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이기 전에 가장이자 이웃이 되고 싶었습니다"
[정금산, 김민솔, 김유미 기자]
|
|
| ▲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 |
| ⓒ 김민솔 |
사람들은 놀라지만 그는 그 길을 택했다. 믿음은 교회 안이 아니라 삶 속에서 증명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얼리버드 티켓이 조기 매진될 만큼 성황을 이뤘다. 지난 19일 오후 4시, 출판사 산지니 부스에서 <목사님의 택배일기> 저자 구교형 목사의 북토크가 열렸다. 지난해 7월 이 책을 발간한 그는 '교회 밖에서 만난 이웃들의 진짜 삶'이라는 주제로 목사이자 택배 기사로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독자들과 나눴다.
북토크 현장에는 그의 삶에 귀 기울이려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누군가는 이야기를 메모했고, 누군가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북토크가 끝난 후에도 그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구교형 목사는 "교회 안에 머무르기보다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일하는 삶 자체가 전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가 택배를 했다'는 흥밋거리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이 고단하다는 걸 서로 알아봐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
|
| ▲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교형 목사가 '교회 밖에서 만난 이웃들의 진짜 삶'이라는 주제로 북토크를 하고 있다. |
| ⓒ 김민솔 |
그는 "목사로서 사례비를 받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엔 부족했고 결국 이중직(개신교 목회자가 교회 밖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목회하는 것을 의미)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인들 앞에 설교하며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기술이 없던 그는 생활정보지를 뒤지다 택배 일을 발견했고, 점장의 배려로 주 4일만 일하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다. 막상 현장에 들어가 보니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미로 같은 골목들, 외국인 거주지에서의 소통 문제 등 낯선 상황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에 100곳을 돌며 자정을 넘기기도 했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걸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든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힘든 건, 대체 인력이 없다 보니 아파도 쉴 수 없다는 점이다. 갈비뼈가 부러진 동료가 신음하며 택배를 옮기는 현실. "눈에 잘 띄게 다쳐야 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 같지 않았다.
구 목사는 현재 택배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체력이 많이 약해져서 예전처럼 다시 택배를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 못하겠어요. 점장님께서 다시 와달라고 했을 때는 재입대하는 기분이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택배 노동자의 업무 강도는 쉽지 않다.
갑질도 일상이다. 고객과의 실랑이를 피하기 위해 본인의 실수가 아닌 경우에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빠듯한 일정과 좁은 주차 공간, 고객 요청사항까지 모두 대응하기엔 여유가 없었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그는 "그래도 좋은 경험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아파트 입구에 놓인 간식 박스나 음료를 건네주는 고객들의 작은 행동은 큰 위로가 되었다. 그는 "이런 따뜻함은 교회 안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
|
| ▲ 2025서울국제도서전 '산지니' 출판사 매대에 진열된 <목사님의 택배일기> |
| ⓒ 김민솔 |
"택배 일을 하며 느낀 것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목사가 쓰는 택배이야기' 연재를 제안받고 망설였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생각과 고충을 함께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아빠는 택배 고객들한테도 목사님처럼 말하네."
딸이 건넨 이 한마디가 오랫동안 그의 마음에 남았다. 딸의 말에서 그는 자신이 택배 일을 부끄러워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인의 삶을 이해하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언젠간 목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를 계기로 노동을 부정하지 않게 되었고, 택배 현장에서 얻은 시선으로 다시금 목회자의 삶을 받아들이게 됐다.
"하나님은 왜 사람들을 힘들게 하실까, 그 답을 찾고 싶었어요."
구교형 목사는 평생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중학교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그는 신학을 공부하고 사회 운동을 하면서도 이 물음이 늘 따라다녔다고 했다. 그리고 택배 일을 시작하며 그 답의 실마리를 조금은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
|
| ▲ 구교형 목사 |
| ⓒ 김민솔 |
과거 교회에서 김장을 준비하던 날, 배추가 늦게 도착해 기다리던 일이 있었다. 당시 그는 그저 '왜 이렇게 늦어?'라며 불만을 가졌지만, 이제는 절임 배추 박스를 배송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 이제 그는 소비자에서 택배 기사가 되었고, 고객의 재촉 전화를 받으며 진짜 '이웃의 삶'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목사는 일을 해야 철이 들어요."
구교형 목사는 단호히 말했다. 목회는 강단에서만 이뤄지는 일이 아니며, 이웃 곁에 설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목사님의 택배일기>를 통해 "목사가 이런 힘든 일도 해봤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했다.
그가 택배 일을 통해 깨달은 건, 누구나 저마다 무거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무게를 덜어주는 건 다름 아닌,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었다. 택배 수레는 이제 멈췄지만, 그가 걸어간 길 위엔 여전히 사람이 있다. <목사님의 택배일기>는 그가 살아낸 삶의 기록이자 이웃을 향해 걸어간 사랑의 발자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 석좌교수의 충격적 진단...이재명 정부가 가야할 길은?
- 사냥의 시작...'조국 청문회' 앞두고 30여곳 압수수색 후 벌어진 일
- 검찰의 '김민석 수사'가 노리는 것
- 집 짓는데 이런 찝찝한 일이... 건축주 분들, 이거 꼭 체크하세요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노동부 장관에 노동자라니
- 일본 국회의원도 시민사회도 '이재명 대통령' 찾는 이유
- 해양수산부장관 지명에 전재수 "국민의 부름 무겁게 생각"
- [오마이포토2025] 운동화 신고 출근한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
- 고교학점제로 혼란스러운 학교, 이재명 정부가 나서라
- 이 대통령, 유성엽 전 의원 별세에 "오랜 동지의 부고에 애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