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집은 사치인가요?' 대학생에게 닥친 주거 현실
[남수진 기자]
서울에서 자취 중인 박아무개씨(홍익대 목조형가구)의 월세는 무려 80만 원이다. 고향은 대전. 대학 진학 후 기숙사 입소를 희망했지만, 재건축 여파로 수용 인원이 줄어 탈락했다. 결국 그는 비싼 월세를 감수하고 원룸에 들어갔다.
이는 박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 학기 수십만 명의 대학생이 반복해서 겪는 현실이다. 이처럼 대학생 주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나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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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국내 대학 기숙사 학생 수용률 |
| ⓒ 남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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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대학교 대학가 주변 원룸촌 |
| ⓒ 남수진 |
주거 사기에도 대학생들은 무방비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충남대학교 4학년 신아무개씨(기계재료공학교육)는 자취 5년 차 대학생이자 보증금 사기 피해자다. 그는 월세로 들어간 집에서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단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막다 빚이 늘어나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했대요. 피해자가 저 말고도 많더라고요. 특히 대학가라 그런지 저와 같은 대학생들이 많았어요."
신씨는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법적 대응력도 부족하고,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유사한 사례로, 올해 2월 순천시 대학가에서도 다수 대학생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임대 관련 지식의 부족과 법적 조력의 부재는 대학생들을 주거 사기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정부 지원 대상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2만 7372명이며 이 중 20~30대 청년층이 전체 피해자의 75%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월세 지원, 청년전용 전세자금 대출, 행복주택 등 다양한 청년 주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부분의 정책이 부모의 소득 분위나 소득이 있는 청년(취업자)을 기준으로 적용되어 소득이 없는 대학생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행복주택은 학교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고, 공급 물량 자체도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숙사를 대체하기 위한 학사마을이나 대학생 대상 공공임대주택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거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 위한 필수조건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학생이 학업이 아닌 '살 곳'을 찾아 헤맨다. 문제는 공공 기숙사의 부족, 실효성 낮은 정책, 주거 사기의 구조적 허점, 시장에 내맡겨진 임대 환경이다.
청년 주거권을 위해 결성된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은 "청년 주거 정책에서 대학생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라며 "기숙사 확대, 청년 월세 지원 기준 개선, 주거권 교육 및 임대계약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대학생 주거 정책은 실제 생활 형편보다는 수치상 기준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 주거는 자립 생활이라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원하는 대학을 위해, 직장을 위해, 삶을 위해 이동하는 청년들에게 주거는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것을 '사치'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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