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3년째, 외국인들 관광도... "술은 한국 경험 매개체"
[김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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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들의 잊혀지지 않는 시간” 신평양조장 내부 벽면에 조성된 ‘가문의 계보 전시관’ 앞에는 1대 창업자 김순식에서부터 2대 김용세, 3대 김동교, 4대 손자에 이르기까지 가업의 전통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보가 자세히 담겨 있다. |
| ⓒ 김정아 |
충청남도 당진 신평면에 위치한 신평양조장은 창업자인 김순식씨가 1933년 신평시장길에 현재 양조장건물을 지으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세대를 이어 오늘의 3대 김동교 대표에 이르기까지, 신평양조장은 단순한 전통주 양조장을 넘어 지역사회와 전통주산업 발전에 이바지해온 우리나라 근현대 양조장의 역사 그 자체이다.
2018년 11월 30일, 김용세 명인은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79호로 공식 지정되며 전통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제 막걸리는 더 이상 어르신들만의 술이 아니다. 백련막걸리를 필두로 젊은 감각과 전통을 잇는 이곳은, 시간을 담아내는 법을 아는 '발효의 철학자들'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신평양조장은 오늘날, 세련된 감각을 입힌 '백련막걸리'를 통해 젊은 세대와도 성공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술을 '생산하는 공간'을 넘어, 술을 경험하고 배우며 전승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리모델링된 옛 양조장 건물은 전시관과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전통 누룩 만들기부터 막걸리 시음, 한지 공예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오감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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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평양조장과 고택, 그리고 현재 양조박물관으로 리모델링된 공간의 과거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 전통 기와집과 양조장이 나란히 존재하던 시절의 모습에서,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살아 숨 쉬었던 양조장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이 사진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평양조장이 전통을 어떻게 보존하며 현대와 연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
| ⓒ 김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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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막걸리 ‘콩당콩당’, 쌀막걸리, 고마소주를 포함해 ‘백세주’, ‘화산오가피술’, ‘예술’ 등 지역협업 제품들이 고루 진열되어 있다. 벽돌 배경 아래 조명으로 비춘 술병들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술의 디자인, 브랜드 스토리, 미학적 감각이 공존하는 ‘신평양조장 전통주의 박물관’ 같다. |
| ⓒ 김정아 |
"'백련막걸리'는 이름부터 향까지 모두 우리 전통을 품고 있는 술입니다. 백련잎을 첨가해 발효한 프리미엄 막걸리죠. 무엇보다 여름에 따서 말린 연잎을 볶아 막걸리를 발효할 때 넣었다가 걸러내는 제조법으로 부드럽고 청아한 풍미를 살렸어요.
술에 탐닉하지 않고 맛을 음미하여 벗들과 마음 깊은 곳에서 만나는 콘셉트의 백련 막걸리는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의 술로 그 맛과 향이 녹아 있죠. 그리고 백련막걸리는 2030 세대에게 특히 반응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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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평양조장의 대표 브랜드 ‘백련막걸리(白蓮)’ 제품 진열 장면. ‘하얀 연꽃’이라는 이름처럼, 연꽃잎을 발효 공정에 활용해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생막걸리다.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함께 담은 세련된 디자인 패키지는 젊은 세대의 눈길도 사로잡으며, 신세계백화점 인천공항점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무엇보다 연간 800여 명의 폴란드 관광객이 방문하여, 당진 지역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스테디셀러다. |
| ⓒ 김정아 |
"저희 신평양조장의 술에는 늘 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술은 곧 익어가는 시간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그 말 없는 땀과 기다림, 그리고 손끝의 온도가 술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무엇보다 좋은 재료, 정직한 방식,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지금도 100% 당진 해나루쌀만을 고집하고 있고요. 쌀과 물, 누룩이 기본이 좋아야 술이 바르게 익는다는 믿음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그 결과로 2016년 전국 6차 산업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고, 지금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6차 산업 선도 양조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술을 단지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체험하고 배우고 즐기는 공간으로 확장해온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저희가 지켜온 건 단순한 제조 기술이 아니라 시간을 익히는 법, 그리고 세대를 잇는 마음입니다. 막걸리 한 잔에는 사실, 아버지들의 오래된 기다림과 손끝에서 묻어난 삶의 온기가 담겨 있거든요. 앞으로도 그 시간을 잇는 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익는 것은 술만이 아니라, 그 술을 빚는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니까요."
- 전통주 양조장이라는 틀을 넘어, 박물관과 체험 공간으로도 자리 잡은 신평양조장이 인상 깊습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체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신평양조장은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공간을 넘어서, 전통주 문화를 직접 보고, 듣고, 맛보며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식품명인의 연잎주빚기 체험프로그램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전통술문화를 계승하고 로컬 농산물의 가치를 담아낸 체험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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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전통문화 캠페인 현장에서, 신평양조장의 2대 김용세 명인(왼쪽)과 3대 김동교 대표(오른쪽)가 함께한 모습이다. 등 뒤로 보이는 대형 배너는 “술빛은 장인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김용세 명인의 술 인생을 조명하고 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단순한 부자 관계를 넘어, 90년 양조 명가의 정체성과 철학을 잇는 계승자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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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양조장이 꿈꾸는 미래는 단순히 막걸리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100년의 자부심이 200년의 역사로 이어지길 바란다.' 전통을 지키되,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함께 숨 쉬는 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국 전통주를 대표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요즘은 단순히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술을 통해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시대잖아요. 저희도 그런 흐름에 발맞춰 나아가고자 합니다. 세계화를 위한 준비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유통, 콘텐츠, 언어 하나하나 손보고 정비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실제로 미국 수출을 시작한 지도 벌써 3년째고요, 인천공항 신세계면세점과 전국 전통주 전문점 등에서도 저희 막걸리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매년 800여 명 정도의 폴란드 관광객들이 저희 양조장을 찾아와 체험하시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이에요. 술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한국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장기적으로 당진의 대표적인 농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요, 2024년 첫 결과물로 '콩당콩당 생막걸리'를 출시하였습니다. 100% 당진 해나루쌀과 당진 두렁콩(서리태)를 원료로 삼아, 세 번의 발효 과정을 거쳐 완성한 프리미엄 삼양주예요.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검은콩을 고소하게 볶아 넣어서 고소한 풍미를 그대로 살려낸 술인데요, 건강한 우리술을 찾는 분들께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농진청에서 개발한 호풍미품종으로 재배된 당진 고구마와 해나루쌀을 주원료로 빚은 '고마소주'가 출시되었습니다. 출시 후 테스트 판매의 기간을 거치면서 약간의 배합비 수정 과정을 거치기도 했는데요, '고마'는 곰부족인 우리 민족의 옛 명칭, 오늘날 '고맙습니다'의 어원이 되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주질부터 디자인, 브랜드 스토리까지 오랫동안 연구개발하고 검증해서 만든 제품으로, 전통을 지키되 지금 이 시대가 원하는 감각을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앞으로도 시대와 세대를 넘어, 그리고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우리 술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발효시키고, 숙성시키고, 나누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당진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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