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은 왜 알림장이 없나요?"

문수아 2025. 6. 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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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다, 사랑하다, 도심 속 생태유아교육 실천기 19] 어린이집 알림장

[문수아 기자]

"하루도 빠짐없이 알림장을 받고 싶어요.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매일 궁금해요."

학기 초 수요일이 되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우리 어린이집은 일주일에 하루 수요일은 알림장이 없는 날이다. 이날은 기본 상태 메시지 외에는 사진이나 알림글을 올리지 않는다. 오리엔테이션과 공지 사항으로 여러 번 안내를 했지만, 기다리는 부모 마음은 다르다. 담임 교사는 마음이 흔들린다. 자신이 맡은 아이에 대한 부모의 궁금함을 알기에, 부탁하는 말 앞에서 "안 됩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우리 원의 원칙입니다. 오늘은 쉬세요"라고 말한다. 물론 알림장을 쉰다고 교사가 쉬는 것은 아니다. 수요일은 방과 후 회의, 연수 등이 있다. 기다리는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에 연수 중인 사진을 알림장에 슬쩍 올리기도 한다.

한국보육진흥원 설문조사(2023)에 따르면, 부모들이 알림장에서 가장 알고 싶어하는 건 아이의 감정 상태(71.2%), 그 다음은 사회성 발달(64.3%), 식사·수면 등 기본생활(68.5%)이다. 한 마디로, 부모는 "내 아이가 오늘 잘 지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당연하다. 특히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달할 만큼 언어가 발달 되지 않은 어린 반 부모들의 경우는 내가 없는 그곳에서 아이가 잘 지내는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온 가족이 앱을 공유하며 아이의 알림장을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아이의 성장과정이 다 기록 되어 있으니 얼마나 기다릴지 이해가 된다. 교사들의 경우도 알림장에 하루 일과나 특별한 일들을 기록 함으로써 오해도 줄어 들고 소통이 원활해 진다. 특히 결과물이나 보여지는 활동이 비교적 적은 생태어린이집은 소통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부모를 설득해야 한다.
 두 살 싹틔움반 알림장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예전에는 수기로 일일이 기록하고 미리 찍어 둔 사진을 출력해서 겹겹으로 붙여 주었다. 요즘은 각종 앱들이 생겨나면서 더 이상 일일이 손으로 기록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사진은 더 많이 찍고 내용은 더 길어지고 있다. 커뮤니티가 발달하며 부모들이 알림장의 내용을 서로 비교하기도 하고 사진을 두고 '적다, 많다, 우리 아이만 없다, 우리 아이는 뒷모습만 있다' 등의 반응은 더더욱 교사를 알림장의 노예가 되게 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리 원은 몇 가지 원칙을 정해 두고 있다.

먼저, 모든 사실은 되도록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특수한 상황의 경우, 예를 들면 다툼이 있었거나 아이가 다쳤을 경우, 있었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교육적 관점에서 어떻게 지도하였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지도할 건지, 부모는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를 전달한다.

사진은 되도록 전체 놀이 상황이 보이도록 촬영하도록 하고 있다. 독사진이 예쁘기는 하지만 가정에서도 충분히 보관하고 있을테고 아이 하나만 계속 보고 있기에는 남아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첨부하는 사진은 5장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마저도 3장 정도로 줄이고 싶지만 교사들의 선택이니 그냥 두고 있다. 내용은 전체적인 반 상황과 놀이 상황 몇 줄, 그 외 아이 하나 하나 그날의 잊지 못할 대사나 상황을 첨부하기도 한다. 교사의 성격이나 글솜씨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형식은 누구나 비슷하다. 그 외 앱의 설정에 따라 아이의 기분, 체온, 식사여부, 수면시간, 배변상태를 추가한다.

교사는 오후 7시 이후는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알림장을 새로 보내거나 답을 달거나 할 수 없다. 부모가 꼭 알아야 하거나 급한 상황은 내 개인 번호로 연락하면 된다.

부모들의 경우는 '이 시간에 댓글이나 문의를 올려도 되나? 이렇게 이야기 하면 교사가 불편해 하지 않을까? 혹시나 원장이 같이 보고 우리 담임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닐까? 궁금해서 올리는 글이 불만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혹은 나는 불만을 제기했는데 답이 없고 그냥 넘어가려는 것처럼 보이네, 원장에게 찾아가야 하나?' 등의 고민과, 글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교사의 글이 딱딱하게 들려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일단, 댓글이나 문의 등은 되도록 업무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옳다.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자기 시간을 잘 보내고 오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충실하다. 영아반의 경우는 수요일은 알림장이 없는 날이다. 그날은 교사 연수, 회의 등을 위해 올리지 않는 날이다. 또 교사의 재충전을 위해 일주일에 어느 하루 정도는 비어 두어야 할 필요도 있다. 유아반은 정원이 영아반에 비해 배 이상인 데다 낮잠 시간도 없어 매일 쓸 수는 없다. 급한 일, 가령 아이가 구토를 하고 있어 오늘 낮에 무엇을 얼마만큼 먹었는지 확인이 필요한 일은 때와 관계없이 꼭 문의 하는 것이 맞다.

불만제기처럼 보이는 것이 걱정이라면 글머리에 "궁금해서" 라고 붙이면 된다. 가끔 마치 지시하는 글처럼 보이는 문장으로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글에 감정을 다 담을 수는 없으니 적절히 예의를 갖추는 문구를 넣으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알림장에 불만을 표현했다고 해서 원장이 담임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한 기관을 오래 운영해온 원장이 문구 하나로 오해하거나 미워할 만큼 생각이 짧지는 않을 것이다. 할 말은 해야 하고, 안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알림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의 장이다. 잘못된 일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경우 분명히 밝히는 게 좋다. 그래야 오해라면 풀고 이해하여야 할 상황이라면 이해를 하고, 잘못된 것은 고칠 수 있다.

우리는 교사인지라 되도록 예의를 갖추고 이모티콘이나 줄임말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딱딱하게 들릴 수 있다. 나의 경우도 문자에 이모티콘이나 기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고 단답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다시 확인전화가 오기도 한다. 이것은 평소에 그가 어떤 표현을 하고 어떤 성향인지 자주 만나 알고 있어야 오해가 없다. 그래서 나는 부모에게 등하원을 직접 하며 교사를 자주 만나라고 권한다.

알림장은 아이의 하루를 부모와 나누는 창구이며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교사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록 노동'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알림장은 때때로 아이보다 '문서'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 순간 눈 앞의 아이는 흐려진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 '관계'이다. 알림장은 아이를 잘 돌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단이지, 교사의 헌신을 입증해야 하는 장부가 아니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교사와 부모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알림장은 아이의 하루를 공유하는 기쁨의 통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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