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치솟아...원전으로 눈 돌리는 빅테크 [스페셜리포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치솟자
원전으로 눈 돌리는 빅테크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도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AI에는 원전이 훌륭한 에너지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다. 그는 최근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대만 정부를 향해, AI 산업을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원전 건설을 중단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젠슨 황뿐만 아니다. AI 산업 종사자들 대다수는 “원전이 없다면 AI 발전도 힘들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최근 빅테크가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는 분야는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모든 데이터를 저장·유통·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정보를 한곳에 모아둔 건물이다. 도서관을 떠올리면 편하다. AI 시대로 접어들며 데이터양은 늘었고 요구 처리 속도는 빨라졌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맞춤형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진 상황. 결국 빅테크는 AI용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AI는 막대한 전기를 소모한다. 이유는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 때문이다. AI를 훈련시키는 과정은 복잡한 수학 연산의 반복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딥러닝 모델들은 수십억 개 매개변수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GPT-3 모델은 1750억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훈련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약 1.3GWh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10만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해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하는 AI의 ‘추론’ 기능은 고성능 연산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단순한 구글 검색은 약 0.3Wh의 전력을 쓰지만, 챗GPT 기반의 AI 응답은 약 2.9Wh에서 최대 7.5Wh까지 전력을 소모한다. AI의 실시간 처리 능력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요해지고, 그만큼 전력 소모가 증가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AI 가속기 핵심인 GPU는 여러 코어가 동시에 병렬 연산해 GPU당 전력 소비가 기존 반도체 대비 엄청 높다. 또 다수 GPU가 동시 연산해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냉각도 AI 전력 소비를 늘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40%가 냉각에 사용된다. 병렬 연산을 위해 수천 개의 프로세서를 가동하는 고성능 GPU 클러스터는 어마어마한 열을 발생시키기에 냉각을 위한 전력 소비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당연히 전력 수요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7월 글로벌 전력 소비 증가율 자료를 발표하며 데이터센터 확대에 근거해 2024~2026년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율을 연평균 3.4%(2024년 1월 발표치)에서 4%로 상향했다. 최근 10년간 글로벌 전력 소비 증가율이 평균 2%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배 높은 수치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도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부족한 자원은 전기”라며 “2025년 모든 빅테크의 AI 칩을 구동할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년간 미국 전력 수요는 9% 증가에 그쳤지만 향후 20년은 55%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증가분의 30% 이상이 데이터센터 수요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단순 설계 넘어 상업화 실행 단계
빅테크 입장에선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전력원이 필요한 상황. 사실 초기에 각광받던 건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다. 다만 실제 사용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태양광이 갖고 있는 ‘간헐성’이다.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불안정해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게 원전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SMR 관심이 뜨겁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대거 늘리기로 하면서 시장에서는 대형 원전보다 장기적으로 SMR 수혜를 예상하는 눈치다. 트럼프 정부 재출범 이후 꾸준히 강조해온 대목이 SMR이고 주요 정책 역시 SMR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서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SMR 정책은 앞선 오바마·바이든정부도 내놨지만 대부분 기술 검증과 실증 단계에 머물렀고, 상업적 확산이나 산업 생태계 구축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설계 중심 지원을 넘어 배치(deployment) 중심으로 초점을 전환, 상업화 실행 단계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출력을 낮춘 중소형, 모듈형 원자로를 말한다.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모두 담은 일체형이다. 보통 1000메가와트급(㎿) 이상인 경우를 대형 원전으로, 300㎿급 이하를 SMR로 분류한다.
SMR의 최대 장점은 짧은 건설 기간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다. 대형 원전에 비해 설계가 단순한 덕분이다. 대형 원전 1기를 짓는 데 10년 이상이 걸리는 데 비해 SMR은 3년 이내에 건설을 마무리할 수 있다. 안전성도 우월하다. 중대 사고 확률이 10억년에 1회 수준에 그쳐 대형 원전(10만년에 2회)보다 훨씬 낮다.
SMR은 피동안전계통을 채택해 원천적으로 일본 후쿠시마 사태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피동안전계통은 별도 전원 없이 중력 같은 자연의 힘만으로 원전 내부를 냉각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목욕탕 열탕 위 천장에서 차가운 물이 맺혀 떨어지는 것처럼, 원전 내부 증기가 상부 열 교환기를 거쳐 냉각수로 변환돼 열을 식히는 구조다. 경제성과 안전성을 두루 갖춘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수요를 맞추기 위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며 전력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데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방대한 전력을 소비한다”며 “친환경성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장 요구에 맞춰 SMR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빅테크 눈길도 SMR로 쏠리는 분위기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SMR 개발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와 전력 구매 협약을 체결하고, 2035년까지 500㎿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부지당 최소 600㎿의 신규 원전 3곳을 개발하는 데 자금을 지원하고 원전이 지어지면 전력을 구매하는 형태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SMR 개발사인 X에너지가 추진하는 차세대 원자로 프로젝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3월엔 콘스텔레이션이 운영하는 펜실베이니아주 서스쿼해나 원전과 연계된 데이터센터 부지를 인수했다.
오픈AI도 SMR 개발 스타트업 오클로와 협업 중이다. 조만간 공급 계약 가능성도 제기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는 그간 오클로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오다 최근 사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올트먼이 의장직에 계속 있을 경우 오클로와 오픈AI 간 계약 체결 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사임한 것”으로 해석한다. 올트먼도 “오클로가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깨끗한 에너지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지금이 물러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경민·최창원·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4호 (2025.06.18~25.06.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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