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그러지 않아도’와 ‘그렇지 않아도’의 구별
“그가 울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울려고 하던 참이었다.” 이 문장의 ‘그렇지 않아도’는 적절할까? 아니면 ‘그러지 않아도’여야 할까? ‘그렇다’도, ‘그러다’도 앞의 말을 대신한다. ‘그렇다’는 ‘상태(어떠함)’를 가리키고, ‘그러다’는 ‘행동(움직임)’을 대신 나타낸다. 울라고 한 것은 ‘움직임’이다. ‘그러지’로 받는 게 더 적절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아도’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는 그가 울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울려고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린다. 움직임이 아니라 어떤 상태였다는 것을 대신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도’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나는 울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울어 버렸다.” 이 문장에서는 ‘그렇지’라고 하면 어색하다. 여기서는 ‘울었다’는 행동을 대신하는 말 ‘그러지’가 와야 어울린다. ‘그러다’는 다음처럼 분명하게 행동을 대신한다. “네가 그러니까 나도 그러지.” “갈래? 그래, 가자.”
“배가 고팠다. 그렇지 않아도 밥을 먹었을 것이다.” 이 문장에서는 ‘그러지’가 어색하다. 배가 고픈 상태를 받는 말 ‘그렇지’가 와야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아도’는 문장을 시작할 때도 자주 보인다. 말로 할 때는 ‘그렇잖아도’로 흔히 줄여 쓴다. “그렇잖아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렇잖아도 한번 가려고 했어”…. 어떤 상태나 상황을 생각하고 쓴 표현들이다. 앞의 동작을 대신할 때는 ‘그러지 않아도’, 상태나 성질, 모양 등을 대신하거나 어떤 상황을 염두에 뒀을 때는 ‘그렇지 않아도’가 어울린다.
이경우 기자 islba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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