 입장과 이 수업(마르크스 경제학)이 맞닿아있다"고 전했다.
강의실 밖 각지의 수강생들도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이날 수업에 함께했다. 각 지역 서점의 주도 아래 서울 성북구, 구로구, 대전, 부산, 수원 등의 수강생들이 소모임을 꾸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다. 서마학에 따르면 최대 동시접속자는 400여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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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학점 공개강의' 형태로 부활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정치경제학입문)의 첫 수업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110호에서 진행됐다. 강의실 앞에 서울대의 강의·강사 채용 배제를 비판하는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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