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에 어긋난 불볕더위 텍사스의 여름 메이저대회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 마스터스가 생긴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남부의 더위였다. 1932년 개장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마침 터진 대공황 때문에 재정난을 겪었다. 회원을 모으려 US오픈을 유치하려 했는데 거절당했다. 클럽 창립자이자 골프의 성인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가 부탁했는데도 USGA(미국골프협회)는 거절했다.
US오픈은 해가 긴 여름에 열리는데, 여름에 대회를 열기엔 조지아 주는 너무 덥다는 이유였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꿩 대신 닭’ 심정으로 봄에 대회를 만들었다. 바로 그 대회가 마스터스다.
1963년 미국 PGA는 용감하게 여름에 텍사스에서 대회를 열었다가 뜨거운 맛을 봤다. 그해 7월 미국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만약 지옥에서 골프 대회를 연다면 PGA가 후원하고, 잭 니클라우스가 우승할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PGA 챔피언십이 열린 댈러스 애슬레틱 클럽의 날씨는 43도에 달했다. 우승자인 니클라우스는 우승컵을 (너무 뜨거워서 맨손이 아니라) 수건으로 들어야 했다.
그리고 52년 만에 미국 남부 텍사스에서 여름에 다시 메이저대회가 열렸다. 댈러스 인근 프리스코의 필즈랜치 이스트에서 벌어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다.
대회장에 가자마자 놀랐다. 상금 1200만 달러(약 165억원)로 여자 골프 최고 상금 대회인데 연습일에 드라이빙 레인지 등이 휑해서다. 선수들은 너무 더워 컨디션이 나빠질까 걱정이 돼 오래 연습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신실은 “너무 덥다. 제주도에서 경기할 때도 습하고 더웠지만 여기는 몇 배 더 그런 것 같다. 어제 낮에 연습하러 나오는데도 훅하는 열기에 다시 들어가고 싶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1, 2라운드는 기온 37도, 체감온도는 40도가 됐다. 사고 위험 때문에 2라운드 경기 중 캐디들이 캐디빕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공지가 나왔다. 그즈음 고진영은 열사병 증세로 기권했다.
이번 텍사스 대회가 지옥은 아니었다. 1963년만큼 덥지 않았고 2라운드 오후부터 바람이 강해져 체감온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다.
PGA는 이곳에서 2년에 한 번씩 메이저대회를 열 계획이다. 2027년 (남자) PGA 챔피언십, 2029년 시니어 PGA 챔피언십, 2031년에는 여자 PGA 챔피언십 식이다. 남자 PGA 챔피언십이나 시니어 PGA 챔피언십은 5월에 열리니까 상관없다. 그러나 6월 말에 여는 대회는 위험하다.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기도 전인 거의 100년 전부터 ‘미국 남부에서는 여름에 대회가 열리면 안 된다’는 건 상식이었다. 게다가 텍사스는 조지아 보다 덥다. 댈러스 같은 내륙 지역이 특히 그렇다.
댈러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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